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예배준비를 하기위해 교회에 일찍 나온 막목사는 목회자 사무실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설교에 쓸 설교문은 어제 미리 준비했기에 막목사는 느긋하게 예배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사라는 직업이 다른직업에 비해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편안한 직업이기는 하지만 설교를 준비하기는 과정만큼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왜냐하면 입으로 벌어먹고사는 직업인 탓에, 어떤 설교를 하느냐에 따라서 교인들이 구름처럼 모이거나, 허구헌날 개척교회 신세에서 머무느냐를 판가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설교는 피해야 할 사항이다. 대중들....특히 예배당안 자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줌마 부대들에겐 복잡하고 머리아픈 설교는 절대 금물이었다. 적당히 재미있거나 웃긴일화를 설교에 끼워넣어서 대중들에게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그리고 설교의 주제는 언제나 여호와에 대한 맹목적 믿음만을 대상으로 해야한다. 그렇게 매주 세뇌를 시켜야만이 대중들을 목사들의 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얼어죽을 자식이 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 말했는가? 언제나 그렇듯이 목사들에게 사랑따위는 설교의 주제가 아니다. 멩목적인 믿음, 매주 똑같은 주제로 설교를 하면서도 신자들을 질리게 하지 않도록 하려면 온갖 화려한 말솜씨가 필요하다. 따라서 능력이 딸리는 목사들은 유명한 다른목사의 설교테이프를 몰래입수하여 설교를 하거나, 다른목사가 쓴 책내용을 표절하여 설교를 했다.
막목사는 다소 친분이 있는 불광동의 [불나방 교회]의 당회장이 생각났다. 그 교회의 어느 광신자가 대형교회인 [날파리 교회]의 목사가 판매하는 설교테이프를 구입해서 듣다가 자기교회의 목사가 그 설교를 표절했다는 것을 알고는 그 소문이 교회전체에 퍼져나갔다고 한다. 게다가 "제가 어린시절에 이런일이 있었읍니다...."하는 개인적인 경험 부분까지 표절을 해서 목사의 도덕성이 도마위에 올랐고, 급기야 장로회의 결정에 따라 2주일간 징계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2주일동안 신학교를 갓 졸업한 풋내기 전도사가 강단에 올라가 대신 설교를 하는 바람에 불나방교회 목사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후후후....멍청한 친구!' 막목사는 불나방교회 목사를 생각해내고는 미소를 짓고는, 이번주에 쓸 설교원고를 바라보았다. '멍청한놈 같으니......시중에 떠돌아 다니는 설교테이프를 표절하면 어떡하나? 지금은 인터넷 시대야....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이용해야지......쯧쯧.......' 사실 이번주의 막목사의 설교원고도 설교뱅크라는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 얻은뒤 살짝 손을 댄 것이었다.
설교원고를 만지작 거리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막목사는 TV를 틀었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생방송으로 가요프로그램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TV에서는 10대들의 우상인 G.A.T라는 그룹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방청객의 소녀팬들은 연실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젠장! 오늘은 일요일인데, 아이들을 교회에 못나오게 하려는 사탄의 사악한 계략이로군!' 막목사는 TV속에서 환호하는 애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연실 배가 아팠다. 아니, 그것보다는 막목사 자신이 저런 어린 소녀들에게 "오빠!!!"하는 환호를 온몸으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TV속에서는 소녀팬들이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오빠!"를 외치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지경이었다. 그 시끄럽고 정신없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막목사는 혀를 끌끌찻다. '쯧쯧쯧......도데체 제네들이 뭐가 좋다고 여자애들이 저리도 호들갑이지? 저러니까 X순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지...저 여자애들 나중에 나이먹어서 뭐가 되려고 저런담? 한심한 것들!'
막목사가 TV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는 사이, 박권사가 목회자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목사님, 예배시간 되었습니다." "오! 알겠소. 곧 가지요." 막목사는 설교원고를 집어들고는 예배당을 향해 걸어갔다.
찬송가와 기도시간이 지나간후 막목사는 설교를 하기 위해 강단에 올라와 마이크에 대고 청중을 향해서 말했다. "오늘의 성경말씀 열왕기상 2장 1절에서 4절까지를 봉독해 봅시다." 예배당안을 가득메운 막가파교회의 신자들은 모두들 성경구절을 봉독했다. 성경봉독이 끝나자 막가파목사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오늘도 주님의 날을 맞이해서 이렇게 하나님 앞에 나와 예배드리는 성도 여러분 모두에게 하나님의 크신 은혜가 충만히 임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믿쑵~니다!!!!!" 막목사의 첫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아줌마들의 아멘함성이 쏟아졌다.
"오늘 봉독한 말씀은 다윗이 이러한 자신의 신앙을 사랑하는 아들 솔로몬에게 물려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오늘 이 말씀을 함께 나눌 때 다윗의 신앙이 저와 여러분의 신앙이 될 수 있게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막목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봉천동 왈순아지매의 아멘소리가 재빨리 치고 들어갔다. 이어서 다른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오 주여!!!", "믿쓥니다!!!!","아멘!!!" 마치 경쟁이 붙은듯 목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치고 들어가는게 아주 가관이었다. 여기저기서 아멘소리가 터지는 와중에 선수를 빼앗긴 영수엄마가 왈순아지매를 무섭게 째려봤다. '저놈의 여편네가.......' 열렬한 광신자였던 영수엄마는 자신의 깊은 신앙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예배시간마다 누구에게 질세라 목사님말이 끝나면 '아멘!"을 외쳤는데, 오늘은 그녀의 경쟁자인 왈순아지매에게 선수를 빼앗겼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막목사의 설교는 계속되었다. "다윗은 미래의 주관자는 여호와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이러한 다윗이 믿음이 확고한 믿음이었다는 것은 4절 말씀을 읽어보면 알 수가 있......."
막목사의 말이 끝나려 하자 영수엄마는 긴장을 하고 아멘을 외칠 준비를 했다. "있습니...." 그때였다. 막목사가 완전히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왈순 아지매가 큰소리로 외쳤다. "믿쑵니다!!!!!" 그녀의 뒤를 따라서 아줌마들의 아멘소리가 이어졌다. "아멘!!!","믿쓥니다!!!!","아멘!!!" 또다시 선수를 빼앗긴 영수엄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저년이.....이건 반칙행위야! 반칙행위라고!!!'
매주 벌어지는 일이지만 예배당안의 남자들은 인상을 찡그리기 시작했다. 아줌마들의 아멘소리가 설교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자기 마누라가 목사에 홀린듯한 느낌이 들어 질투심까지 생겨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아멘소리에 막목사는 콘서트장 무대에 올라온 인기 가수가 된 듯이 흥이나기 시작해서 설교를 이어나갔다.
"4절말씀은 여호와께서 다윗 자신에게 자신의 후손에 대해서 미리 약속하신 말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약속은 자신의 후손이 여호와를 잘 믿고 섬기면.............."
예배당안의 아줌마들은 긴장하고 막목사의 말이 끝나기를 기대했다. 영적경쟁, 그렇다! 이것은 성스러운 영적경쟁이다. 세상사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듯이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도 경쟁은 필요악이다. 더 높은 천국의 자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어떻게하든 남들보다 튀어야한다. 그래야 하늘나라에 계신 여호와께서 "어이구~ 저년이 아주 많이 튀는구나. 갸륵한 것~ 좋아! 기분이다! 더 높은 천국의 자리를 보장해주지."하실 것 아닌가?
어쨌든 막목사의 설교는 청산유수처럼 계속 이어졌다. "다윗은 그것이 비록 먼 미래의 일이었지만 여호와께서는 약속하신 미래의 일을 확실하게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
막목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수엄마가 재빨리 치고 들어갔다. "아멘!!!! 믿쓥니다!!!!" 그러자 왈순아지매를 비롯한 다른아줌마들도 재빨리 아멘을 외치기 시작했다. "아멘!!!!","오 주여!!!","믿쓥니다!!!!"
말이 다끝나지도 않았지만, 아줌마들의 고함소리에 막목사는 어느새 어깨에 힘이들어가고 신이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지하철선교단의 리더를 맡고있던 순장 한명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그 역시 열렬한 광신자였는지라, 예배당안의 신자들은 깜짝하고 놀랐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막목사도 깜짝놀라 설교를 멈췄다.
순장은 성경책을 펴고는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잠하라. 너희는 말할 권리가 없으며 오로지 복종하라. 무엇을 물을려면 너희 남편에게 묻도록 하라. 고린도전서 14장 34절 말씀!!!!!"
순장의 말이 끝나자 예배당안은 잠시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막목사도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여성을 비하하는 성경구절......목사로써는 부끄러워서 숨기고 싶었던 구절이었다. 그런데 저 광신 똘아이놈이 사람들앞에서 그걸 읽다니..... 잠깐동안의 무거운 긴장이 지나간뒤, 예배당안의 화가난 여자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떤사람은 성경에 정말로 그런 구절이 있나하고 살펴보기까지 했다. 화가난 아줌마들이 성경책과 찬송가책을 지하철선교단의 리더에게 던지기 시작했고, 예배당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조용히 해주세요!!! 이보게 순장! 자네는 좀 나가있어주게!" 막목사의 명령에 순장은 예배당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엉망이 된 예배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막목사는 다시 설교원고를 집어들었다. 그 순간 막목사의 눈에 아까 TV에서 본 인기가수의 광적인 소녀팬들이 어른거렸다. 그리고 광적인 소녀팬들의 모습이 예배당안의 아줌마들의 모습과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 연예인의 광적인 소녀팬의 미래 모습이 바로 예배당안의 아줌마들이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