히파티아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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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파티아의 독백

graysoul 0 3,180 2005.02.12 16:28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나는 로마인이라는 호칭보다도, 이집트인보다도,
알렉산드리아의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오래전부터 내고향에는 사람과 물산이 자주 소통되는 곳이었으므로,
그들을 따라 정신도 교환되는 곳이었으므로,
이곳에서는 인종의 차이도, 국경도, 성별의 차이도 없었다.


어느날부터 내고향이 변하기 시작했고,
이전에 가졌던 자유로운 사상의 꽃이 시드는 것을 나는 보았다.
신의 이름을 가진 자들이 몰려든 이후로.
그들은 자신들만이 천국을 꿈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들이 나를 거리에서 끌어내려 머리채를 잡고 
발가벗긴채 고문한 것은.
그들의 독설과 사상만큼이나 날카로운 굴껍질 위를 걷게 하면서,
그들은 내게 마녀라고 소리질렀다.
그들중에는 나를 아는자도 있었으며, 내 이웃이었던 자들도 있었으며,
내가 강의했던 학당의 학생이었던 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신을 모독한 적이 없다. 
그들의 사상을 조롱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게
신을 모독한 이교도이자, 남자를 유혹하는 음탕한 창녀,
더러운 주술로 도시를 더럽히는 마녀라는 이름을 주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이면서도 남성을 아우르는 명성을 가졌기 때문에.
내가 그들의 주교와 경쟁자였던 자를 가까이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그 무엇보다도 
내가 자신만의 신념을 가졌다는 이유,
내 신념이 그들의 신념과 동등하다고 말했기 때문에.


나는 생각한다.
그들, 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자들,
내 순결을 모독하고 내 영혼과 정신을 더럽힌자들,
저 기독교인들 사이에는 결코 신의 세계가 없음을.
그들의 신이 너무나 멀리 있기에, 그들은 더욱더 신의 이름을 모독한다.


나는 안다. 그리고 말한다.
이것이 앞으로 벌어질 인간정신과 광신의 유일한 싸움이 아니며,
내 패배가 첫번째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또한 이것이 이교의 패배가 아니라
바로 기독교인들, 당신들의 패배라는 사실을.


이세상에는 나보다는 나와 다른 자들이 많다.
다른 것을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그런 것들은 신이 아닌 악마의 모방이라는 생각.
이것이 당신네, 기독교인들의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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