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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捌拾捌 구사일생 七

꽹과리 1 2,905 2006.08.10 00:08
"누구의 짓인지 변태구만"
 
 
검은 로브의 마법사 쿼 바디스는 죽음과 생명을 다루는 사령술(死靈術)과 영혼을 제어하고 시체를 소생시키는 강령술(降靈術)을 다루는 마법학파 네크로멘시(Necromancy)의 메이지 네크로맨서(Necromancer)이다. 그는 일코느 성이 함락되고 전쟁참사가 일어난 직후 처음 도착한 외지인이다. 네크로멘시 연구용으로 사용할 영혼 채집과 시체 수집이 목적이었다. 남아서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던 잔존병력을 모두 제거하고 일반적인 사령(soul)이 훨씬 고급 사령 스펙터(specter)로 진화한 영혼을 채집할 수 있었다.
 
쿼 바디스는 비교적 사대육신(四大六身)이 잘 발달하고 온전한 시체를 원하였으나 격렬한 전쟁 직후여서 그런지 쿼 바디스가 찾고자 한 그런 시체는 없었다. 그렇게 생명력이 사라진 일코느 성을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는데 그러다 고위 장군이 머물렀던 것으로 짐작되는 호화 침실을 찾아내었다.
 
침실에는 하나같이 안구가 뽑힌데다 난행끝에 살해당한 처녀들의 시신 세 구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안구가 뽑힌 자리에는 남자의 체액으로 보이는 말라붙은 액체가 뭍어있었다.
 
 
"여자의 눈알을 뽑아내고 그 구멍에다 사정이라 변태성향도 가지가지군"
 
 
그러며 쿼 바디스는 자신들의 죽은 시신을 지키고있는 세 처녀의 망령을 바라보았다. 망령에게 있어서 천적이나 다름없는 네크로멘서 앞에서 세 처녀의 망령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떨고 있었다.  
 
 
"보기 드문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처녀의 영혼들이군 단 변태적 난행에 살해당한 충격이 커서 안식하지 못하고 원수가 죽을 때까지 세상을 떠돌것이리라. 그러다가 결국은 소멸하겠지"
 
 
쿼 바디스는 처녀의 영혼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죽음이 억울한가? 나에게 너희들의 영혼을 팔라 그 댓가로 나는 원한의 복수를 약속하겠다."
 
 
쿼 바디스가 주문을 외우며 완드를 흔들자 허공에 빛나는 제령마법진이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처녀들의 세 영혼은 동시에 쿼 바디스가 그린  제령마법진의 중심으로 녹아들었다. 제렬의식이 끝나자 바닥엔 작은 영혼의 핵 세 개가 놓여있었다.
 
 
"일단 찾아온 수확은 있군 전쟁중이라 더이상 좋은 재료를 구하기는 힘들 듯 하니 이만 돌아갈까.."
 
 
그러다 문듯 쿼바디스는 침실에 있는 세 처녀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래 잊어버릴뻔 하였군"
 
 
쿼 바디스는 시신의 얼굴에서 말라붙은 체액을 소령 채취하여 갈무리 하였다. 그리고 정면의 벽을 향해 완드를 흔들며 주문영창에 들어가자 벽에는 하나의 복잡하고 섬세한 마법진이 생성되어 빛나고 있었다.
 
 
"워프 터널(Warp Tunnel)"
 
 
벽의 마법진이 소용돌이 처럼 마구 비틀어 지더니 정 중앙에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은 점점 커져서 사람하나 지나다닐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구멍이 커질수록 처음 밝은 황색이었던 마법진의 색이 지금은 붉다 못해 검은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쿼 바디스는 망설임 없이 벽의 구멍으로 걸어들어갔다. 쿼 바디스가 구멍안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마법진은 효력이 다했는지 급속도로 구멍이 작아지고 벽면의 뒤틀림이 원래 모습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전에 마법진이 사라지자 벽은 공간의 왜곡곡현상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히 부셔졌다.    
 
공간 왜곡의 마법으로 자신이 머무는 초성탑으로 돌아온 쿼 바디스는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서 작은 목갑를 끄집어 내었다.
 
 
"신의 잔재라는 초금속 오리하르콘(Oriharcon)은 구하지 못하였지만 한 때 마계의 금속으로도 알려진 금속의 제왕 애더맨타이트(Adamantite)를 어렵게 구했다. 그리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끝에 애더맨튬(Adamantium)의 마법제련 공식을 완성하였다. 
 
 
목갑을 개봉하자 짙은 남보라색의 금속주괴가 들어있었다.   
 
 
"이제 곧 내 필생의 역작(力作)이 탄생하리라! 으하하하하하"
 
 
 
쿼 바디스 초성탑 지하 실험실
 
3메델스(미터) 크기의 실험대 위에 2메델스가 조금 넘는 금속해골이 누워있었고, 주위로 각종 실험장치가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검은 로브의 쿼 바디스가 실험대 위의 금속해골을 흐뭇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애더맨튬 메탈 스켈리튼 골렘 육체는 다 만들었다. 이제 영혼을 심을 차례이군."
 
 
쿼 바디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일코느 성에서 채취한 요동치 듯이 빛나는 영혼의 핵이었다.
 
 
"그 곳에서 스펙터로 진화한 영혼을 발견한 것은 한마디로 재수였다."
 
 
영혼의 핵은 잠시라도 가만히있지 못하고 쿼 바디스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매우 심하게 요동쳤다. 실험대 위 금속해골의 가슴 속 정확히는 좌측 심장이 있어야 하는 위치 그 곳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작은 구멍이 파여져 있었다. 요동치는 영혼의 핵을 억지로 그 구멍에 끼워 넣고 주문을 외우자 영혼의 핵은 점차 잦아들었다. 손을 떼자 마법진과 구멍은 사라지고 칼같이 날카로운 뿔이 셋 달린 독특한 우두골(牛頭骨:쇠머리뼈)이 초각(峭刻:돋을새김)되어 있었다.
 
계속하여 금속해골의 머리 속 즉 사람으로 치면 골이 들어있어야 부분은 텅 비어있었다. 자신의 머리통만한 자색 수정구를 금속해골의 두부에 갖다대고 주문을 외우자 자색 수정구는 흐물흐물 농아서 금속해골의 머리속으로 스며들었다. 게속하여 주문을 외우자 실험대 위에 그려진 수십개의 보이지 않던 마법진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기 시작하였고, 일순간에 금속해골의 전신은 마법진이 뿜어내는 강렬한 섬광속에 녹아들었다. 
 
 
- 으허어어어어어어  
 
 
어느 순간에 섬광을 뿜어내던 마법진들이 사라지자 실험대 위엔 중장갑주를 착용한 거한이 누워있었다. 거한은 탁한 괴성을 지르며 팔을 마두 휘저었다.
 
 
- 으허어어어어
 
"콰쾅 꽈직 우루루루"
 
 
팔을 한 번 휘 두를 때마다 벽이고 천장이고 마구 무너져 내렸다. 실로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쿼 바디스는  지하 실험실에서 이지를 상실한 듯 난동을 부리는 거한을 어이없이 바라다보았다.
 
 
"어디서 잘못된 것이지?"
 
 
하나하나 이유를 되짚어 보던 중 한가지 결론에 도달하였다.
 
 
"죽음의 충격!!!"
 
 
누구보다 살고자하는 의지가 강했던 한 노예병 그는 누구 보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역부족으로 죽었다. 영혼의 이탈 과정에 삶에 대한 엄청난 집념이 그의 영혼은 스펙터로 진화하였다. 결국 쿼 바디스는 한가지 필요한 마법진을 빼먹었던 것이다.
 
 
"아뿔사! 기억제거 마법진을 빼먹었구나!! 헙"
 
 
거한의 큰 손아귀가 쿼 바디스의 얼굴을 쥐고 들어올렸다. 살짝 쥐었을 뿐인데 쿼 바디스의 두부는 수박처럼 으깨어져 짙은 검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쿵 철푸덕"
 
 
- 으으으으으 크아아아아아아
 
 
중장갑주의 거한은 단 숨에 뛰어서 천장을 부수고 뛰쳐나갔다. 하늘엔 세 개의 만월이 떠있고, 묘지엔 언제나 되풀이되는 해골군대간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쾅 빠지직"
 
 
거한이 휘두른 팔에 해골병사 다섯이 박살나며 하늘로 비상하였다. 박살난 뼛조각들이 사방에 흩어졌고 뼛가루가 어지러이 날리었다. 거한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살아난 파괴욕망의 화신이라도 된듯이 눈 앞에 움직이는 모든 해골병사들을 무차별로 박살내고 다녔다.
 
어느 시점에서 전부를 벌이던 해골병사들이 전투를 멈추고 중장갑주의 거한을 표적으로 노리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해골병사들이 휘두르는 무기에 거한의 갑주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않았다.
 
 
"퍼억 콰직"
 
 
해골병사 하나가 막 거한의 금속신발에 밟혀 산산히 어깨어졌다. 왼팔에 착용한 방패를 한 번 휘두르자 여섯의 해골병사가 박살나 날아갔다. 오른손에 든 대형 둔기로 내려칠 때마다 해골병사들은 달걀껍질 깨지듯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거의 반쯤 무너진 초성탑에서 쿼 바디스가 걸어나왔다. 거한에 의해 박살난 두부는 어느새 원상태로 돌아와있었다.  발 아래에는 자신이 이곳에 와서 처음 만든 해골호위병들이 박살나있었다. 그러나 쿼 바디스는 그리 개의치 않았다. 저멀리 해골병사들을 수수자루 털듯이 박살내고 있는 거한만을 살펴보고 있었다.
 
밤새 지켜보다 만월이 기울자 해골병사들은 그제서야 하나 둘 흩어져서 땅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열심히 해골병사를 때려잡던 거한도 더이상 해골병사가 없자 무엇 때문인지 묘지위에 벌렁 쓰러졌다.
 
 
 
★  ★  ★
 
 
 
"헉헉헉 집요한 놈들"
 
 
한 사나이가 철제 사냥창을 움켜쥐고 고목의 구멍에 숨어있었다. 이 사나이의 이름은 '마린다 레베로' 요행인지 실력인지 프레스트 대삼림의 입구를 돌파하고 머리속에 기억한 지리대로 계속 숲으로 숲으로 이동해갔다.
 
수문을 서던 그린 엘프들은 마린다 레베로를 얕보다 흔적을 놓쳐버렸다. 이 때문에 한 동안은 숲에서 취식을 하며 안전하게 이동한 마린다였지만 며칠 전부터 엘프들이 따라 붙었다. 그것도 그린엘프 일족이 아니고 요정동맹에서 포레스트 프라하를 침입하는 이종족들을 전문으로 추살(追殺)하기 위해 투입한 특수경비대(Special Ranger)였다.      
 
위험을 느낀 마린다는 극히 조심해가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이동하였지만 요정동맹의 특수경비대는 이 마저 다 파악하고 마린다를 집요하게 추적하였다. 게다가 요정족들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야간시각능력까지 있어 이는 마린다에 있어서 전적으로 불리하였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는 선발대의 한 명과 마주쳐 불가피하게 전투까지 치루었다. 상대는 금발의 엘프로 지형을 이용해 교활하게 활로 공격하는 엘프였다. 몸놀림도 다람쥐 같이 재빠른데다 마법궁(魔法弓)인지 시위를 떠나서 박힌 화살은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어 엘프의 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엘프는 창을 사용하는 마린다에게 있어서 상당히 난전이었다. 그 때 마린다는 숲에 불을 질러버리고 숨었다. 당황한 엘프가 나타나서 불을 끄려하다가 마린다에게 제압되었다. 마린다의 예상대로 이들 특수경비대는 어디까지나 숲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부대다. 이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자연발화로 숲이 불타는 경우였다. 그런데 마린다가 불을 질렀으니..... 물론 그 불은 간단한 마법으로 만든 것일 뿐이었다. 마린다는 엘프를 제압하여 소지품을 죄다 빼앗았다. 그리고 나무가지에 적당히 묶어두고 엘프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엘프들은 더욱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타고난 위기감지능력이 아니었으면 죽어도 벌써 죽었을 것이었다. 자다가 눈치채고 도망가길 벌써 몇번인지 모른다.
 
 
"거리는 앞으로 10일...... 갈수록 추적이 심하군 뜨내기 그린엘프들과는 수준이 달라!"
 
 
사냥한 야생 다람쥐의 털가죽을 벗겨내고 간단한 마법으로 익혀서 뼈째로 꼭꼭 씹어먹었다. 그리고 극도의 경계속에 잠자리를 살피며 주변에 여러 트랩을 설치하고 구멍에서 창을 굳건히 쥐고 조용히 잠들었다.
 
 
 
"바스락"
 
 
밤벌레소리 가득한 대삼림에 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왔다.
 
 
"!!!"
 
 
밤벌레 움음소리에 묻혀버릴 정도의 아주 미약한 소리였으나 마린다는 느끼고 반사적으로 창을 쥐고 일어났다.
 
 
"엘프인가? 야생동물인가?"
 
 
극도의 긴장속에 혹 들려올지 모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헉"
 
 
그 때 무엇인가가 마린다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 뭐지? 헉"
 
 
누군가 자신의 등 뒤로 돌아와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이어지는
 
 
"푸칵"
 
 
뒷통수에 둔중한 충격을 먹고 마린다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마린다 주위로 검은 인영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희미한 실루엣을 보아 하나같이 늘씬한 여성들이었다.
 
 
- 옮겨라.
 
 
그 중 우두머리로 모이는 여성이 인간의 목소리가 아난듯한 음성으로 말하자 주위의 여성들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마린다를 들어 밖으로 향하였다. 주위에는 엘프무리가 서있었다.
 
 
"로드의 지엄하신 명이시다. 중심부로 데려가라!"
 
"넷"
 
 
정신을 잃은 마린다는 수족에 마법의 수갑과 족쇄가 채어져 엘프무리에 의해 어디론가 실려갔다.
 
 
 
 ★  ★  ★
 
 
 
청야에 잠식당한 들판에 작은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그 주위로 두 명이 침낭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세리야"
 
"왜요 언니?"
 
"내일 쯤 가져나온 여비가 다 떨어질 듯 하구나!"
 
"그럼 어떻게 해요?"
 
"목적지인 바라돈까지 갈려면 아직 길이 머니까 간단한 일거리 부터 맡거나 아님 방향이 같은 용병들에 묻어가야 할 것 같구나"
 
 
이 두 여성은 수행나온 자매 야쿠모 드 노프렛과 세르프리아 드 노프렛이었다. 원래는 야쿠모가 소량의 자금으로 바라돈까지 가려고 한 걸 뜻박에 세르프리아가 뒤따라온 관계로 소지금은 두 번의 국경을 넘자 바라돈까지 반의 반도 가지 못하고 이내 바닥났다. 여비를 최대한 아끼려 여관은 아예 포기하고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하였다. 간간히 몬스터를 잡아다 팔기도 햇지만 여전히 소지금은 바닥을 향해갔다.
 
날이 밝자 두 자매는 남은 여비로 인근 마을을 찾았다. 강을 낀 제법 규모있는 마을이라 어렵지 않게 용병조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용병조합에서는 출신도 불분명하고 경험없는 두 자매를 용병으로 써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용병조합 규정에 의거하여 조합에 등록된 용병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였다. 제대로 일거리를 받으려면 용병시험을 치르고 용병자격을 얻어 조합에 등록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한 용병들의 말로는 조합의 일거리는 잘나가는 용병단 몇 곳이 꽉잡고 있기에 설사 야쿠모나 세르프리아가 용병자격이 된다고 해도 일거리는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 용병은 운송조합이나 용역조합을 알아보라고 하였다.
 
두 자매는 용병길드를 나와서 용병이 가르쳐준대로 운송조합으로 향하였다. 불행중 다행인지 운송조합에선 마침 상선에서 해수를 퇴치할 마나유저들을 뽑았다. 원래 일꾼은 용역조합에서 병력은 용병조합에서 고용하는게 정석이지만 조합장 임의대로 뽑을수도 있었다. 마나 검증에서 세르프리아가 마나 볼트로 쓰레기통을 날려버리자 둘은 바로 채용되어 선불을 조금 받고 상선에 탑승하였다. 상선은 바다로 나가 두 달간 항해하여 여러 섬을 돌아 종착지로 가는데 그 곳은 바라돈에서 삼천키로 가량 남서로 떨어진 섬이었다. 결국 거기서 또 갈아타야 하는 것이다. 여비만 넉넉히 있다면야 여기서 곧바로 바라돈행 여객선을 타겠지만 두 자매는 아쉬운대로 이 방법을 택하였다. 
 
조합측에서 제공하는 여관에서 하룻 밤을 지낸 두 자매는 아침 일찍 도크로 향하였다. 두 자매가 타게 될 상선은 그리 크지 않은 소형 캐러벨급 범선으로 정식 명칭은 '돌핀'이었다. 인부들이 분주히 짐을 실어나르고 있는 가운데 두 자매는 배정받은 선실을 확인하고 갑판위에 서서 저멀리 동이 터오르는 강을 보고 있었다.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에 두 자매의 긴 머리카락이 길게 흩날렸다.
 
태양의 바라보는 두 자매의 미모에 인부들이 힐끔힐끔 바라보느라 일이 제대로 되지않자 완장을 찬 감독관으로 보이는 자가 다가왔다.
 
 
"저기 실례지만"
 
"무슨일이죠?"
 
 
세르프리아의 대답에 감독관은 미모에 얼굴을 붉히며 대답하였다.
 
 
"저기 말인데요 인부들 애태우지 말고 저 쪽 후미로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야쿠모는 감독관이 말하는 뜻을 알았지만 세르프리아는 뭔말인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세르프리아가 어리둥절 하고 있는 사이 야쿠모는 세르프리아의 손을 잡아다 끌었다.
 
두 자매가 그나마 인부들이 없는 후미로 오자 그 곳엔 경장갑주를 입은 용병이 낚싯대를 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두 자매는 귀족가문에서 자란지라 낚시는 말로만 들었을 뿐 직접 보지는 못하였다.
 
 
"언니 이 사람 낚시하는거야?"
 
"그런가 보구나"
 
 
둘이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용병이 갑자기 낚싯대를 들어올렸다. 낚싯대는 마치 활처럼 구부러졌고 낚싯줄은 '피잉 핑' 소리를 내었다.
 
 
"이거 큰놈이 물었구나"
 
 
용병은 낚싯대를 내렸다 들었다 를 반복하며 물고기의 힘을 빼고 있었고, 두 자매는 이걸 마냥 신기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머 언니 고기가 물었나봐!"
 
 
한 시간 동안 용병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자 물고기도 지쳤는지 서서히 수면위로 깨알같은 점이 찍힌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왔다 크다! 거기 아가씨들 떠들지말고 뜰채좀 이리 줘봐요!"
 
"......"
 
"고기 도망가겠어요 뜰채좀 줘보라니까요!"
 
 
용병의 외침에 두 자매는 묵묵부답이었다.
 
 
"언니 뜰채가 뭐죠? 이 용병이 우리에게 뭘 달라는 거죠?"
 
"나도 잘 모르겠구나"
 
 
두 자매의 대화를 듣던 용병은 이마에 힘줄이 불거줘 두 자매를 바라보며 고함을 버럭질렀다.
 
 
"뜰채 몰라요 뜰채! 거기 세워진 것"
 
 
용병이 가리킨 곳에는 기다란 막대 끝에 둥근 철사와 얼기설기 그물이 붙은 것이 있었다.
 
 
"이 이거 말인가요?"
 
 
야쿠모가 뜰채라는 것을 들어서 용병에게 전하는 순간 '뗑' 하는 소리와 함께 용병이 뒤로 벌렁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용병은 일어서서 줄이 터진 낚싯대와 두 자매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강도 한 번 바라보았다.
 
 
"어휴"
 
 
한 숨을 쉬고는 다시 두 자매를 바라보았다.
 
 
"아가씨들 뜰채 몰라요? 낚시하는 것 처음 봐요?"
 
"어머 죄송해요 저희는 내륙 필리아 왕국 출신이라 낚시라는 건 말만 들었어요"
 
"아 이런 이거 모르셨다니 제가 더 죄송하군요."
 
 
용병은 뒷모습을 볼 때 보다 이십대 후반 정도로 훨씬 젊어보였다. 그는 뜰채를 들며 말하였다.
 
 
"이건 낚시에 걸린 몰고기를 건져 올리는 도구입니다. 뱃전이 높아서 낚싯대의 줄을 길게 사용 하거든요."
 
 
친절하게 설명을 하며 터진 줄을 새로 이어서 미끼를 바늘에 걸어 강에 드리웠다.
 
 
"여긴 '레오파드 캣피쉬'라는 어종이 자주 잡히는데 이 지역 특산입니다. 맛도 아주 좋죠. 아까 놓친 것도 레오파드 캣피쉬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에 들고 있는 낚싯대에 무게가 전해졌다.
 
 
"이런 왔습니다."
 
 
젊은용병은 아까와는 달리 그리 힘 안들이고 이번엔 30셀로(센티미터) 가량의 고기를 낚아 올렸다. 주둥이에 여섯 가닥의 수염이 난 물고기의 온몸에는 깨알같은 점이 가득하였다. 레오파드 캣피쉬 즉 표범메기라 불리는 어종이었다. 파닥대는 물고기의 입에서 바늘을 빼어 옆에 있는 양동이에 던져 놓았다. 양동이 안에는 금방 잡은 것 까지 쳐서 40셀로 전후의 레오파드 캣피쉬들이 들어있었다.
 
 
"별로 크지는 않지만 이 정도는 먹을 만 합니다. 아직 공복이라면 따라오십시오."
 
 
용병은 조구와 양동이를 들고 어디론가로 향하였다. 두 자매도 그냥 말없이 따라갔다. 셋이 간곳은 상선 내에 있는 주방이었다. 아직 출발하지 않은 관계로 식사는 여관등지의 식당에서 하는지라 선내의 주방은 비어있었다. 용병은 능숙하게 잡아온 물고기의 배를 갈라 내장을 발라내고 칼질하여 한 접시 가득 회를 썰어 두 자매에게 내왔다.
 
 
"내륙 분들은 맛보지 못하는 회입니다. 드셔보십시오. 이렇게 포크로 한 점을 찍어서 여기 소스에 발라서 먹는 겁니다."
 
 
용병이 친절하게 자신이 먼저 한 점을 찍어 먹자 야쿠모가 먼저 용병이 하는대로 포크로 회를 찍어서 소스에 발라서 입으로 가져갔다. 처음 맛보는 회의 맛에 야쿠모는 한 참을 우물거리다가 삼켰다.
 
 
"육질이 담백하고 곁 들여진 소스의 맛이 아주 좋은데요. 세리 너도 먹어보렴."
 
 
세르프리아는 언니의 눈치를 보며 언니 따라서 한 점 입으로 가져갔다.
 
 
"와 언니 맛있어 맛있어!"
 
 
두 자매는 체면이고 뭐고 정신없이 새로운 맛에 몰입해갔다. 용병은 피식 웃으며 남은 물고기를 요리하기 시작하였다.
 
 
 
야쿠모와 세르프리아 두 자매는 어느 덧 선실로 돌아와 침대에 말없이 누워만 있었다. 둘의 복부는 마치 임신한 여성처럼 터질듯이 부풀러 올라있었다.
 
 
"너무 많이 먹었어 언니 배가 터질 것 같아. 그런데 또 먹고 싶어 레오파드 캣피쉬 요리"
 
 
그 때였다.
 
 
"똑 똑 똑"
 
 
선실에 누군가가 노크를 하였다. 야쿠모가 힘들게 일어나 문을 열어주니 그 용병이 갈색액체가 들어있는 손가락 크기만한 약병을 들고 있었다.
 
 
"무슨일이신지?"
 
"아 두 분 께서 좀 전에 너무 과식 하는 것 같아서 소화용 포션을 들고 왔습니다. 유명한 사제님이 만든 소화제라 아주 잘들어요. 하나씩 드십시오."
 
"아 세심한 배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뭔 별 말씀을요."
 
 
용병은 그냥 웃으며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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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세르프리아 2006.09.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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