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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捌拾玖 태동 六

꽹과리 0 2,825 2006.10.04 18:35
공봉산(蚣蜂山) 공봉검문(蚣蜂劍門)
 
공봉검문은 부상살막에서 세운 용영지구 문파이다. 겉으로는 정도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상 들여다 보면 부상살막에서 동원된 인자들을 용영무림에서 살인청부를 주업으로 돈을 위해 피를 흥정하는 곳이다. 지금의 공봉검문은 이제 시작단계라서 용영무림의 다른 자객방파에 위축되어 그 세가 현저히 작은 편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고토수복이라는 명목아래 구복회에서 요구하는대로 무보수로 임해야하기 때문에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구복회에 매달리는 심정이었다.
 
공봉검문주(蚣蜂劍門主) 시천(市川 : 이찌까와)
 
 
"살막에서 보내주기로 한 시노비들은 아직 멀었는가? 막주의 서신대로라면 덴노께서 이 일에 관심을 보이신다면 본토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곧 있을터 기다리자"
 
 
 
천년 전 대륙에서 열도로 쫓겨난 왜(倭) 
 
 처음 그들은 환국에 뿌리를 둔 환제국 남부 변한(弁韓) 지방의 귀퉁이에 자리잡은 소수 부족국가인 승문인(繩文人)인들이었다. 승문인들은 심성자체가 지독히 개인주의여서 주변 부족들과 담을 쌓고 지내는 관계로 그들의 문화는 지독이 미개하고 야만적이었다. 
 
당시의 부족국가들은 환제국의 남부를 관장하는 가야연합(伽倻聯合)에 종속되어있었다. 가야연합에서는 이들 부족국가에게 환제국의 문명을 전수하였다. 승문인들은 시대가 흐르면서 개인주의 성향에 따라 문명이 너무나 뒤쳐지자 그들도 결국 벽을 허물어 육가야연합에 종속을 자처하였고 육가야연합의 한 곳인 본가야의 문명을 받아들였다. 
 
가야연합이란 환제국 중앙에서 효율적으로 남부 변한지방을 다스리게끔 인정한 독립적인 지방정권으로 본래가 변한 지방에서 일어난 고대 육국의 연합으로 김해의 본가야(本伽倻), 고령의 대가야(大伽倻), 고성의 소가야(小伽倻), 함안의 아라가야(阿羅伽倻) 성주의 성산가야(星山伽倻), 함창의 고령가야(古寧伽倻)가 가야연합에 속하였다. 이 국가들은 각기 주변의 부족국가들은 종속시켜 변한 지방에서 그 세를 유지해왔다. 지금은 환제국 하나로 통합되어 지방정권의 제도가 없어졌지만 당시만 해도 환제국은 환도가 있는 중앙을 제외하고 그 지방에 자치권을 주어 이런형태의 통치방식을 선호하였였다.
 
본가야의 문명을 받아들인 승문인들은 문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에 취해 살아가다가 슬슬 욕심이 일기 시작하였다.
 
 
"우리 승문인들이 본가야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아 다른 부족들을 가르치자!"
 
 
처음 몇차례의 시도는 본가야의 막강한 철갑기마단의 위세에 쫄아들어 망상에 그쳤지만 갈수록 그들의 욕심은 커져만 갔고, 하나의 심병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본가야 몰래 병력을 키웠다. 어느 정도 본가야와 병력차가 대등한 위치에 도달하였고 이제 해볼만하다고 생각하자 승문인들은 심야를 틈타 본가야국의 수도 김해에 기습을 하였다. 이같은 승문인들의 착각은 곧 처참한 현실로 이어졌다. 오랜세월 체계적으로 키운 병력과 급조해서 만든 의용군은 전투력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달랐다. 아무리 기습이라지만 본가야는 오래전부터 승문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본가야의 철갑기마단에 의해 승문인들의 병력은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따로 없었다. 거의 몰살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승문인들은 터전을 버리고 서부 마한지방으로 달아나 변방에 정착하여 살아갔다. 이미 마한지방에는 백제국(伯濟國)과 목지국(目支國)을 주축으로 오십사개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승문인들은 백제국에 종속하여 살아갔다. 시간이 흐르고 백제국은 일왕자와 이왕자간에 왕위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고 결국 이왕자측이 일왕자측에 패해 백제국에서 추방되었다. 이왕자는 재기를 위하여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승문인들의 부족국을 무력으로 점령하였다. 그리고 승문인들 위에 무력으로 군림하여 개국하였다. 국명을 왜(倭)라 정하고 스스로 왕이라 자처하였다. 승문인들은 이왕자를 승문의 구제주라 여기고 정신적인 지주로 받들었다. 한편 백제국의 일왕자는 이왕자가 승문인들 위에 무력으로 군림하며 왕노릇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승문인들을 치기로 결심하고 휘하의 다른 부족국과 연맹하여 왜국을 치기로 하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왜왕은 전쟁을 포기하고 분루를 삼키며 승문인들을 이끌고 정착할 땅을 찾아 동부로 향하였다. 동부의 진한(辰韓) 지방에는 십이개국의 위세가 대단하여 정착할 땅을 찾지 못하고 변방의 용영지구를 찾았다. 그 일대는 환제국의 토착민들과 다른 이민족들이 어지러이 산개하여 살고 있었다. 왜왕은 그곳에 정착하여 나라를 세웠다. 왜왕은 여기서 자신이 하늘의 왕이 되고자 스스로를 천왕이라 자칭하고 토착민들과 일부 이민족들을 정복하여 위세를 넓혀갔다. 
 
왜인들은 정복전쟁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심성을 나타내었다. 승문인들의 피속에 흐르던 개인주의 성향과 백제국 왕위다툼에서 밀려나 잔혹하게 변모한 왜왕의 심성이 어우러져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발전하였다. 그렇게 왜는 용영지구의 한 귀퉁이에서 위세를 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민족 국가들의 힘이 강성해지고 수십여개의 크고작은 이민족 국가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들은 손을 잡고 환제국을 치기로 하였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환제국의 고야응 환인은 용영지구를 이민족들에게 하사하였고, 거기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왜국을 대륙 밖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뭍에서 쫓겨난 왜인들은 척박한 기후의 열도를 찾아 정착하였고 그들 국명을 일본(日本)이라 하였다. 왜인들은 오직 천왕에게만 충성하였고, 천왕의 명이라면 한 목숨 초개같이 내던질 정도였다. 그들의 피속에는 천왕에 대한 절대충성과 함께 잔인함과 이기주의가 흐르고 있었다.
 
오랜세월 대륙과 단절딘 생활을 해오던 왜인들은 척박한 열도에서 독자적인 문명을 쌓아왔다. 대륙정복에 대한 꿈과 피에 대한 잔인한 성향으로 가득찬 천왕가를 포함한 왜인들은 문(文)보다 무(武)를 숭상하여왔다. 지금 일본열도에는 용영지구처럼 수많은 문파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또 해상왕국에 걸맞게 강력한 해상병력과 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척박한 영토에서 그들의 주된 수입원은 해상병력을 이용한 노략질이었다. 대륙 해안을 휩쓸고 다니며 약탈 학살등의 갖은 만행을 일삼았는데 대륙에서는 이러한 일본해적들을 왜구(倭寇)라고 불렀다. 어민들에게는 공포의 존재였다.
 
환제국에서는 수천차례의 대대적인 토벌이 있었지만 워낙 철저하게 점조직에 잡초같아 토벌직후 한동안 잠잠하다가는 다시 횡행하기를 반복하였다.   
 
 
일본 천왕궁(天王宮) 후원(後院)
 
특유의 대머리 두발을 한 일본 강무천왕(强武天王)이 허리에 이도(二刀)를 차고 자신의 키보다 큰 궁(弓)에 죽시(竹矢)를 걸어 하늘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피융 탈칵"
 
 
죽시 일발이 하늘로 날아가고 하늘에서는 무언가 땅에 떨어졌다. 그것은 죽시에 꿰인 한마리의 비둘기였다.
 
 
"이것이 기존 궁태궁(弓胎弓 : 히고유미)을 개량한 신무기 중등궁(重藤弓 : 시게또유미)인가? 굉장하군 등나무 껍질을 감은 것이 이리 위력이 뛰어나다니"
 
 
강무천왕은 중등궁을 옆의 시동에게 건네고 궁 안으로 들었다. 많은 무신들이 모두 자신을 바라보며 꿇어있었다. 강무천왕은 무신들을 쭈욱 돌아보고 말하였다. 
 
 
"드디어 오랜숙원이 이루어질 시기인가? 과거 환제국에서 멸시받던 우리 승문인들이 이제는 세계를 지배 할지니 그동안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발한 여러 신병기들과 외국에서 건네받은 신형 화포들 그리고 과포화 상태의 병력까지 흐흐흐 환대륙출정을 허가한다. 단 용영지구는 피하도록 한다. 거긴 부상살막에 맡기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도록한다. 그 틈에 우리의 본대는 대륙 남부의 부산(釜山)을 친다."
 
 
그러자 앞의 가장 나이많은 노장 석정(石井 : 이시이)이 반문하여 물었다.
 
 
"하지만 그곳은 너무 멀지 않습니까? 아무리 빨리가야 부산포까지는 두 달이 족히 걸리는 줄 아뢰오."
 
"문제 없도다. 부산포의 대마도를 거점으로 삼으면 된다."
 
 
그리고 석정 옆의 다른 노장 산전(山田 : 야마다)이 다시 강렬히 반대 의사를 표방하였다.
 
 
"반대합니다. 그곳은 이미 환제국의 땅이 아닙니다. 게다가 부상살막과 연합한 구원복음회의 다른 일파가 통치하고 있는 곳으로 알고있습니다. 무엇보다 환제국 남부는 환제국에서도 포기 한 곳이며 그 곳의 국력은 아주 대단하여 우리 대일본제국의 국력으로도 통하지 않는......"
 
"산전께서는 우리 대일본제국의 국력을 무시하는 것이오?"
 
 
산전 맞은 편에 앉은 성정이 강성하고 전형적인 군국주의에 물든 노장 삼전(森田 : 모리따)이 강렬히 산전에게 몰아서 물었다.
 
 
"어허 삼전상 제국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오."
 
"그 말이 그 말 아니오 감히 우리 대일본제국의 한계까지 키워온 병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오?"
 
"어허 언성을 낮추시오. 삼전! 여기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소리치는게요?"
 
"험험"
 
 
강성의 노장 삼전은 강무천왕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폐하! 대일본제국의 국력을 무시하는 산전의 말은 듣지 마시옵소서 그리고 신은 페하의 결정에 따르겠사옵니다."
 
 
그러자 삼전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복창하며 동시에 부복하였다. 강무천왕이 석정과 산전을 노려보자 두 노장도 마지못해 부복하여 따랐다.
 
 
"이번 부산포 출정의 총지휘는 백전노장인 석정에게 일임한다." 
 
 
강무천왕은 자신의 야심을 위해서 오래동안 준비해오고 꾸준히 병력까지 키워왔다. 그 병력을 내세워 인근 열도의 소국들을 쳐서 병합하였다. 인근의 어느 소국도 왜의 병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함락되었다. 이 정도면 까짓 환대륙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야심의 첫걸음으로 부산포를 치기로 하였다.
 
 
"이제 환제국을 치고 환제국을 발판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일만 남았다. 기필고 우리 승문인들의 꿈은 이루어지리라. 세상 어느 누구도 강력한 나의 군대를 막지는 못하리라!"
 
 
 
★  ★  ★
 
 
 
대원일이 의식을 잃은지 이틀이 지났지만 대원일은 여전히 깨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진명신의(眞命神醫) 돌팔이(咄捌劙)와 궁궁약제(穹窮藥帝) 풍화(風花) 바람꽃이 바빠졌다. 돌팔이는 자신이 아는 환의학을 동원하여 대원일의 의식을 돌아오는데 매달렸고 바람꽃도 자신의 약리를 동원하여 대원일이 중독된 독물의 금제물을 찾으러 다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흘째 되는 자정 사경을 헤매던 대원일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여긴 어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을 대원일이 헤매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 순간에 암흑이 걷히고 저만치 앞에 깔끔하게 백의를 차려입은 소한이 서있었다. 대원일은 무의식 속에 무작정 그 소한의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가까이 가려하면 갈 수록 소한은 멀어졌다. 포기하면 소한은 다시금 가까운 위치에 나타났다.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소한은 있었다. 하지만 대원일이 움직이면 소한은 멀어졌다. 움직임을 멈추자 소한은 다시 가까워졌다.
 
 
"뭐지? 어떻게 되는거지? 너는 누구지?"
 
"나는 너고 너는 나다!"
 
"니가 나라고? 나? 나는 누구지?"
 
"나는 오래전부터 너와 같이 있어 온 또 하나의 너다. 그리고 너는 또 다른 나이다."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하는 소한이었다.
 
 
"나? 내가 누구지?"
 
"넌 대원일이다."
 
"헛 마 맞아 나는 대원일이야."
 
 
대원일은 모든 기억이 주마등 처럼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중에는 대원일이 모르는 장면도 많이 있었다.
 
 
"이 이건 뭐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기억의 단편들이다. 너 와 나는 오래 전부터 생을 반복하며 살아왔다. 때론 여자 때론 남자로"
 
"그것보다 난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너는 네 의식에 이미 봉인 되었다."
 
"나의 의식?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난 해야할 일이 있어."
 
"불가능 하다. 지금 너와 너의 의식은 이미 죽어버렸다. 이제 다시 내생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너와 내가 자리를 바꾼다.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생을 살게 될 것이다."    
 
"내가 죽었다고?"
 
"그래 넌 조금전 죽었다."
 
"안돼 안돼"
 
"이 번 생은 포기하여라. 흐름을 받아들여라! 현생의 명은 이제 끝났다. 새로운 생을 준비하면 된다. 이제 자리를 바꾸자."
 
 
멀어만 지던 소한이 점점 다가왔다. 대원일은 안간힘으로 도망갔지만 소한과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졌다. 그리고 소한과 하나가 되는 순간
 
 
"안돼!!!"
 
 
대원일의 고함에 다가오던 소한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크윽 정신에 봉인한 영혼십병(靈魂拾兵) 인가? 이미 의식이 없는 현생의 의지가 내생의 의지를 이기다니."
 
 
소한은 비틀거리다 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체념한 듯이 돌아섰다.
 
 
"좋아. 한 번 양보하지 이 번 한 번 뿐이야."
 
 
그리고 소한은 저멀리 암흑 속으로 걸어가며 사라졌다. 사라지는 소한 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으니 빨리 움직이라고. 참 기(氣)는 어디에나 존재하니까 단전에 집착하지 말라고."
 
 
소한의 마지막 목소리가 대원일의 혼백에 울려퍼졌다. 그 순간 대원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복식 호흡법으로 하단전에 기단(氣團)을 만들어 소주천(小周天)을 하고 대주천(大周天)을 완성하면 의식적으로 하단전에 내공이 쌓인다. 하단전이 가득차면 또 한 번의 각성을 통하여 중단전(中丹田)이 열린다. 그렇게 계속 하여 상단전(上丹田)까지 열리면 모든 병마는 물론이고 독에 내성을 지닌다. 더 나아가서는 백(魄)과 혼(魂)과 영(靈)의 기능을 강화하여 혼백(魂魄)의 힘을 키운다. 이러한 공력이 지고(至高)해지면 여의주(如意珠)의 형성까지 가능하고 마침내 득도하여 우화등선(羽化登仙)하게 된다. 상단전이 열리면 만독은 혼백의 힘으로 없앤다. 그리고 상단전을 넘어서면......"
 
 
대원일의 두 눈과 전신엔 천광(天光)이 방광(放光)하여 입가엔 염화시중(拈華示衆)이 어리어 그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양지 바른 곳 수십 명의 사람들 모여있었다. 모두가 남부연합의 요인과 개박병들이었다. 모두가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간간히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관속에 말없이 누은 대원일의 조용히 미소지은 얼굴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 한많은 세상 등지고 영면(永眠)에 드는 대원일이었다.
 
 
"대원일님의 이루지 못한 그 한 저희들이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안히 잠드소서. 그리고 저희를 지켜봐 주십시오."
 
 
횃불을 들고 대원일의 다비(茶毘)를 거행하는, 한 일자로 굳게 다문 인드라의 얼굴에 비장함이 서렸다. 하늘에서는 백우(白雨)가 쏟아져 내렸다. 백우에도 불구하고 대원일의 시신은 불길 속에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대원일의 다비는 하루가 꼬박 걸렸다. 이튿날 비도 그쳤고 다비도 끝났다. 이제 대원일의 유골을 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아니 이게 어찌된 노릇 이지요?"
 
"그러게 정말" 
 
 
수습해야 할 대원일의 유골이 존재하지 않았다. 완전히 다 타버리고 남은 숯만 일부 남아 있었다.
 
 
"화력이 너무 세서 유골까지 다 타버렸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남부연합의 요인들은 황당해하며 그냥 불이 세서 유골이 재만 남았다고 인정하였다. 그렇지 않고는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다비하고 남은 숯과 재를 수거하여 바람부는 해안가에 날렸다. 그리고 다음에 있을 작전을 위해 작전막사로 돌아왔다. 작전 사령관 토루가 해당 지역의 지도를 걸어넣고 작전의 개요를 설명하고있었다. 전 부터 계획하였지만 잠시 미루었던 목포수복작전(木浦收復作戰)이었다.
 
 
"우리는 준비된 차편으로 이변이 없는 한 목포까지 곧장 갈 것입니다. 도중에 있을 신천당이나 주천당의 병력을 만나면 작전대로 반대되는 세력의 복장을 하고 전투에 임합니다. 전투 도중에 있을 도망자는 사살하지 마십시오. 그들의 증언으로 반대세력의 기습으로 여길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통과 해야할 노선은......"
 
 
토루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을 정도의 작전을 거의 완벽하게 구상해 놓았다.
 
 
"우리가 상대할 신천당의 백의천사부대(白衣天使部隊)는 그동안의 정보를 조합해보면 상당히강한 화력으로 무장 한 듯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작전 내용대로 개벽병의 훈련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지원하는 최신 화기들과 여러분들의 일당천(一當千)의 무공이면 능히 공략가능 하다고 봅니다 오늘 작전은 이상입니다."
 
 
막사를 나서는 인드라가 단죽(短竹:짧은 담뱃대)을 입에 물고 연초를 꾹꾹 눌러넣었다. 간단히 삼매진화로 점화하여 한 모금 깊숙히 빨았다. 인드라는 뇌공(雷功)으로 단죽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숙이 흡입하였다. 인드라같은 고수는 연초를 피우는 즉시 뇌(雷)의 힘으로 연초를 태워버린다. 그전 버릇처럼 단죽에 연초를 태우는 것이었다.
 
문득 연초향을 아주 싫어하였던 대원일이 생각났다. 다시 한 모금 깊이 흡입하고, 수평선에 황금색으로 짙게 물든 낙양(落陽:해넘이)을 바라보며 반대로 길게 내 뿜었다. 그러자 왠지 석양에 대원일의 얼굴이 겹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낙양속의 대원일을 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꽹님 거기서 잘 계시죠?"
 
"저야 잘 있습니다."
 
 
환청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꽹님은 연초를 무척 싫어하였조."
 
"알면서 피웁니까?"
 
"......"
 
 
인드라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후벼팠다.
 
 
"술도 안했는데 환청이 들리나?"
 
"이년들아님!"
 
"......"
 
"거 연초좀 피우지 마소."
 
 
이건 분명 환청이 아니었다. 인드라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려다 말았다.
 
 
"에혀 잊자. 이미 가신 분인데. 혹시나 생각을 하다니."
 
"참나 누가 갔는데? 뭘 혹시나해요?"
 
"헉......!!!"
 
 
이 번엔 진짜로 몸을 틀어서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
 
"뭘 사람을 빤이봐요? 내 얼굴에 뭐 묻었나요?"
 
"워 원일님?"
 
"네"
 
 
인드라는 너무 놀라 손에 쥐었던 단죽까지 떨어뜨렸다. 그 곳엔 대원일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연초의 연기를 손으로 날리며 서있었다. 
 
 
"원일님 분명히 돌아가셨는데?"
 
"제가 죽었다고요? 농담도 무슨 그런 농담을 한 숨 푹 자고 일어났구만"
 
"으잉?"
 
 
그 때였다.
 
 
"딸그럭"
 
 
무궁화가 나무토막을 들고 인드라에게 상의하러 왔다가 대원일을 발견하였다.
 
 
"아니 원일아?" 
 
 
무궁화는 너무 놀라 꿈인지 생시인지 대원일의 얼굴을 양손으로 더듬기 시작하였다.
 
 
"사 살았어."
 
 
두 눈에 두 줄기 굵은 눈물을 흘리며, 무궁화는 두 팔을 벌려 대원일을 포옹(抱擁)하였다.
 
 
"살았어 원일이가 살아났어."
 
"아니 누나까지 왜 그래요? 제가 죽기라도 했나요?"
 
 
갑자기 무궁화가 대원일의 따귀를 힘 것 올렸다. 
 
 
"고약한 녀석 살았으면서 죽은척 해?"
 
 
그러면서 다시 대원일을 안아주는 무궁화였다. 대원일은 무궁화가 떨어뜨린 나무토막을 들어 올렸다. 한 자나 되는 나무토막에는 한문이 세로로 길게 음각되어 있었다.
 
 
"이건 뭐에여? 고 다물흥방회 다물총장 천회기협 대원일 신위?"
 
 
그것은 대원일 자신의 위패(位牌)였다.
 
 
"헐 정말 사실이었어 정말 아슬아슬하였군. 각성이 조금이라도 길었으면 크크크"
 
 
대원일은 혼잣말로 인드라나 무궁화가 알아 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다가 자신의 위패를 삼매진화(三昧眞火)로 불꽃도 없이 재로 만들어버렸다. 재로 변한 위패는 바람에 천천히 흩날렸다.
 
 
"헉 원일님"
 
"원일아 너! 내공이 돌아왔구나."
 
 
대원일은 '피식' 웃으며 대답하였다.
 
 
"제가 죽은것이 맞다면 전 죽음 직전에 각성하여 되살아 난 것 같습니다. 심려끼쳐 죄송합니다. 누나 그리고 인드라님."
 
"그런데 다비까지 거행했는데 어떻게?"
 
 
 
그 날 밤 만금천조(萬禽天鳥) 두견(杜鵑) 진달래(眞達萊)의 관사에는 남부연합의 많은 요인들이 모였고 대원일은 진달래 앞에서 자신의 각성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하여 눈을 떠보니 그 곳에 있었습니다."
 
 
진달래는 대원일의 설명을 듣다가 무릅을 '탁' 치며 크게 웃었다.
 
 
"그래 그렇게 된 것이군 모든 것이 풀렸도다."
 
 
진달래는 여전히 이해못하고 궁금해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며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대원일은 다비 직전에 각성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한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다시피 환골달태는 자신의 육체를 재구성 하는 것입니다. 즉 더욱 새롭게 진화를 하는 겁니다. 우리들은 대원일이 죽었다 여겼지만 그 순간 대원일은 가사상태에서 각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관속의 대원일은 무엇보다 평온한 표정이었습니다. 그 때 대원일은 각성중에 나타나는 염화미소(拈華微笑)를 짓는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오행적으로 볼 때 대원일은 화기(火氣)를 타고 나지 않은 몸입니다. 대원일 스스로가 오행공(五行功)을 창안하여 터득함으로 대원일은 화기를 포함한 오행과 상생(相生)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유(闍維)의 순간 순수한 오행기운을 받아들여 환골탈태를 이룬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실 갑니다. 유골이 있지 않았음을"
 
 
진달래는 인생의 연륜처럼 대원일의 설명을 듣고 모든 것 다 간파하고 있었다. 진달래의 설명에 그제서야 모인 사람들도 이해가 되었는지 저마다 탄성을 터뜨렀다.
 
 
 
깊은 밤 대원일은 해안 사구에 서서 저 멀리 천강(天罡:북두칠성)을 바라보았다. 대원일은 죽음의 세계에서 내생과의 대화에서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새로운 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경지로 접어들었다.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으로 통하는 정해진 단전의 틀을 깨고 전신단전(全身丹田)을 만들었다. 즉 대원일의 육신 그 자체가 단전이라는 뜻이다. 또 대오각성 환골탈태 하면서 공력 또한 훨씬 지고정순(至高正純)해졌다.
 
대원일의 오른 손에서 시작된 삼매진화의 불꽃은 오른손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 그러다가 점점 밝아지며 적색에서 주황색으로 그리고 황색으로 변해갔다. 밤이지만 대원일의 주변은 오른 손에서 뿜어져나오는 화광(火光)으로 인하여 적일백천(赤日白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광은 여기서 멈추지않고 더욱 밝은 빛을 뿜어내며 황염(黃炎)에서 백염(白炎)으로 변하였다. 
 
 
"흔히 알고 있기를 화기는 가장 뜨거울 때 백색이 된다고 한다. 전부터 원하던 백염의 경지를 이룩하였다. 하지만 나는 분명 무의식에서 보았다. 내생(來生)의 주위에 타오르는 청염(靑炎)의 기운을! 그건 결코 백염의 아래가 아니었다. 내생과 현생인 나는 같은 영혼이다. 내 반드시 내생의 경지를 넘어 보이겠다."
 
 
대원일이 일으킨 화광을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몰려오기 시작하였다.
 
 
"대공(大功)을 축하합니다. 대원일님"
 
 
인드라가 다가왔다. 인드라는 대원일보다 다흥회에 늦게 몸담았지만 대원일에겐 언제나 형같은 존재였다.
 
 
"인드라님 우리 대련이나 한 번 할까요?"
 
"좋죠. 한 번 해 보입시더."
 
 
그 와 동시에 둘은 사구에서 사라졌다. 뇌전을 터득하여 극쾌(極快)의 경공을 발현하였고, 대원일도 새로운 각성으로 극쾌를 이루었다. 그래서 둘이 동시에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야천에는 전광에 폭렬(爆裂)이 요동치고 화광에 벽력이 으르렁거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개박병 모두가 선망과 경외심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벽력만천(霹靂滿天)"
 
"황염화룡(黃炎火龍)"
 
 
뇌와 화의 기운이 야천에서 서로 충돌하였다. 실제로 불과 번개가 만나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지금은 두 개의 강맹한 기운이 서로 만난 것이다. 두 개의 기운은 서로 합쳐져 야해(夜海)를 밝게 밝히며 수평선 저멀리 날아가 한 순간 태양같은 섬광을 발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날카로운 후폭풍이 불어닥쳤지만 다대포에 쳐진 강력한 절진에 와해되었다. 
 
 
"휴 이거 굉장하군"
 
"극과 극의 충돌인가?"
 
 
어느새 해안으로 돌아온 인드라와 대원일이었다.
 
 
"지난 번 무궁화 누나의 강기와 충돌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원일의 오행신공 때문이다."
 
 
언제 진달래와 무궁화가 다가와있었다.
 
 
"지난 번 그 때는 작은 산 하나가 무너졌지 아마...... 지휘관님 그것이 원일이의 오행신공 때문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원일군의 오행신공은 어떠한 공력과도 상생이나 상극이 되는 무공이므로 상극의 효과엔 지금같은 위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어쩐지......"
 
 
그렇게 밤은 지나가고 출전(出戰)의 날이 밝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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