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안에서 발견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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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버스안에서 발견한 일상

인드라 1 3,015 2006.02.13 15:05

할일은 태산이고 이것저것핑계로 미루어 놓은 일이 가슴을 짓누른다.
벌써 담배한깨피를 물다가 차한대를 노치고 말았다.
핸펀의 시간을 보면서 급한 마음을 달랬다. 아냐..아직도 30분은 여유가 있어...

다행스럽게도 결국 배차시간을 오랜만에 지킨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안은 금방 추워진 날씨 탓인지 창문을 꼭꼭닫고있었고 에어컨은 켜지지않았다.
사람들의 냄새가 퀘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핸펀에서부터 이어진 줄을 귀에 꽂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청년
아침화장을 하지않아 빨간야구모자를 깊이 눌러쓴 아가씨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좁은 차의 통로를 점거한 할머니들
그리고 그위에 버젖하게 앉은 할머니들의 입담....시끌벅적하기만 하다.
그래도 창밖에는 유리구슬같은 햇빛이 나른한 오후를 예고하고 있었다.

나는 행복론이란 책을 들고 길게 잘빠진 다리를 가진 아가씨 앞에 섰다.
물론 의도적이다.
가끔 책을 보다가 피로해진 눈을 아가씨의 다리를 감상하며 푸는것이다.  ㅋ
무욕이라했던가 불혹이라했던가 어느고인의 말은 다 쓰잘떼기 없는가보다.
버스는 사정없이 덜컹거리며 배차시간을 지켜려고 달린다.
가끔 내리막길을 곤두박질 칠때면 여자아이들의 놀란 비명소리도 들린다.."우어어"

그러다가 희락원이라는 머찐 이름을 가진 동네에 도착했을때 한아이를 안은 아줌니가 버스를 올라탔다.
시골버스이니 자리가 있을리가 있나?
어느정도 가다가 아이는 칭얼대고 그아주머니 앞에 앉아있던 젊은 듯한 여인네는 끝내 자리를 고수한다.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를 들쳐안다가 아이가 넘어질뻔 했다.
버스안은 이내 술렁인다.
아이만이라도 앉히라는 고참아줌니들의 항의와...
여기로 아이를 보내라는 할머니들
그래도 꿋꿋하게 앉아있는 다리날씬한 아가씨는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아이를 안은 아줌니앞좌석에 앉은... 아직은 뒷모습만 보이는 젊은 듯한 여인네는 이러한 술렁임이 못마땅한듯하다.
왜냐하면 자리를 양보할 기회를 노쳐버린것이다.
이상한 기류가 버스안을 감돈다.

그러나 정작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
나는 늙어서 자리를 양보하면 내다리가 아플꺼야....
나는 자는 사람이니까 나는 이사정을 모르는거야
맨뒤에 앉은 젊은이들은 너무 멀어..자리를 양보할려면 일어서야 하고 또 아주머니를 불러야 하는데 여간난처한게 아냐
또 누가 내자리를 빼앗아 버리면 곤란하지...
또 어떠사람은 너무 나서는것도 좋지않아 저아주머니 딱하기도 하군 일로 오면 양보할텐데...
별별 생각들을 다 할것이다.
물론 그사람들의 마음속을 훤히 알듯한 것은 나역시 그들과 마음이 같아서 일것이다..ㅋ

매몰찬 세태에 항의라도 하듯이 아이를 당차게 안은 아주머니
이미버린몸이라고 생각하는듯한 재수없는 아직도 뒤통수만 보이는 젊은 듯한 여인네의 꿋꿋한 자세..흐트러짐이 전혀없다.
아...
그렇게 어색한 일상의 버스는 잠깐동안 술렁거렸다.

서있는 사람들중에 어떤 사람은 요즘 사람들 정말 너무해라고 말할사람도 있을것이고
아이고 자리없어서 불편했는데 잘됐다라고 피식 웃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나 역시 잠간 웃었다.
굳이 빵한조각으로 밤새 몰래 우물거리고 그것이 안타까워 한숨지었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단편소설이 생각나서는 아니었다.
나른한 오후를 예고하는 햇빛이 사람들을 비추었고 잠깐동안의 사건으로 많은 버스안의사람들이 제각각 여러가지 생각이
난무하여 교묘한 기류를 형성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안에는 하나의 공간이 생겨났다. 그공간을 햇빛이 가득비추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책을 접어 가방안에 넣고 폐부가득 공기를 집어넣고 길게 뿜어 내었다.
빤히 보이는 생각들..빤히 보이는 사건들..그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순간 모든사람들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바깥 풍경을 담으려 실눈을 뜨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누가 정죄를 한단 말인가?
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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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인즉신 2006.02.14 10:57
잔잔하니....뿌연 먼지 뒤로 끌면서 시골길을 덜컹거리며 굴러가는 버스가 정겹게 그려지는듯 합니다
감상 잘 했습니다

저가 책 가진 사람이라면 그 젊은 아가씨는 이미 일어 나 있을 것인데...
내가 "아주머니 애기 데리고 이리 오세요, 여기(젊은 아가씨가 앉아 있는 자리) 자리 있어요"...하고 마치 내 자리를 양보하듯이 말하였을테고 그로 인해 아가씨는 자리를 양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이어질것이니까.
물론 아가씨는 존내 족팔려 있을 것이지만 그 스스로가 쪽 팔려야 할 만한 짓을 자초한것이다.
더 길어지면 원글 훼손 될까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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