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안기자는 힘겨운 듯 느릿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맹세 합니다! 결단코 그 남자를 제가 죽인게 아닙니다. 저는 전직 방송국 기자로 TV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담당했읍니다. 그런데 삼각산에 위치한 막가파교회에서 운영하는 무허가 장애인 수용시설 천사원에서 끔찍한 만행이 자행되어진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저희들은 비밀취재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은 정신질환자, 알콜중독자, 뇌성마비 환자등등....보호자가 없는 장애인들을 수용하는 곳이었는데, 그 장애인 수용시설은 한마디로 인간 지옥이었다고 표현하는게 좋을겁니다.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소리를 질러도 시끄럽다고 허구헌날 구타가 이루어지고, 어두운 토굴속에 일주일동안 가두어 두기도 하고.............그때일을 회상하기만 해도 끔찍하군요."
"그 수용시설에서 정말 그런일이 자행되었습니까?" "말도마십쇼! 거긴 막가파 목사라는 자가 운영하는 무허가 장애인 수용시설인데, 그는 한마디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입니다. 그곳의 수련원생들은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받기 위한 돈줄일뿐입니다. 보통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막목사는 교회일에 전념하는데, 가끔씩 그가 나타날때마다 원생들은 모두 긴장하죠. 원생들에게 수갑과 족쇄를 채워놓고 때리고........비명소리가 밖에 들릴까봐 찬송가 테이프를 크게 틀어놓고 구타한답니다. 얼굴에 야릇한 미소까지 띄운채.... 그 자식은 그걸 안수기라도 라고 불러요... 미친놈! 그리고 얼굴이 이쁜 가시나들은 전부 목사밥입니다."
훔즈가 말했다. "그때 사건을 말씀해 주시죠. 왜 그런 비디오를 찍었는지....." 남자는 담배연기를 깊게 내뿜었다. "후........그 비디오역시 취재용 이었습니다. 몰래 담을 넘어 들어가 천사원에서 저질러지는 만행들을 열심히 비디오에 담고 있었죠. 그러다 다른 곳으로 카메라 위치를 바꿨을 때, 한건물의 창문이 비치더군요. 기도원 이었읍니다. 그리고 그건물의 창문안쪽에는 한남자가 쇠사슬로 묶여 있었습니다. 좋은 취재거리라고 생각한 나는 그 남자를 찍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다음순간, 방안에 막가파목사와 다른한명이 들어오더군요......그리고......흐흑....." "그 카메라에 살인장면이 찍힌 것이었군요." "그렇습니다. 복날에 개패듯이.....무슨 귀신에게 홀린것처럼.......사람을 때리는 그 행위에 공포를 느꼈읍니다....차마 말이 안나오더군요."
"천사원의 다른직원들은 살인에 대해 모릅니까?"
"예, 알고는 있지만 살해당한 알콜중독자 김씨가 천사원을 탈출해서 행방불명이 된걸로 각자 입을 맞춰 버리고 쉬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장면을 찍으면서 경악하고 있었죠. 기도실안은 온통 새빨간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알콜중독자 김씨가 사지가 묶인채로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그 끔찍한 살인장면을 보자 나는 몸을 움직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오. 그 끔찍한 광경을 통해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솔직히 말하기 좀 이상한 일이지만, 인터넷을 하면 별난 것을 구입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것이죠. 끽해야 포르노 사이트나 포르노 테이프 정도를 원하는 자들도 있지만, 거대한 인터넷의 바다에는 그 이상의 진귀하고, 희귀한 것을 원하는 진정한 매니아들이 많죠. 그런것들은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것과 모두들 감추고 싶어하는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지요. 얼마전에 엽기열풍이 분적이 있지요? 시체 사진 사이트니, 잔혹한 살해 장면 사진을 볼수 있다는 사이트, 노란국물 동영상 등등이 난리였고,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죠. 그것을 보고 난 이 사업을 생각했습니다. 마땅히 그 테입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방송국에 제출했어야 했지만.....나는 돈을 벌기로 작정했습니다. 진짜로 사람죽이는 동영상.......엽기맨들이 보고 싶지만 구할 수 없는 아주 귀한 자료 들이죠. 사실 요즘 포르노나 야한 사진들은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잖소? 하지만 이런 잔혹영상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그것을 보고싶어하는 억눌려진 욕구들이 있지요. 나는 사람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로 결심한거요. 떳떳한 일은 못 되지만, 잘만 되면 짧은 기간에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소이다. 시험삼아 각 통신망에 공포물 게시판에 짧게 사람죽이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비디오로 촬영했다 정도의 감상을 올려놓았죠. 결과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소. 그 사이트를 가르쳐달라거나 그 동영상 파일이나 비디오테입을 보내달라는 메일을 이백 통 넘게 받은겁니다. 그때부터 이 사업에 자신이 생겼소이다. 이 세상에는 진짜 별놈이 많죠. 나야 돈 별려고 비디오판매를 시작했지만, 그런 정신나간 동영상을 좋아하는 놈들도 있다니......... 여하튼 공포 관련 아이피를 하나 개설하고, 겉으로는 평범하게 이런저런 공포물 게시판을 만들고, 마니아들만을 위한 회원제 게시판을 하나 만들었죠. 바로 그 비디오를 구매할수 있는 게시판이죠. 처음에는 뜸하더니, 입소문이 퍼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진 구입을 요청했죠. 나는 그만큼 목사님 살인안수 비디오를 복제해대기 시작했소이다. 나중엔 그 소문이 외국에도 퍼졌고, 수출까지 해서 국익에 도움을 주었죠.-_-;;; 솔직히 외국에는 그런 것만 보면 환장하는 변태들이 많거든요. 꽤 짭짤한 일거리였소이다. 주문이 생각보다 많아졌고, 하루종일 피범벅이 된 비디오테입들을 복제하느라 내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였소이다."
여기 까지 듣던 훔즈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쏘아붙였다.
"이보쇼! 그건 불법 아니오? 내가 듣기에는 포로느 테이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그러다가 걸리면 어떡하려고?"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나도 알아요. 그래서 이 장사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소. 한 서너달 해서 돈 좀 번 다음에, 그 자금으로 다른 사업을 할 생각이었소."
그러자 잠자코 듣고있던 와또쓴이 남자를 몰아붙였다.
"이보슈! 돈을 벌려면 좀 깨끗하게 버쇼. 그게뭐요? 이상한 비디오나 팔아서.... 내가 보기에는 청량리에서 포르노 파는 거랑 똑같아 보이오."
안기자는 뭔가 두려운 생각이 떠오르는 듯이 갑자기 손을 덜덜 떨며 새로 꺼낸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훔즈가 손을 뻗어 라이터를 켜주었다. 라이터 불빛에 반사되는 안기자의 눈동자는 지옥을 들여다본 사람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 안기자는 담배연기를 한숨을 쉬듯이 뿜어내고 말을 이어갔다.
"스너프라.....아마 악마가 인간에게 준 파멸의 선물일 거요.......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이번 살인사건을 알아내었지요? 경찰에는 거짓 쇼였다고 하니까 속아주던데....."
그러자 훔즈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Enjoy Killing을 알고 계신가요?" "Enjoy Killing이라고요?" 남자는 깜짝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떳다. "Enjoy Killing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몇주전에 내게 이상한 주문을 하던 어떤 미친놈이었죠. 살인비디오 수십개를 가지고 있다는 완전 맛간놈이 비디오를 교환하자고 제의를 하더군요. 그리고 시험삼아 통신으로 자신이 찍었다는 동영상 파일을 보내주었는데, 그의 동영상들은 처음 볼 때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끔찍했죠. 해골가면을 쓴 놈이 도끼를 휘두르면서 사람을 처참히 난도질하는 영상이었소이다. 희생자는 두 팔과 한 다리가 잘려나간 채로 피를 뿜으며 쓰러졌고, 해골가면을 쓴 미친놈은 그의 시체를 천장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죠. 너무 실감나는 장면이어서 보는 순간, 온뭄에 소름이 쫙 끼치고 구토를 할 것 같았죠. 하지만, 나는 그의 살인 동영상은 그야말로 기막힌 분장술과 쇼맨쉽의 승리라고 생각했죠. 이렇게 말하기 뭐하지만, 제가 직접 찍은 비디오만 빼고는 다른사람이 찍은 살인비디오는 모두 진짜 살해장면이 아닌 그저 공포영화처럼 분장으로 꾸며낸 조작 필름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만약 진짜로 자행되는 살인 장면 이라면 문제는 장난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나는 그런 동영상들의 사실 여부는 따지지 않고 단지 마니아들의 조작 필름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소. 실제로 대부분이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조잡한 짜고하는 엉터리 비디오였고.. 그후 나는 막가파목사의 살인안수 비디오를 화질이 약간 떨어지는 낮은 용량의 동영상 파일로 Enjoy Killing에게 보내주었죠. 그런데 며칠 뒤 Enjoy Killing이라는 재수없는 놈한테서 메일이 왔소. 메일을 열어보니 정중한 어조였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소이다.
[운영자 님께. 보내주신 목사님 살인안수 비디오아주 잘 봤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화질이 영 아니더군요. 아쉽지만, 제가 보내드린 것들은 모두 수많은 피와 노력이 들어간 저의 오리지날 작품입니다. 그런 작품을 화질이 떨어지는 동영상과 교환하다니.... 그 비디오는 당신이 직접 찍은거 맞습니까? 혹시 어디서 구입한거 동영상으로 만든것이 아닙니까? 나는 직접 작품을 찍어내는 작가를 존경합니다. 그런사람이 아닌 허접쓰레기는 상대하기도 싫습니다. 당신이 그 비디오를 찍은 사람입니까? 저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Enjoy Killing ]
그 미친놈은 자기가 보낸 비디오들을 작품이라고 부르더군요. 한낱 잔혹비디오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작품이라고 부르다니...... 그걸 보고 약간 맛이 간 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보면 정중한 말투의 메일 같았지만, 은근히 협박하는 내용이었소. 특히 웬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죠. 직접찍은 것이 아니면 작가가 아닌 초허접 쓰레기 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