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11 : 의대 여학생들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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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series 11 : 의대 여학생들의 결혼

(ㅡ.ㅡ) 1 4,289 2003.10.07 16:32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4월23일(토) 22시50분29초 KST
  제 목(Title): 의대 series 11 : 의대 여학생들의 결혼


1. 들어가는 말


여기에 소개하는 내용들은 짐작하시겠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의대

여학생 또는 여자 졸업생들은 평범한 결혼 생활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의사로서 완성되기까지 투자된 시간과 교육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여학생들의 젊음... 이런 것들을 가볍게 여길 수 없음에도 결코 적다 할 수 없는

여학생들이 결혼을 위해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온 사회가 같이

가슴아파해야 할 현상인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의대만큼 심각한지는 모르겠지만

공대 여학생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해결책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합니다만...


그럼 결혼 후에도 전공을 포기하지 않았던 세 여의사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할까요...


2. 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지금도 제 앨범에는 진석이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누나의 졸업식

사진입니다. 누나는 저보다 3년 위, 그러니까  예과 80학번이지요. 사진을 보며 늘

느끼는 것은 팔짱을 끼고 한껏 다정한 포즈를 잡았음에도 역시 연인 사이로 보이

지는 않는다는  점. 세련되고  지적인 멋이  넘치는 누나의  모습과 선머슴애같은

staire는 (당시 본 1을 마친 상태) 역시 '누나와 동생'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의대에서 진석이 누나는 인기 만점이었습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미모와

우수한 성적, 밝고 사교적인 성격... 모든 면에서 의대 남자들을 혹하게 할 만한

분이었지요. 누나를 짝사랑하던 후배들도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누나의 졸업이

다가올 즈음 의대생들은 누나의 부군이 될 행운아는 도대체 누구일까 하고 늘

궁금해 했습니다. 그러나 누나가 인턴을 마치고 병리학과 레지던트가 된 후에도

누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누나께선 정릉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계시다고 하더군요. 아버님께서는 외국에 나가 계신 것인지

안 계신 것인지... 누나께선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요.


제가 공대생이 되던 해에 대학로에서 오랜만에 누나와 마주쳤습니다.

"민형이 너, 공대 갔대며?"

"예, 누나는 어떻게 지내세요?"

"난 결혼했어. 한 번 놀러와."

"그럴께요. 어딘데요?"

"혜화동 로터리에 '마술 가게' 알지? 거기야."

"예? 그럼 누나는 카페 주인이세요?"

"내가 아니라 네 자형께서 주인이시다. 꼭 한 번 들러서 매상 좀 올려줘."

전 어리둥절할 수밖에요. 누나께서 카페 주인과 결혼했다니...


의대 동기 인호를 만나서 그간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누나께선 가수 김승덕씨와

결혼하신 거였습니다.

"이 결혼은 말도 안 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

인호는 아주  비관적으로 생각하더군요. 누나께선  해부병리학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시는 중이며 김승덕씨는 가수, 작곡, 작사가로서 활동하는 한편 카페를 경영

하고... 저로서도 어떻게 그런 결혼이 이루어졌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연이와 함께 마술 가게를 찾은 것은 그 다음주였습니다. 누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서빙을 하고 계셨습니다. 누나께선 연이를 퍽 귀여워하셨고 우리는 그날 저녁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중간에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누나께선 우리 테이블로 오셨습니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알아. 하지만 별 대단한 사연은 없어. 작년에 내가 외로움을 좀 탔었거든. 그래서

여기 와서 자주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가 카페 주인을 알게 된거지 뭐."

"하지만 누나, 그저 외롭기 때문에... 윽!"

누나는 땅콩 한 알을 튀겨 제 이마를 아프게 때리시고는 눈을 찡긋하며 다시

카운터로 가셨습니다.
                                                     

잠시 후 부군이신 김승덕씨께서 카페 가운데로 나오셨습니다 거기엔 작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엔 귀한 손님 두 분이 와 계십니다. 저희들처럼 어렵게 결혼하려는

두사람을 위해 저희 부부가 같이 준비한 노래입니다..."

연이는 수줍게 고개를 숙였고 손님들은 그 '귀한 손님'이 누구일까 하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습니다.


"흘러가는 하얀 구름 벗을 삼아서..."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남편과 함께 '내 사랑 그대 곁으로'를 부르시는 누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3. 백마를 타고 온 왕자님


경이 누나(가명)는 무척 자상하신 분이었습니다. staire의 1년 선배였죠. 아버님

께선 한국 내과 학회의 실력자였으니 대단한 배경을 가지셨으면서도 누나께선 늘

우리를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누나께서 본과 2학년 때 (그러니까 staire는 본 1) 갑자기 결혼을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여름 방학 전까지만 해도 사귀는 사람 하나 없으시던

누나께서 2학기 개강을 하자마자 결혼이라니...


의대의 참새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닌 끝에 얻은 결론은 '백마를 타고 온 왕자'

였습니다. 여름 방학때 갑자기 혼담이 들어왔다더군요. 남편 되실 분은 미국에서

대학 학부를 마치시고 의대를 다니고 계신 본과 1학년생이었습니다. 나이로는

누나의 1년 연상이시고... 그렇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누나

께서도 별로 아는 게 없으시다는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서로를 모르고도 결혼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애써 떨치고 누나의

결혼식장을 찾았습니다. 신부 대기실에서 뵌 누나는 아직 결혼하기엔 너무나 애띤

모습이었습니다.


"누나. 지금 수업 빼먹고 오신 거죠?"

"민형이 너두 마찬가지잖아. 수업 빼먹은 건..."

경이 누나는 역시 신부 화장과 웨딩 드레스보다는 후배와 농담을 주고받는 게

어울리시더군요.


식장은 의대 교수님들과 갖가지 의학 학회에서 보내온 꽃으로 가득 차 있어 이것이

예사로운 결혼식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신혼여행때문에 학교를 며칠 더 결석하신 후에 누나는 언제 그랬느냐는 얼굴로

학교로 돌아오셨습니다. 남편은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 주말 부부가

아니라 '방학 부부'가 된 셈이죠. 그럼 약혼 정도로 충분할 텐데 왜 서둘러 결혼

하신 걸까? staire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1년 남짓 지난 후 우리는 다시 너무나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경이 누나와

결혼한 그 사람은 알고보니 사기꾼이었다는 거죠. 의대생은 커녕 학부조차 다녔는지

의심스러운 건달이었습니다. 우리를 더욱 분개하도록 한 것은 방학때면 경이 누나를

찾아와서 돈을 뜯고 마구 때린다는...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일들이 경이 누나에게

일어났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경이 누나는 이혼을 하셨고 지금은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셨습니다. 젊은 나이에

겪으신 커다란 시련에서 벗어나신 것인지 저로서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 사건

이후 누나는 말이 없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4. 사랑이 꽃피는 나무


staire의 동기인 정연이는 과커플인 성주와 결혼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고

둘이는 함께 인턴 생활을 시작했지요. 부부 인턴... 뭐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자애들 중에서도 꽤 조그만 편인 정연이가 주부 인턴이라니...


그러나 우리가 걱정한 것은 단순히 정연이가 허약하다... 는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정연이는 약한 아이는 아니었고 인턴 일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개의

경우 누구나 그럭저럭 해낼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성주네 집안이 손이

귀하다는 것이었지요. 성주는 서울대 화학과 최규원 교수님(지금은 정년퇴임하신

명예교수님이시지만)께서 상당히 늦게 보신 외아들인지라 인턴 과정 중에 무리하게

임신을 했던 것입니다.


staire가 공대생이 되어 이들의 소식을 잊고 지내던 어느날, 우연히 TV에서 '사랑이

꽃피는 나무' 재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방송된 내용은 인턴

부부였던 여주인공(이름은 잊었습니다만)이 수술 도중에 쓰러져 유산을 하는

이야기.


staire는 긴장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제작을 위해 서울 의대와 다른

몇몇 의대에 다니는 의대생들이 소재를 제공하는 리포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전화 한 통화로 간단히 모든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 내용이 방송되기 몇 주 전에

정연이가 격무에 쓰러져 유산을 했다는 우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정연이는 회복되었고 인턴을 마친 뒤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아들이어서 다행이지, 딸이었으면 계속 낳을지 어쩔지 고민할

뻔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에게 '대를 잇는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며칠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했습니다.


'의대'란 아직도 여학생들에게는 척박한 곳입니다. 여의사 지망생들은 언제쯤에나

이런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까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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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집 / 김승덕    발매일 : 1994 

1.그대 얼굴 바라볼 수 있다면 (04:21)       
 
2.사랑을 잃어버린 슬픔 (04:08)       
 
3.가버린 사랑 (03:42)       
 
4.내 영혼 한 가운데에 (03:46)       
 
5.바람꽃 (03:14)       
 
6.우리 사랑 (03:20)       
 
7.아베마리아 (04:25)       
 
8.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 (03:45)       
 
9.편지를 써요 (03:46)       
 
10.이름없는 새 (03:16)       
 
http://www.letsmusic.com/Search/AlbumInfo.asp?AlbumId=000007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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