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들
이름 모를 어느 섬.
여름햇살이 한풀 꺽이던 한낮.
야자수나무 그늘아래에서 어머니는
친절한 목소리로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이 평화로운 오후.
두사람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기분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아들은 선명하게 그날을 기억하고 있답니다.
하얀 프릴이 달린 옷을 입고 있었던 어머니의 옆에서,
아들은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조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언제나 항상 모두가 행복해하는 동화책을 읽어주셨거든요.
동화1.
아주 오래전에 어느 섬나라가 있었습니다.
선교사 한분이 그 섬나라에 당도하셨어요.
그곳 섬나라의 주민들은 너무나도 어리석고 미개했어요.
심지어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했으니까요.
선교사님은 어떻게든 그들을 교화시키고 싶어했습니다.
선교사님은 오랫동안 노력하셨어요.
그래서 마침내 마을 한 가운데에는 교회가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미개한 원주민 무리는 그런 교회를 싫어했어요.
마침내 원주민은 반란을 일으켰고,
선교사님은 살해되셨답니다....
동화2.
그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동족들이 소리쳤습니다.
"네가 믿는 신에게 구원해달라고 빌어보시지.
하늘로 들어올려서 너를 구해주라고 말이야."
썩은 달걀과 부패한 음식물이
죄인호송차의 창살을 뚫고
그의 얼굴을 덮쳤습니다.
그는 말없이 미소를 짓습니다.
"아버지여, 용서하소서. 저들은 저들의 죄를 모르옵나이다."
그는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낯익은 얼굴 하나가 호송차를 따라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스승님...저는...."
"네 죄가 아니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용서했단다."
"스승님."
그는 오열하면서 울었습니다.
관리는 그런 제자에게 금 몇조각을 쥐어주었습니다.
그것은 스승을 판 대가였지요.
마침내 처형대에 오르는 그.
아무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의 조롱을 묵묵히 견뎠습니다.
그는 그날의 일을 떠올렸습니다.
총을 가진 무리가 섬에 들어왔던 날의 일들을.
자신을 '선교사'라고 주장한 한 남자는
멋대로 섬 한가운데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오지 않는 자들은 모두 죽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요.
처음에는 울면서 통곡하던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가더니 딴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조상들을 기리던 단을 부숴버리고,
백인들의 곁에서 비굴한 웃음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그는 선교사가 동네 처녀들에게
"신성한 의식"을 치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밤중 그 교회로 들어갔던 처녀들은
어두운 얼굴로 집에 돌아오곤 했고,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궁금증이 일어난 그는 몰래 한 처녀를 따라 교회에 갔고,
무시무시한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겁간당하던 이웃 소녀를 본 순간,
그는 그만 참지 못하고 그만 그자리에서
선교사를 살해하고 만 것이지요.
그는 곧 돌아와 진실을 말하고
백인들에게 대항하자고 말했습니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그에게 합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몰랐습니다.
그 선교사의 나라가 얼마나 강한 나라인지요.
그리고 그 나라의 신문에서 자신을 "식인종"이라고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그의 야만적인 행동에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곧 바로 병사와 화포를 보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싸웠지만,
갈 수록 열세를 면치 못했고,
결국, 그의 제자가 그를 배신하고 말았습니다.
단 몇조각의 금붙이때문에,
제자는 스승을 백인 병사들에게 팔아먹고 말았던 거지요.
그는 자신의 제자에게 홀어머니가 있고,
장래를 약속한 처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제자를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마을 사람들도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여, 위대한 파차카막이여,
제영혼을 받아주십시오."
매캐한 연기속에서 그는 단 한줌의 기력을 끌어모아 소리지릅니다.
"네가 섬기는 신은 사탄이야."
그의 마지막 말은 누군가의 조롱에 가로막히고,
불꽃은 더욱 거세집니다.
다시 동화 1.
그후로 선교사님의 유해는 섬의 교회 아래에 묻혔습니다.
여전히 섬나라의 사람들은 그분의 유해가 일으키는 기적을 보러
그 교회에 가지요.
다시 동화2.
그 후로 그의 시신은 바다에 버려졌습니다.
누군가가 기념이라면서 손가락 뼈를 가져가긴 했습니다만....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가 좀더 오래 살아남았더라면,
모든 것을 볼 수 있었겠지요.
마을에 퍼지는 성병과 온갖 질병들....
그리고 멸족해가는 동족들을 볼 수 있었겠지요.
차라리 그가 일찍 죽어버린게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다시 동화.1
그래서 지금 그 섬나라는 평화로 가득하답니다.
에필로그.
남자는 동화책을 덮었습니다. 남자는 씁쓸한 얼굴로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이제 더이상 소년이 아닙니다.
그리고 더이상 어머니가 동화를 읽어줄 나이는 아니지요.
어른이 되어버린 소년은 길을 걸어갑니다.
소년의 길은 누가 찾아줄 수 있을까요?
아무도 알 수 없지요.
이제 소년은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동화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동화를 써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의 동화를 읽는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도 평화로울 수도 없지만,
그의 동화를 읽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상냥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비단 저 동화속의 섬마을뿐만 아니라 실제의 공간도 분명히 존재하겠죠..
어쩌면 그곳의 사람들은 아직도 저 거짓된 포장지를 믿는 사람들도 존재하겠죠..휴..
지금까지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그리고 기독교를 등에 업고 다른 나라에 선교?라는 명분 아래 침략을 했던 나라의 모습을 보면, 여태까지 있었을 기독교의 지나온 일들이 얼마나 저질스러운 것이였을지.... 상상이 됩니다.emoticon_095emoticon_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