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捌拾 구사일생 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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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捌拾 구사일생 三

꽹과리 0 3,926 2006.05.15 17:20
"아 눈부셔!"
 
 
좁은 실내에 침대위 대머리 사나이가 창가를 통해 비치는 눈부신 햇살을 얼굴에 가득 받고 눈을 뜨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
 
 
대머리 사내는 상체만 일으켜서 실내를 둘러보았다. 처음보는 문양의 벽지, 이색적인 가구, 그리고 자신이 누워있던 온돌도 아닌 이상한 침상 이 모든 실내의 풍경이 왠지 대머리 사내의 눈에는 상당히 낯설고 이질적으로 보였다.
 
 
"으음......으으으"
 
 
이 곳이 어디며 자신이 어떻게 이 곳에 누워있는지 생각 살수록 머리속은 뒤죽박죽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정리되지 않았다.
 
 
"으으윽 나 나는 누구 우욱"
 
 
생각하면 할수록 알 수없는 두통이 밀려왔다. 결국 그는 기억을 되살리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두통도 싹 가라앉았다.
 
 
"후유" 
 
 
이불을 걷고 일어나며 우연히 자신의 가슴과 배를 보게 되었다. 명치에서 부터 낭심 바로 위까지 긴 자상(刺傷)이 아물은 자국이 보였다.
 
 
"이 이건? 으으윽"
 
 
역시나 자상이 생긴 까닭을 생각하려하자 다시금 머리가 쪼개질듯 아파왔다. 무의식적으로 아픈 머리를 만지자 정수리 쪽에 작은 상처가 만져졌다. 피부를 꿰맨 듯한 자국... 그 곳은 뇌호혈(腦戶穴)이었다. 누군가 악랄한 방법으로 대머리 사내의 뇌호혈에 어떠한 금제를 가한 것처럼 보였다. 뇌호혈은 급소 중에 급소로 뇌호혈에 자칫 충격을 받는다면 그 사람은 자칫 영원히 백치(白痴)로 살아가야한다.
 
대머리 사내가 뇌호혈 상처부위를 만지자 두개골을 송곳으로 마구 짜르는 느낌이 가해져왔다. 가려운 느낌이 들어 더 긁고 싶었지만 고통으로 인해 그는 긁기를 포기하였다. 그는 혼란하고 탁한 안개같은 기억을 애써 떠올리려 하지않았다.
 
 
"휴"
 
 
침대에서 내려오니 처음 보는 느낌의 목혜(木鞋:나무신)가 한켤레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목혜를 신었다. 마치 제 것인 모양 발에 꼬옥 맞았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 창밖을 바라보니 자신은 있는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음 을 알았다.  창문을 닫고 이번엔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제법 큰 거실이 나왔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모두가 기억은 안나지만 상강히 낯선 느낌이들었다. 불곰의 모피로 만든 모전(毛氈), 천장의 휘황찬란한 오색 조명등 등 여러가지 거실의 풍경이 그의 머리속에 알지못할 혼란으로 다가왔고, 동시에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한 참이나 그 자리에 앉아 머리를 감싸쥐고써야 두통은 겨우 가라앉았다. 
 
 
"휴"
 
 
정신을 진정시킨 그가 무거운 머리를 하고 발 닿는데로 거실을 빠져나와보니 넓은 정원이 나왔으여 정원 여기저기 잔뜩 피어난 기화이초(奇花異草)의 선연한 향기를 맡자 머리속의 두통이 가시기 시작하였다. 
 
 
"음 후아"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자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지기 시작하였다.
 
 
"깨어 나셨습니까?"
 
 
흠칫하여 뒤를 돌아보자 정원의 입구에는 훤칠한 키에 칠흑 같은 긴 생머리를 기른 약관 정도의 장한이 서있었다. 그 장한은 대머리 사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걸어왔다.
 
 
"누 누구?"
 
 
대머리 사내가 보기에 상당히 낯이 익은 얼굴이었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알 듯 모를 듯 머리속은 다시 혼란해지기 시작하였고 동시에 엄청난 두통이 찾아왔다.
 
 
"으 으윽"
 
"아니 왜 그러십니까?"
 
 
장한이 얼른 달려와서 그를 부축하였다. 생각을 잊자 두통은 다시 사라졌다.
 
 
"??!! 형님 저를 모르십니까?"
 
"누 누구세요?"
 
"접니다! 형님 아거성(鴉鶋星) 묵천아(墨天鴉) 구로우(鸜顱吽)"
 
"구 구로우? 크아아아"
 
 
대머리 사내 그는 별안간 머리를 감싸고 구르기 시작 하다가 급기야 고통으로 기절하였다.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대머리 사내를 그 곁에서 흑색 경장(輕裝:가벼운 차림)의 두 장한이 걱정스런 눈길로 실신하여 누워있는 대머리 사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에 튜닉(웃옷)과 주름진 브리치스(바지)을 입고 어깨에 고짓을 걸친 장한이 구로우라는 장한에게 물었다.
 
 
"왜지?"
 
 
그러자 구로우가 대답하였다.
 
 
"아무래도 앰니샤(am·ne·sia) 같습니다."
 
"앰니샤라면 환어(桓語)로 기억상실증(記憶喪失症)이 아닌가?"
 
"네 애초 우리에게 발견 된 것도 천운(天運)입니다. 대륙에 있어야 할 분이 해적섬에서 도살(盜殺)된 고래의 위장속에 들어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본국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주주삼 형님 같은 고수가...... 그리고 또 뇌호혈의 상처는? 도대체 신변에 무슨일이?"
 
"일단 회(會)로 통신을 띄우자"
 
"네"
 
 
이 둘은 사실 악명 높은 해적의 천적인 캪틴 크로우이다. 두 명다 본래가 다흥회 출신으로 서역마공의 달인들이다. 다흥회 연합총장 일언에게서 모종의 밀명을 받고 고국을 떠나 머나먼 여기까지 온 것이다. 칠대성왕의 일 인인 아거성 묵천아 구로우와 구요룡의 일 인인 수요룡(水曜龍) 현지오(玄地烏) 거래이(鉅鶆魑), 둘은 위장된 신분으로 일 년에 걸쳐서 이 곳 팬덜래사 대양까지 흘러왔다.
 
그 때 처음 도 착 한 곳이 판지아 대륙 북주의 해양 강국인 타이랜트 제국이었다. 사악한 그린 드래건 ‘봄스’를 퇴치하여 타이랜트의 제왕눈에 들었고 제왕은 둘에게 호의를 베풀고 제국에 묶어두었다. 그리고 근해에 악랄한 칠대 해적의 소탕을 목적으로 일 년 계약 하였다. 
 
둘은 중소 해적들을 공격하여 털어먹은 보물로 판지아에서 가장 희귀하고 가장 야물며 황금보다 비싼 곤드왜너 랜드의 특산 흑철목(黑鐵木:아이언 우드)을 사서 제국 몰래 배를 만들었다. 그린 드래건의 레어에서 찾아낸 각종 마법책으로 크게 대공(大功)을 이루어 컨저레이션(Conjuration) 텐 클래스 마스터가 된 거래이는 흑철목으로 만든 배 블랙 크로우를 골렘(Golem)으로 만들어 생명을 부여 하였다. 그리고 그 배로 둘은 육 개월 만에 악명 높은 칠대 해적을 비롯하여 겁없이 덤비는 군소 해적들까지 모두 토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랜트의 제왕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일년을 채울 것을 요구하며 블랙 크로우까지 압류하자 둘은 작정을 하고 그 날 이만 여명의 타이랜트 제국군을 돌파하여 블랙 크로우를 탈취하였고, 그 직후 둘은 바다를 가로막은 타이랜트 제국 해군을 비웃으며 블랙 크로우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유유히 사라져갔다. 
 
둘은 예전에 토벌 해둔 해적섬 스컬 아일랜드를 본거지로 만들고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게 섬 전체를 포함하여 십이 해리 안에 무공과 마법을 접목하여 강력한 결계와 강력한 미궁진을 쳐 놓았다. 해적섬 스컬 아일랜드의 증발에 대하여 해적들 간에 해저화산이다 뭐다 말이 많았지만 대다수가 블랙 크로우의 공격에 해저로 가라앉았다고 믿었다. 아무튼 둘 캪틴 크로우가 스컬 아일랜드에서 조용히 지내는 동안 팬덜래사 해역은 다시금 해적들이 판을 치게 되었다.  
 
오랜 공백을 깨고 캪틴 크로우가 센 헤크먼의 토벌에 나선 이유는 그 날 따라 디버네이션(Divination) 나인 클래스 마스터 구로우 즉 레이븐크로우가 하루의 일과를 타롯카드(Ta·rot card)로 점을 쳐 그대로 행하였기 때문이었다.
 
 
 
★  ★  ★
 
 
 
"♪~~♬"
 
 
지글롯으로 부터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지 토트는 콧 노래를 부르며 어느 덧 육지가 보이지 않는 대양까지 배를 몰고 나왔다. 손가락 끝에 침을 묻혀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가늠 하는가 하면 해수의 수질을 꼼꼼하게 살폈다.
 
 
"좋아 완벽해 그럼 오늘도 한 마리 낚아 볼까?♬~~"
 
 
그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돛을 다 걷어올리고 선미로 가서 방습포를 걷어내고 레버를 잡고 돌리자 ‘그그그’ 기계 마찰음이 들리며 소형 기중기(起重機)가 갑판 위로 모습을 들어내었다. 그 기중기 끝에는 어른 손가락 굵기 정도의 와이어가 도르레에 감겨져 있었고 와이어 끝에는 예리하게 보이는 큰 갈고리가 달려있었다.
 
토트는 여전히 흥얼거리며 갑판 위에 말리던 생선 두 마리를 집어 갈고리에 꿰고 옆의 다른 레버를 돌리자 도르레에 감겨있던 와이어가 서서히 풀려 닻처럼 바닷 속으로 가라앉았다. 어느정도 내려가자 레버를 고정시키고 조타실로 뛰어가 조타기 양 쪽의 검은 레버를 움직이자 양 선측에서 수차가 튀어나오고 접혀있는 날이 펼쳐지자 갑판보다 높았다.
 
 
"흐흐흐 자! 또 시작 해볼까?"
 
 
토트가 조타기를 잡고 아래에 있는 검은 페달을 살짝 밟자 선축의 수차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배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거금을 주고 장만한 MSPP(Mana Stone Power Plant)다."
 
 
토트는 거액을 들여서 암시장에 흘러나온 마나동력기를 구입하여 자신의 커터급 선박에 수차형 외륜 동력기로 개조하여 장착하였다. 배는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하여 꽤 빠르게 수면을 가르며 쏘아갔다. 토트는 조타기를 움직여가며 해상에서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몇 번인가 게속 되풀이 하여 해상에 원을 그리는데 어느 순간 배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물었구나."
 
 
토트는 급히 배를 멈추고 조타실에서 빠져나와 선미의 기중기에 다가가서 준비된 좌석에 앉아 레버를 돌려 와어어를 감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와이어 끝에 무엇이 달렸는지 와이어는 선수와 반대 방향으로 팽팽해지기 시작하더니 더이상의 힘으로 와이어를 감는건 무리였다.
 
 
"아주 용을 쓰는 구나! 이놈"
 
 
토트가 기중기 좌석 아래에 돌출된 페달을 밟자 선측의 수차가 다시금 맹렬하게 회전하며 토트의 배는 다시 속력을 내어 큰 원을 그리며 수면을 차고 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그렇게 움직이다 토트가 페달을 떼고 와이어를 감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몇 번을 되풀이 하자 저 만치 힘겨루기를 하던 상대의 검은 실루엣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 대중으로 대충 보아도 어림잡아 3 메델(1메델 = 약 1미터)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어류였다. 드디어 힘이 다했는지 상대는 토트가 와이어를 감는 대로 힘없이 딸려왔다. 그리고 수면위로 검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이언트 파라쿠다로군 제법 되겠어 클클"
 
 
토트는 작살총을 챙겨 들고 약간의 반항을 하는 생선의 머리에다 약 1메델 길이의 작살을 쏘아서 작살의 끝을 선미에 돌출된 고리에 능숙하게 묶고 생선의 아가리에서 갈고리를 빼내었다. 다시금 작은 생선 두 마리를 갈고리에 꿰어 바다에 던졌다. 
 
이 날 토트는 다섯 마리의 대형어류를 잡아서 선미의 고리에 묶어서 당당하게 지글롯의 어판장으로 향했다. 항구의 어부나 인부들은 모두 귀항하는 토트를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여~ 토오트 오늘도 짭짤하게 잡아오는 구만 커터급 선박으로 이런 대어들을 한 마리도 아니고 다섯 마리 씩이나 잡아오더니 정말 대단해 비밀이 도대체 뭔가?"
 
"비결은 뭐 고기 많은데서 잡는 거지 뭐"
 
"이 친구 끝까지 안가르쳐주는군 허허"
 
 
어판장의 같은 또래 거간(居間) 일을 하는 잭이 토트를 보고 반기며 비결을 슬쩍 물었지만 토트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잭 오늘도 잘 부탁하네"
 
"맡겨만 두라고"
 
 
그 날 토트가 잡은 다섯 마리의 대어는 아주 좋은 값에 낙찰되었다. 어판장을 나오는 토트에게 잭이 한 마디 하였다.
 
 
"이따 알비노 굴(Albino Gull)의 붉은 고양이 수염을 만져봐"
 
 
토트는 못 들은 척 아무런 대꾸없이 그 냥 잭을 지나쳐갔다.  도크에 배를 계류한 토트는 곧장 선창가에서 가장 큰 술집 ‘알비노 굴(흰 갈매기)’로 향했다. 바의 끝자리에 앉은 토트는 기본적으로 싸구려 럼(Rum)을 주문하고 바 위에 상식된 붉은 고양이 조각을 매만졌다. 그리고 작게 말린 쪽지를 손에 쥐고 단 숨에 럼을 마시고 술집을 나왔다. 배로 돌아온 토트는 선실에서 그 쪽지를 읽어내려갔다.
 
 
‘샤크 일레븐 킬러 토트!
 
자정에 가까운 란쳇왕국의 도노항으로 가라. 
 
그곳에 12번에 준비 된 붉은 바지(barge:거룻배의 일종)를 타고가 
 
여왕의 여왕과 두 공주를 죽여라!
 
※ 이 쪽지는 개봉 후 5분 후에 자동 소멸함’
 
 
토트가 다 읽자 쪽지는 붉은 색으로 변하는 가 싶더니 이내 불이 붙어 사라졌다. 토트는 즉시 채비를 하고 도크를 벗어났다. 란쳇왕국은 포미왕국보다 세 배는 더 크고 인구도 몇 갑절은 더 많은 유서깊은 왕국이다. 그 중에 도모항은 지글롯 항보다 못하지만 예로부터 고관대작의 유람선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팬 리차드 70의 고령, 란쳇 왕국의 으뜸 가는 대 부호... 갤리온급 선박만도 수십척에, 이름난 금광이 세 곳, 란쳇을 비롯한 주변 왕국에 세운 그의 사업체까지 따진다면 가히 일 국을 우습게 살 정도... 현재 부인과 애첩 사이에서 3남 4녀를 두었으며 자식간에 재산을 노린 암투가 진행 중이군 의뢰 내용은 리차드 3세의 젊은 애첩 도리슨여사와 그의 두 딸을 제거 하는 것. 의뢰주는 팬 리차드 쥬니어. 도리슨 여사는 원래 창부 출신이라 아주 음탕하다. 그의 두 딸도 어미를 닮아 귀족가에선 발정난 암캐로 통하지..."
 
 
토트는 의뢰내용을 다 파악 하고 있었다. 12번 도크에는 미리 준비된 붉은 바지선이 있고 젊은 선부(船夫)가 노를 쥐고 있었다. 토트는 바지선에 타서 저 만치 떠잇는 큰 배를 바라보았다. 갤리온 급의 대형 범선이 밤인데도 불구하고 파티가 있는지 조명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간간히 폭죽 터뜨리는 소리까지 들려왓다. 
 
 
"팬 리차드가 애첩 도리슨에서 선물한 호화 유람선 ‘마린 퀸’ 현재 저 배에서는 도리슨여사의 40세 생일파티가 계속 되고있다."
 
 
노를 젓던 선부의 말이었다. 토트가 바지선 옆으로 손을 물속에 집어 넣자 곧 비닐에 묶인 무언가가 올라왔다. 위조된 란쳇왕국의 신분증과 초대장 그리고 필요한 귀족의 복장 등이었다. 바지선을 몰아 마린 퀸호에 가까이 다가가자  패트롤 보트(Patrol boat) 즉 순시선(巡視船)이 검문을 위해 다가왔다. 그리고 마린 퀸의 가드 맨(Guard man)으로 보이는 자가 정중히 물었다.
 
 
"실례지만 어떻게 오셨습니까? 초대된 분이 아니라면 돌아가 주십시오."
 
"여기 초대장이오."
 
 
위조 초대장을 건네자 가드 맨은 랜턴으로 비추어 초대장을 확인하며 물었다. 그  때 토트는 변장을 완벽히 끝내고 중후한 중년 귀족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왜 지금 오십니까? 신분증도 부탁드립니다."
 
 
토트는 별 말 없이 위조된 신분증까지 보여주었다. 가드 맨이 보기에 틀림없는 란쳇 왕국의 철인(鐵印)이 찍힌 귀족만이 가지는 신분증이었다. 그리고 초대명부에도 해당 이름이 보이자 가드 맨은 아무 말 않고 통과 시켜주었다. 
 
패트롤 보트를 지나 마린 퀸에 올라선 토트는 선내를 돌아보며 제거대상을 찾아다녔다. 마린 퀸에는 그 비싼 마나 램프를 가로등 처럼 곳곳에 세워 선상은 아주 화려하면서도 밝아 사물의 분별에 어려움이 없었다.
 
숙소등은 이미 다 파악한 상태였지만 제거 대상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저 멀리 선미에서 귀족가의 자재 인 듯한 남자랑 어울리는 표적 하나를 찾았다. 도리슨 여사의 막내 딸이었다. 그 녀는 난간에 기대어서 귀족가의 자재가 자신에게 잘보이려고 해주는 뻥튀긴 영웅담에 빠져 있었다. 
 
 
‘저 표적은 아주 쉽군’
 
 
그 둘을 바라보며 토트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손목에 감긴 미세한 조사(낚싯줄)를 풀었다. 조사 끝에는 검은색 조침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표적과 2 메델의 걸리를 두고 나란히 난간에 기대었다. 그리고 몰래 조침을 날렸고 조침은 표적의 드레스에 가서 걸렸다. 토트는 힘을 주어 조사를 ‘확’ 잡아 당기자 조침이 빠지면서 대상은 순식간에 중심을 잃고 배 밖으로 떨어졌다.
 
 
"꺄아아악"
 
"첨벙" 
 
"리차드씨의 영애가 빠졌다. 누구 없어?"
 
 
금방 까지 대화를 나누던 귀족가의 자재는 다급히 주변의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하였다. 배에서 떨어진 대상은 대상은 물에 용케도 가라앉지 않고 수면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허우적 대고 있었다. 그 때 토트가 입에 문 파이프에 힘을 주고 불었다.
 
 
"훅"
 
"끄으윽"
 
 
물에 빠진 표적은 잠시 허우적 대다 가드 맨들이 구하러 뛰어 들었을 땐 이미 숨이 끊어져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나 끝"
 
 
토트는 손목에 풀려난 조사를 감으며 유유히 선미에서 빠져나왔다. 토트가 입에문 파이프는 사실 작은 불로건이었고 거기서 물에 녹는 재질의 독침이 발사되었다. 독침을 맞은 표적은 온 몸이 마비되어 가라앉아 버렸다. 독침은 당연히 녹아 없어졌고
 
토트는 어수선한 선미의 사고로 사람들이 모두 물려가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연회장의 천장에 숨어 들었다. 마침 저만치 딸의 사고를 전해 들은 도리슨여사가 가드 맨들과 함께 달려 나오고 있었다.
 
 
"연금술사들이 마법으로 만들고 마법으로 코팅한 드라이아이스 실침"
 
 
장갑 낀 토트의 손에는 한 뼘 정도의 아주 가늘고 긴 바늘이 들려져있었다. 그리고 양 소매에서 30셀로(1셀로 = 약 1센티)의 파이프 두 개를 꺼내어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와 합쳐 조립을 시작하였다. 어색 하지만 한 어느새 자루의 총이되었다. 특수하게 만든 탄창에 드라이아이스 실침을 집어 넣어 장전하였다.
 
 
"비싼 일회용 물품이므로 실패따윈 하면 안된다."
 
 
토트는 도리슨여사의 드레스 위로 들어나는 등의 맨살을 향해 정조준 하여 발사하였다. 실력대로 드라이아이스 실침은 빗나가지 않고 도리슨여사의 등의 갈빗대 사이를 깨끗하게 뚫고 들어갔다.
 
 
"윽"
 
 
도리슨 여사는 일순 비틀 거렸으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나 선미로 뛰어 갔다.
 
 
"체내로 들어간 드라이아이스 열두 시간안에 사망하리라."
 
 
한 번 사용한 드라이아이스 총을 분해하고 그 곳을  내려와 유유히 선미로 되돌아갔다. 그 곳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거기서 가드 맨들은 어떤 위험을 느꼈는지 도리슨 여사의 음탕하기로 소문 난 큰 딸을 호위하여 숙소로 사라졌다.
 
그 걸 목격한 토트는 재빨리 반대 쪽으로 돌아가 미리 파악해 둔 큰 딸의 숙소로 숨어들었다. 서민들은 꿈도 못꾸는 아주 비싼 매직 샹들리에로 환하게 밝혀진 룸은 아주 호화로웠고 온갖 사치스런 장식이 눈을 요란하게 만들었다. 토트는 침대 아래로 숨었고 곧 표적이 들어왔다. 가드 맨들은 아마 문 밖에서 지키리라. 도리슨 여사의 큰 딸은 힘없이 다가와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아마도 물에 빠진 동생이 걱정 되는 듯 하였다. 그리고 그 때
 
 
"꺄악"
 
 
침대 아래에서 두 손이 뻗어나와 순식간에 그 녀를 침대 아래로 끌어 당겼다. 도리슨 여사의 큰 딸은 별 반항도 못하고 침대 아래로 끌려갔다. 잠시 후 토트가 기어나왔다. 룸을 두리번 거린 그는 선측에 난 창을 열고 빠져나와 갈고리를 이용하여 매끄러운 선벽을 타고 내려와 밤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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