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16.1 : 의대생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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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series 16.1 : 의대생의 사랑

(ㅡ.ㅡ) 0 3,193 2003.10.07 16:35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6월03일(금) 05시51분46초 KDT
  제 목(Title): 의대 series 16.1 : 의대생의 사랑


J'ai tant reve de toi que tu perds ta realite...
(내가 당신을 너무나 꿈꾸었기에 당신은 현실성을 잃었다...)

                                                  - 데스노스


                            (前承)

91년 봄의 SNUMO 예과 MT, staire는 아직껏 예과 MT에 빠진 적이 없다. 경희도

정현이도 같이 떠난 MT에서 staire는 경희에게 '바다의 선물'을 한 권 선사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또는 감사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주는 1000원짜리 책...


경희는 딸은 아니었지만 staire는 경희를 스머페트라고 불렀고 경희는 staire를

파파라고 불렀다. 결국은 7번째 딸로 정식 입적되었지만...


저녁에 모든 프로그램(음악 퀴즈, 게임...)이 끝나고 이제는 2학년이 된 정현이와

귀여운 신입생 영미가 잠시 물가에 같이 나갔다 돌아온 것을 staire는 놓치지

않았다. 잘 어울리는군... staire는 미소를 머금으며 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방으로 돌아왔다. 신입생과  2학년 선배의 술대결이 시작되었다. 여학생들은 옆방

에서 여학생들끼리의 술자리를 마련했고... 드라이 진(원샷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술이다)을 큰컵으로 한잔씩 돌린 후 본격적인 술고문...


그런데 정현이가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더니 벽을 주먹으로 힘껏 때린다. 둔탁한

쿵 소리를 듣고 많이 다쳤음을 직감했다. 손을 주물러보니 뼈에는 이상이 없지만

아침이면 퉁퉁 부을 게 틀림없다. 잠시 영미의 모습이 스쳤다. 행복하기만 하던

둘의 모습... 무엇이 정현이를 저렇도록 폭발시킨 걸까?


정현이가 진정되고 나서 자리를 합쳤다. (옆방에서 여학생들이 들어왔다.)

경희가 staire 옆으로 왔다.

"넌 항상 취해서 가물가물할 때 오는군..."

"오빠는 그때가 편해요... 오빤 취해도 잘 보살펴 주시잖아요... 편해요..."

"그런가... 난 솔직이 너를 보면서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는데..."

"알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좋은 걸요..."

무슨 얘길 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staire는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아침... 눈을 뜬 staire는 좀 놀랐다. 경희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남아 있다.

"남자애들이랑 좀 싸웠어요... 제가 첼로 파트장이 될 수 없대요..."

경희는 누구보다도 연습을 열심히 했고 후배들에게도 정성을 많이 기울이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거겠지. SNUMO는 보수적인 의대의 풍토를 그대로 반영한

듯 여자 반장이나 악장은 커녕, 여자 파트장도 드물다...


경희를 위로해주느라 정현이에게 신경도 못쓰다가... MT  마치고 정현이와 맥주집을

찾았다.

"어젯밤엔 왜 그랬니? 영미 때문에?"

"형, 보셨어요?"

"..."

"사실은, 영미가 제게 그랬어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그런데 왜?"

"실은... 전 경희를..."


음... 점을 치다 보면 제일 괴로운 게 이런 경우다. 점장이는 자신이 친 점에 대해

입을 닫아야 하고... 그래서 가끔 녀석들의 어긋난 모습을 발견하는 거다.

"하지만 경희에겐 혁이가 있잖아..."

"혁이보다 제가 먼저에요... 작년 3월에... 새벽에 28동 앞을 지나는 경희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희미한 햇살에 반쯤 비낀 옆모습..."

"하지만 그것뿐이잖아..."

"예...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늘 경희의 옆모습이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렇지만... 그건 이유가 안된다. 경희도, 정현이도 staire가 무척 아끼는 후배...

둘이 참 잘 어울릴 거란 생각을 새삼스럽게 해봤지만...

"그건 안 돼. 우선 영미에게 잔인한 짓이고, 넌 이미 혁이에게 졌어. 그건 인정

해야지... "

"알아요. 그래서... 너무 답답해서..."

정현이에게 그 점의 결과를 말해주고 싶었다. 경희와 혁이는 반드시 헤어지고

말 거라는... 좀더 기다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점장이의 입은

무거워야 한다...


가을, 예과생들이 연주회를 준비하는 기간이다. 은영이, 석한이, 현승이, 경희는
 
한 팀이 되어 곡을 고르고 있었다. 악기 실력들이 꽤 있는 애들이라 staire는

슈만의 현악 4중주 2번을 추천했다. 정현이는 영미와 한 팀이 되어 하이든의

세레나데를...


혁이는 경희네 슈만 팀 연습에 빠짐없이 들어와 악보를 넘겨주기도 하고 잔심부름도

하며 주위를 돌았다. SNUMO 후배는 아니지만 멋진 녀석... 음악이 돈 많은 이들만의

것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혁이의 감각은 예민해서 연습 지도를 하던

staire를 머쓱하게 하기도 했다.


언제나처럼 슈만을 연습하다가 제 1 바이올린 은영이가 수업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한 번 해볼까?"

staire는 갑자기 슈만을 직접 연주해보고 싶어진 거다. 예과 시절에 연습한 적이

있는 곡이니 초견으로 될 지도 모른다...


은영이의 악기는 좀 작고 가벼웠지만 4사람은 곧 슈만의 선물을 맛보기 시작했다.

제 2 바이올린 석한이의 풍부한 저음, 비올라 현승이의 무게 있는 솔로... 경희의

신비롭게 울리는 첼로의 아르페지오를 타고 흐르는 staire의 선율... '오르페우스의

창'에 나오는 다비드, 라마핀, 크라우스의 현악 4중주가 (나머지 한 사람의 이름은

소개되지 않았다) 세바스찬 음악학교의 연습실을 울리듯 저녁 햇살이 비쳐드는 음대

연습실에서 5사람은 음악에 빠져들어갔다...


그렇지만... 경희의 뒷모습과 손놀림을 멍하니 바라보는 혁이의 부러운듯한 눈길...

그리고 이 자리에 staire가 아닌 정현이가 앉아 제 1 바이올린을 연주한다면...

그런 생각으로 음악은 조금 흐트러졌다. 아주 조금... 경희의 눈빛이 staire를

향했다. 약간 바쁘게 경희가 새기는 저음 박자에 다시 몸을 실은 staire...

안정을 되찾고 시원스럽게 긋는 경희의 오른팔... 경희의 옆모습은 사랑스러웠다.

가슴아프도록... 믿음과 사랑... 그것이 빠진 연주는 앙상블이 되지 않는다.

4사람은 서로의 눈길을 나누며 연주에 깊이 잠겨들었다...

                                  (계속)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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