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陸拾貳 벽란황제 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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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陸拾貳 벽란황제 二

꽹과리 0 2,821 2005.08.16 13:57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큰 반월형 포구(浦口)에 수백 척의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되어있었고, 멀리서 정박된 배와는 다르게 유독 색달라 보이는 중형 무역선(貿易船) 한 척이 미끄러지듯 포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감포(紺袍)를 잘 차려입고 두발을 매끈하게 기름 발라 뒤로 빗어 묶은 도검신비인(刀劒神秘人) 사월존자(思粵尊者)가 멀리서 들어오는 한 척의 배를 바라보고있었다.


“오늘부터 우리와 계약하기로 한 게 지금 입항하는 저 배인가?”


김사월의 물음에 사척단구(120센티)의 계흉(鷄胸)과 구루(傴僂)에 족제비수염을 기른 노인이 김사월의 옆에 다가와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답하였다.


“네네 대인(大人) 저 배가 맞습니다.”

 
가만히 입항하는 배를 바라보던 고개도 돌리지 않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말이지 배가 조금 이상하게 생겼군. 혹시 이국의 배인가?”


그러자 옆의 구루는 거의 습관처럼 다시 굽실거리며 대답하였다.


“네네 대인 포포국(包包國)이라는 나라에서 온 배입니다요.”

“포포국?”


김사월이 의아한 듯이 되묻자 구루는 계속해 굽실거리며 대답하였다.


“네네 대인 원래명칭은 ‘포로포카르스 디카르마’라고 발음하기 힘든 국명입니다요. 그래서 알아듣기 쉽게 포포국이라 정하였습니다요.”

“그래도 장부에는 언문(言文)으로 발음을 표기해주게.”

“네네 대인 그러지 않아도 그렇게 해뒀습니다요.”

“잘하였네. 그런데 어디에 붙은 나라지? 내가 알기론 만대륙에 그런 나라는 없는 걸로 아는데”

“네네 쇤네도 그게 아리송합니다요.”


둘의 대화가 끝날 무렵 어느 덧 포포국의 무역선은 선창(船艙)에 다다랐고, 무역선에서는 처음 보는 낯선 복식의 오인이 내리더니 김사월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 중에 중간의 일인(一人)은 선장(船長)인 듯 복식이 매우 화려하였다.

김사월은 무덤덤하게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오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중간의 선장으로 보이는 자는 아주 독특한 모자(帽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람이랑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김사월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국인이라 해서 만대륙의 갈발인(褐髮人)으로 알았는데 벽안(碧眼)의 색목인(色目人)이라...... 이거 의외인 걸”

“네네 대인 쇤네도 오늘 뜻 밖입니다요. 아직까지 색목인이 직접 배를 끌고 와 입항한 적은 없습니다.”


이국인 중에 선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에 서있는 김사월을 발견하더니 고개를 살짝 틀어 옆의 지팡이든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더니 뭔가를 전해들은 듯 김사월 앞에 다가와 웃는 표정을 지으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후투 포르라카시 나라 쿰 스템마나 뎅다라이 마라!”


그 자는 두 팔을 벌린 채 김사월이 알아듣지 못하는 이국어(異國語)로 크게 말하였다. 이국인의 벌린 팔이 무색하게 김사월은 뻘쭘히 바라보다 시선을 이국인에게 고정 한 채 옆의 구루에게 목막 꺾어서 물어보았다.


“지금 ‘솰라솰라’ 뭐라고 하는가?”

“예예 대인 잘은 몰라도 대인과 계약하게 되어 뭐 기쁘다 이런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자 김사월도 이국인을 향해 한마디 건넸다.


“이국의 손님이여 벽란도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오.”


김사월 역시 이국인이 하는 것처럼 두 팔을 활짝 벌렸다. 곧 두 명은 그렇게 포옹(抱擁)하고 떨어졌다.


 
“졸라 퍼러디한 나짝스 이세키 개세키”


이국인이 뭐라고 말을 하자 갑자기 김사월이 불쾌해 하며 핏대 올리며 소리쳤다.


“뭐엿? 졸라 퍼런 낯짝 이 새끼 개새끼? 이런 눈깔 퍼런 오랑캐새끼가 누구보고 이 새끼 개새끼라니”


도검신비인 김사월이 머리에 힘줄이 불거져 열을 올리자 옆의 구루가 김사월을 말렸다. 김사월이 ‘씩씩’거리자 이국인 우두머리는 영문을 몰라 당항하며
옆에 있는 지팡이든 사람에게 뭔가 묻고 있었다.

구루는 열 오른 도검신비인을 말리며 말하였다.


“아아 대인 고정 하시옵소서. 아마도 언어적인 차이로 저들의 이국어가 우리에게 욕처럼 들린 모양입니다요.”

“뭐 언어적 차이? 아무리 그래도 누구보고 이 새끼 개새끼하고 지랄이야.”

“네네 저들은 우리와 언어가 다릅니다.”

“아 참 그렇지”


그러자 김사월은 핏대 오른 얼굴에서 온화한 웃음띈 얼굴로 이국인을 대하였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저희 측에서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네기리 아루마 호코포코 도사리 꼰다리스 또꼬아”

“잉 꼰다리를 또 꼬아라고?”


김사월은 다시금 옆의 구루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 이국인들이 뭐라고 하는가?”


그러자 구루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대답하였다.


“네네 대인 저도 처음 들어보는 언어인지라 잘 모르겠습니다요.”


그 때 이국인 우두머리 옆의 지팡이를 든 자가 외쳤다.


“파르라칸타”


동시에 지팡이에서 빛이 나고 무형의 기운이 도검신비인을 덮쳐왔고 순간 도검신비인 주변의 공간이 하얀 막이 생겨나며 출렁거렸다.


“이 놈들 뭐야? 지금 뭔 수작이야?”


다시금 도검신비인 김사월이 얼굴에 핏대를 세웠고, 여차하면 일장에 쳐 죽이려 우수를 들었다. 지팡이에서 빛이 나고 갑자기 김사월이 화를 내자 이국인 우두머리는 당황한 듯 옆의 지팡이를 든 남자를 질타(叱咤) 하는 것 같았다.


“쿵쿠라 파르라칸타 니까라 손코리네 간드레파” 


그러자 옆의 지팡이를 든 남자도 뜻밖의 결과에 당황한 듯 이국인 우두머리에게 뭔가 말하였다.


“파르라칸타 니칸타 파트리아라크 니아 바크 하와카”


어느 듯 핏대를 가라앉힌 도검신비인 김사월도 이국인들을 보며 도검신비임도 슬슬 답답해하기 시작하였다.


“저놈들 뭐라고 떠드는 거야? 뭐 말이 통해야 계약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그 때 이국인 가운데 지팡이를 든 남자가 다시 외쳤다.


“파르라칸타!!”


다시 지팡이에서 빛이 나고 이번엔 도검신비인 옆에 있던 구루 주변의 공간에 하얀 막이 생기며 출렁거렸다. 그러자 이국인 우두머리는 언성을 높여서 지팡이 든 남자를 질타하였다.


“쿵쿠라르키 파르라칸타 니꼬 보꼬 다리손코리네 간드레파?”


그러자 지팡이든 남자도 지지 않고 뭐라 항변하는 것 같았다.


“파르라칸타 니콜라지 보코보코 호카리 바크 하이와크”


슬슬 도검심비인은 머리에서 김이 날 지경이었다. 그 때 도검신비인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주공”


초옥에서 화골산으로 시신들을 태우던 공갈거사였다.


“아 공갈거사 마침 잘왔네. 저놈들 지금 뭐라고 떠드는 거야?”


공갈거사는 이국인들을 유심히 보더니 웃으면서 도검신비인에게 전하였다.


“통역사가 통역을 시도한 모양인데 통역이 잘 안 먹힌답니다. 제가 나서서 통역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공갈거사 저놈들의 언어를 안단 말인가?”

“네 저들은 포로포카르스 디카르마인들로 만대륙보다 더 먼 곳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일단 통역을 해드리죠.”


백포를 잘 입은 공갈거사가 앞으로 나서서 옥신각신하고 있는 이국인들을 향해 말하였다.


“진키니스투라 하레미 파르라칸타 니와크 산드라이”


공갈거사의 입에서 유창한 이국어가 흘러나오고 자국 언어가 들리자 옥신각신하던 이국인들도 동시에 공갈거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반가운 얼굴을 하며 이국인 우두머리가 몇 마디 건네고 공갈거사가 유창하게 답하자 이국인들도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인지 공갈거사를 향해 계속 떠들어대었다.


“공갈거사 저놈들이 도대체 뭐라고 하는가?”


도검신비인이 궁금한 듯 한마디 묻자 공갈거사는 즉석에서 통역해주었다.


“아 주공이 이 항구의 주인인가 묻습니다.”

“이제 내가 말하는 걸 통역해주게”


도검신비인 김사월은 이국인 우두머리 앞에 서서 말하였다. 그렇게 공갈거사의 통역으로 도검신비인과 이국인 우두머리는 대화가 가능하였다. 장소를 김사월의 초옥으로 옮겨 여러번 우여곡절 끝에 김사월은 이국인에게 입항허가를 내주고 무역계약을 체결(締結)하였다.

그 날 이국인 우두머리는 자신의 이름을 ‘마라칸 이티스’라 하였으며 그들이 타고 온 배 ‘녹진주호’의 선장이라 하였다. 옆의 지팡이든 남자는 전문통역사 ‘이리칸 수시’라 하였다. 이국인들은 그 들이 가져온 진귀한 보석의 상당량을 도검신비인에게 뇌물성 세금으로 선물하였지만 도검신비인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도검신비인이 별로 좋아하는 반응이 없자 공갈거사는 얼른 이국인 우두머리에게 뭐라 귀뜸하자 이국인 우두머리는 웃으며 자기가 차고 있는 장검(長劍)을 풀어서 도검신비인 김사월에게 공손히 바쳤다. 그러자 김사월의 입은 귀에가 걸리고 눈은 함지박 만해졌다.

공갈거사는 즉석에서 통역하길...


“대인의 취향을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그래서 제 검을 드리겠습니다. 이건 검어(劍魚:Swordfish)라는 명검이니 받아주십시오.”


도검신비인 김사월은 이국인 우두머리 마라칸 아티스가 공손히 바치는 검어라는 장검을 두 손으로 받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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