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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series 6 : 1987.11.24. Telepathy
(ㅡ.ㅡ)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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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7 16:27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3월18일(금) 05시21분07초 KST
제 목(Title): 의대 series 6 : 1987.11.24. Telepathy
(前承)
C.S.Lewis의 예쁜 동화책이 있다. "The Complete Chronicles of Narnia"라는...
staire는 그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Narnian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에게 알려진 책은 아닌 모양인지 staire가 아는 Narnian은 많지 않다. 그 책의 첫
권은 "사자와 마녀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라는 제목으로 국
내에도 출간되었지만 나머지 6권은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성 바오로 출판사의
맛없는 번역판을 제외하면... staire는 고등학교때 Penguin books에서 나온 7권을
가지고 있었다. 연이에게 그 책을 주었고 연이도 Narnian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은 갖고 있지 않다.)
가을, 연이를 비롯한 의예과 학생들은 연례행사인 실내악 발표를 위해 연습을
하고 있었다. staire는 연이네 팀뿐아니라 서너팀의 연습을 도와주고 있었다. 연이
는 원래 좀 어두운 표정의 차분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날따라 더 가라앉아 있었다.
연습을 마치고 staire는 여느때와 같이 연이를 바래다주기 위해 반포로 갔다.
연이의 집 앞, 어두운 골목에서 연이는 불쑥 staire에게 말했다.
"어떤 일을 그만두려니 부작용이 심하고, 계속 하기에도 문제가 많고... 이럴 땐
어떻게 해요?"
혹시 그건 민기와의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선택을 하건 네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라면 모든
일을 다 깨끗이 마무리하려고 무리해선 안되는 거야. 어떤 쪽으로든 문제가 생기
게 마련이라면 용감하게 그걸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비겁한 staire는 이런 정도밖에 말할 수 없었다.
staire는 누군가를 사귀고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연이를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staire로서는 후배 커플을 깨는 나쁜 선배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연이의 얼굴은 전보다 더 우수를 머금은 모습이
되었다.
이때쯤 연이의 집안 사정을 알게 되었고 연이가 어두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연이는 국문과 아니면 불문과를 지망하는 문학소녀였지만 연이의 어머니는 의대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셨다. 고등학교때, 문과, 이과를 나누는 과정에서 연이는 어머
니와 심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과를 택했다. 그날 연이의
일기에는 '연이는 죽었다. 내일부터는 남의 뜻대로 살아가는 연이가 되어야
한다...' 라고 씌어 있었다고 한다.
학년말 시험이 다가오는 11월 어느날, 연이를 만났다. 연이는 나와 사귀고 있다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staire는 적당히 회피했지만 연이는 이미 staire보다도
훨씬 뛰어난 점장이가 되어 있었다.
"아빠는 뭔가를 피하고 있어요. 왜 그렇죠? 남들의 눈이 두려우신가요? 아빠가
가진 사랑으로 그걸 넘어설 수는 없어요?"
staire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강남 시립병원에 파견근무중이던 staire는 병원의 뒤뜰에서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보며 일기를 썼다. 혹시 일기장을 넘겨다본 사람이 있었다면 흰 가운을 입은
늠름해보이는 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이라는 사실에 의아해했을 것이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의대로부터, 사랑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 부모님의
희망, 그리고 어쩌면 연이마저도... 가을을 즐기기엔 바람이 너무 차다..."
11월 24일 화요일, staire는 반포의 Telepathy에서 연이를 만났다. 반포의 cafe
들은 이름이 신선하다. 특히 우리말로 번역된 부분들이 그렇다. Telepathy는 한마
음, Till은 기다림...
"아빠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하나뿐이야. 네게 말해주고 싶어... "
"누군데요?"
"수학 선생님이신 우리 아버지께선 늘 내게 문제를 내주시곤 했지. 내겐 무척이나
어려웠지만. 네가 맞춰보겠니?"
연이는 갑자기 일어섰다. 눈물을 씻으러 가는 것이다. 그랬다. staire는 제자
하나는 제대로 키운거다. 이미 알고 있는 거다...
연이가 돌아왔다. 아직도 눈은 젖어 있었다.
"직접 말씀해주세요. 듣고 싶어요."
"그 사람은 Narnian이야..."
연이가 눈물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staire는 연이의 손을 잡았다.
바보같이... 왜 우는걸까?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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