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24 : Sexual identity (절대로 야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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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series 24 : Sexual identity (절대로 야한 거 아님!!!)
(ㅡ.ㅡ)
일반
0
3,493
2003.10.07 16:46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8월03일(목) 22시14분19초 KDT
제 목(Title): Sexual identity (절대로 야한 거 아님!!!)
꽃(la fleur)이란 말이 여성명사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 가스똥 바슐라르
배율을 1500배로 올리자 시야는 흐릿해진다. 렌즈의 해상도가 감당하기 힘든 고배율
아래의 뽀얀 세계. 그 속에 쓰러져 죽은 커다란(그래봐야 10 마이크론 정도지만)
백혈구 한 마리.
"보이지?"
"예..."
"뭐라고 생각하나?"
"글쎄요... neutrophilic myeloblast같은데요..."
김상인 교수님과 staire는 같은 슬라이드를 보고 있다. 슬라이드 하나에 접안 렌즈
여러 벌이 달린 교육용 현미경.
진단은 이미 알고 있다. 항암제로 한 번 실패한 AML(Acute Myelocytic Leukemia :
급성 골수성 백혈병).
"골수 이식 수술을 할 예정이지? 골수 제공자는 환자의 누나...맞나?"
"예..."
"그렇다면 백혈구의 핵을 자세히 봐 두게...
"???"
1500배로 확대된 핵은 교과서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세 토막으로 갈라진 검은
핵. 이걸 잘 봐 두라는 이유는 뭘까...
"별로 특징이 없어 보이는데요?"
"당연하지. 가장 전형적인 녀석으로 일부러 골라서 보여주는 거니까."
"...?"
"16세의 남자 환자입니다. 1986년 11월에 고열을 주소(chief complaint)로 해서
응급실을 거쳐 입원한 뒤 골수 검사 결과 AML로 밝혀져 항암제 치료 했으나
remission이 이루어지지 않아 골수 이식 수술 추천받은 상태입니다."
늘 그렇듯이 무표정한 김병국 교수님.
"골수 도너(제공자)는 누구지?"
레지던트 동운이형은 땀을 쓰윽 닦는다.
"환자의 누나입니다."
"수술 날짜는?"
"다음주 금요일입니다."
"자네도 들어가는 건가?"
"예... 저는 도너 쪽에..."
내과 레지던트가 수술장에는 왜 들어가는가 싶겠지만 골수 이식 수술은 외과 수술이
아니다. 마취과와 내과 의사들이 하는 수술인 거다. 수술실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한쪽에는 환자가, 다른 쪽에는 골수 제공자가 누워 있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골수 제공자는 엎드려 있다. 제공자의 골반뼈에 굵기 3 - 5 밀리 정도 되는 무식한
바늘(바늘이라기엔 좀 굵은... needle이 아니라 trocha라고 부른다)을 꽂아 골수를
뽑아내는 거다. 전신 마취를 하지만 그래도 뼈를 깨어내는 고통을 받는 것은 제공자
쪽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양쪽 엉덩이에 각각 40번씩 80번을 찌를
예정이라니 수술이 끝나고 골수 제공자가 바로 눕기까지 몇 주 이상 걸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는 동안에 환자는? 환자는 아주 팔자가 편하다. 제공자가 그 고생을 하는 동안
편안히 누워 있으면 된다. 마취 따위는 하지 않는다. 채취한 골수를 정맥 주사를
통해 수혈받는 것이 전부인 거다.. 도대체 누가 환자인지 모를 일이다.
수술 이틀 전, 환자의 몸에 남아 있는 모든 면역 시스템을 죽이는 작업이 시작된다.
'whole body irradation'... 평소에 방사선 치료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을 쬐어
모든 골수세포를 깨끗이 죽이는 거다. 이제 환자의 몸은 무방비 상태다. 여기에
골수 제공자의 골수세포를 수혈받으면 그것은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다가 결국
환자의 뼈 속에 정착한다. 이제 새로운 골수가 자라는 거다. 며칠 이내에 환자의
백혈구 수는 정상으로 돌아간다.
수술장. 갓 스물인 환자의 누나는 엉덩이를 드러내고 엎드려 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좋아할 군번은 이미 지났다. 그리고 그 예쁜 엉덩이에 가해질 무지막지한
폭력의 장면을 지켜보아야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시작하시죠..."
한쪽씩 교대로 엉덩이를 찌른다. 그 굵은 trocha가 휘어질 정도로 체중을 실어
올라타다시피 누른다. 뼈가 깨어지는 소리. 바늘을 뽑고 주사기에 연결된 튜브를
꽂아 빨아낸다. 골수라는 게 걸쭉하다 뿐이지 겉보기엔 피와 구별이 안 간다.
유리병에 어느 정도 모이면 옆방으로 보낸다. 거기서 골수의 이식(?)이 이루어지는
거다.
그 조그만 엉덩이의 어디에 80번이나 굵은 트로카를 찌를 곳이 있었을까. staire가
보았던 어느 수술보다도 처참하고 피를 많이 흘린 수술이 끝날 때쯤 모두들 땀에
흠뻑 젖었다...
"... 그래서... 수술 경과가 좋은 모양이지?"
"예... CBC(Colligative Blood Cell Count) 결과도 정상에 가깝고 환자의 상태도
거의 만점입니다."
"이게 그 환자의 혈액 샘플일세. 어제 날짜로군... 한 번 볼 텐가?"
김상인 교수님께서 건네 주신 슬라이드를 현미경에 걸고 두 사람은 교육용 현미경에
마주 앉았다.
우선 저배율(100배)로 백혈구를 찾아내고서...
"임파구(lymphocyte)는 안 돼. 중성구(neutrophil)를 찾아보게."
뭐,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다. 제일 흔한 게 중성구니까.
"찾았습니다."
"오케이... 그대로 확대시키게... 1500배까지..."
찾아낸 백혈구를 가운데 놓고 400배, 1000배를 거쳐 1500배까지... 시야는 다시
흐릿해진다. 볼 때마다 신비로움을 느끼게 되는 아찔할 정도의 고배율.
"핵을 자세히 보게. 이제 알겠지?"
그렇다... 이제야 무엇이 문제인지 석연히 보인다... 환자의 백혈구에는 여성에게만
있는, 두 개의 X 염색체 중에서 활성화되지 않은 쪽이 뭉쳐 있다고 하는 그 유명한
작은 덩어리가 붙어 있는 거다.
"예... 알았어요... Barr body가 보입니다. 이건 여자의 백혈구에요..."
몸 속에 여성의 피가 흐르는 남성... 이걸 현대 의학의 기념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괴물을 만들고 만 것일까...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br><br>[이 게시물은 (ㅡ.ㅡ)님에 의해 2005-04-07 16:23:58 횡설수설(으)로 부터 이동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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