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산들... 권태로움..그것이 저의 어린시절이었습니다. 이곳을 벗어나리라..
그리고 오랜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그곳을 가고싶습니다. 제가 죽어 머물곳이라도 좋습니다.
들길에는 달개비가 수줍은듯 보라빛얼굴을 숙이고 시냇물은 풀숲사이를 숨어서 아롱거는소리를 지릅니다. 낙엽송 그늘에는 조부님이 누워 계십니다...영원히 솔숲사이 볕이 드는 곳은 조모님이 항상 예의 웃는 얼굴을 하고 반기십니다. 마을 입구는 돌무지기를 바라보시는 큰아버님의 산소가 들꽃을 한아름안고 계십니다. 적삼자락 휘날리며 피리를 불던 큰아버님 그 우수어린 바람에 날리던 퉁소소리는 청성곡이었습니다. 돌무지기에서 뱀(살모사)이 나왔더랬습니다. 돌로쳐죽이시며 이길을 지나가는 객을 위해 불가피한일이었다고 말씀하셨더랬습니다.
오늘 그곳에 갑니다. 햇빛가득한 고장 함양입니다. 그곳은 이곳저곳이랄것없는 조상들의 삶터였습니다. 이풀저풀 가릴게 없습니다. 그러나 내마음이 좁은 관계로 직계조상님들의 봉토만 다듬고 올작정입니다. 무덤으로 되돌아 갑니다. 지겹도록 권태로왔던 그곳으로 ..
이제는 그곳에 삶을 묻으셨던 조상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이미 그들은 그곳과 하나였습니다. 그것이 저의 할아버님이고 할머님이십니다. 이름없는 들풀이 진정나와 하나가 됩니다. 이름없는 것들이 진정한 것들입니다. 이름짓는 일은 자신을 잃어가는 일입니다. 이름을 버리면 모두가 하나입니다. 그러한 실상이 관념에서가 아닌 실재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기쁜마음으로 그곳에 제몸을 묻을수있습니다. 저의 육신은 이름모를 들꽃의 자양분이 될것입니다. 이보다 더한 축복은 없습니다.
그곳에 가있으면 속절없이 찬양하고 근거없는 천국약속없이도
한없이 편안하고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