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들 주로 자작시, 자작소설, 자작수필 등을 올려 주세요. 저작권이 있는 자료는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
오월의 햇살아래 지금 막 피어나는 장미는 눈부시다. 오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피어나는 장미는 공주일까? 그러나 미풍이 실어다주는 장미꽃 내음은 실은 찔레 향기이다. 들길에서도 도로변에서도 마주치는 게 찔레꽃이다. 걸음을 멈추고 한껏 향내를 맡아본다. 멀리 조팝꽃이 흐드러지는 산...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담장을 끼고 돌다보니 대문이 열려있고 두 마리의 개가 앉아있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놈들은 일어나지도 앉는다. 담장 옆에 선 감 나무가 차라리 집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감나무를 쳐다보니 꽃이 보인다. 접시감과 장두감 그리고 단감나무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매달린 꽃모양도 각기 다르다.
가난하던 시절... 윗집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다. 사발 시계없이 새벽에 일어난다는 것은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감꽃 주울 욕심에 일찍 일어나곤 했다. 희미한 새벽빛 아래 눈처럼 수북히 쌓여있는 감꽃을 보면 세상을 얻은 것처럼 기뻤다. 어느 때는 너무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손끝으로 얼만큼 쌓였나 가늠해 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떤 날은 누군가가 싸그리 긁어가 버리고 몇알갱이만 남아있을 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아끼는 물건을 잃어 버린 것처럼 서러웠다.
감꽃을 주우면 곧바로 먹기도 했지만 실에 꿰어 못에 걸어 놓고 시들시들해지면 하나씩 빼먹기도 했다. 혀끝에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졌지만 썩 맛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마 가난했던 시절이라 간식처럼 먹었으리라.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무어 그리 맛있었다고 형제 자매간에 다툼을 하듯 주우러 다녔는지...
다른 꽃과는 달리 그저 수수한 감꽃이 활짝 핀걸 보니 보리 벨 때가 된 것 같다. 뻐꾸기 소리에 봄이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걸 느낀다.
심상치 않은 아이디에 늘 좋은 글..ㅎㅎㅎ
그냥..기분이 좋습니다....건강하세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