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29 : 가끔 하는 거짓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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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series 29 : 가끔 하는 거짓말 2

(ㅡ.ㅡ) 0 3,306 2003.10.07 16:52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9월30일(토) 05시12분45초 KDT
  제 목(Title): 가끔 하는 거짓말 2


* 시위를 마치고 같은 전철을 탔던 어느 젊은 학생의 상기된 얼굴,

 그의 형형한 눈빛이 바래어 가는 오랜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


90년대 초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민자당 해체의 날'이라는 이름의 시위가 있기 전날.

의대 오케스트라 후배인 정현이('의대생의 사랑'의 주인공 정현이입니다.)와 함께

대학로에서 소주를 마시며 밤을 지샜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가 자취하던 집에

데리고 가서 아침을 먹고 이제 정현이는 자신의 집으로,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참이었습니다.


"형은 오늘 가투 나오실 거에요?"

"물론이지... 잘하면 종로에서 보겠구나."

정현이의 얼굴에 뭔가 흘낏 스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말없이 서로의 시선을

피하며 그냥 그러고 서 있었지요.


약간 상기된 정현이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형... 오늘 거리에서..."

"...?"

"... 다치지 말아요... 알았죠?"


staire는 책장에 줄을 지어 서 있는 손가락만한 12지신상을 잠시 바라보았습니다.

중국에 갔다 온 누군가가 선물한 12마리의 동물은 이제 8마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staire는 한 마리를 집어들었습니다. 닭이었을 겁니다.

"정현아... 이건 행운의 부적이야. 선물받은 건데..."

정현이는 돌로 만든 조그만 닭을 받아들었습니다.

"평생 간직할 생각 하지 말고... 나중에 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하지만 오늘은 누구에게도 주지 말고 꼭 갖고 있어야 해. 알았어?"


이제 7마리가 남았습니다. 다섯 번째의 거짓말이었죠.


사당역에서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staire는 신림동, 정현이는 잠원동을 향해

플랫폼에 마주보고 서 있었지요.

정현이가 타고 갈 차가 먼저 오려는지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 순간,

"형, 이거 받아요!"

정현이는 맞은 편의 staire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습니다. 두 손으로 간신히 받아 든

그것은... 조금 전에 정현이에게 주었던 닭이었습니다. 어리둥절한 staire를 향해

정현이는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두 손을 입가에 모은 채...

"형, 제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오늘 정말 다치시면 안돼요!!!"

전차의 굉음에 그의 목소리가 지워져 가고 있었지만 정현이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로 전차가 미끄러져 들어왔습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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