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伍拾 금종무경 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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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伍拾 금종무경 一

꽹과리 0 2,876 2005.07.11 20:36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핏빛으로 타고 있는 황혼 무렵, 관도를 따라 이동하는 사두사륜마차 네 대, 쌍두이륜마차 두 대, 짐낙타 스무 마리의 행렬 그리고 전후좌우 사방에서 행렬을 호위하며 가는 이십명의 말탄 무사들이 있었다. 

행렬 선두의 기수와 마차에는 송학이 그려진 깃발들이 바람을 받아 펄럭이고 그 가운데 사륜마차 하나를 보면 인부들이 타고있었고, 인부들은 피곤한지 모두 잠들어 있었다. 하루동안 고을(縣) 세 곳을 거치며 제법 많은 양의 짐들을 실어날랐다. 그리고 유랑상단 자체가 익숙해지지 않으면 장거리 이동이라는게 자력으로 가던 실려가던 피곤한 것이었다. 

그런 인부들 가운데 잠들지 않은 장정 한 사람이 말없이 연초를 태우며 노을사이로 떨어지는 붉은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담로성은 지금 별일 없겠지......"


그는 낙조(落照)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있었다. 그의 눈동자 에는 지난 담로성 전투가 주마등(走馬燈)처럼 비쳐졌다. 그 중 도검불침(刀劍不侵) 안식일칠군단 간부를 일검에 양단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순간 눈빛이 바뀌며 상념이 깨졌다. 뭔가 생각난 듯 품에서 한 권의 서책(書冊)을 꺼내었다.

활라분지에서 맹렬히 저항하는 안식일칠군단의 잔당을 소탕하며 압수한 전리품 중에서 찾아낸 서책이었다. 그는 구떼가 한 뼘이나 되는 이 책을 전리품 목록이 기재하지 않고 빼돌렸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다 문득 생각나 꺼내든 것이다. 그는 다 태운 연초를 손가락으로 비벼꺼서 버리고 책을 바라보았다. 

서책은 부드러운 우피(牛皮:쇠가죽)로 만든 가의(加)가 입혀져 있고 표지에는 황금수실로 금종무경(金鐘武經)이라 수놓아져 있었었다. 조심스레 첫장을 넘기는 순간 마차가 서버렸다. 그리고 밖에서 사환(使) 하나가 마차문을 열며 소리쳤다.
 

"다 왔응께 모두들 일어나랑께"


사환이 특유의 방언(方)으로 소리치며 인부들을 깨우자 인부들은 저마다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인부장 강노인이 먼저 일어나 아직도 자는 인부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자자 모두 일어들 나게"


해는 어느 듯 서산 너머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 지기 전에 작업들 하고 늘어지게 자자고"


요단은 서책을 다시 품 안에 집어넣고 마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낙타의 짐들을 풀어서 내리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짐이 많아 말이나 낙타들도 피곤 하겠는 걸"


인부들은 서둘러 짐들을 내리고 장봉을 치기 시작하였다. 


"어이 불침번 누구야? 잠온다 디비자지말고 똑바로 서라 성질 더러운 대행수나리 지랄하기전에"

"내는 아디네이"

"나도 아니데이"

"오늘 불침번 누구가?"

"오늘은 저 하(夏)가하고 박(朴)가가 불침번이다."


요단은 장봉 구석에 앉아 말없이 금종삼경의 첫장을 넘길때 인부장이 와서 불렀다.


"더벅머리 귀먹었나? 오늘 불침번은 너하고 저기 박가니 잘서라."

"네네 알겠습니다."

"모닥불은 내가 피워놨으나까 꺼지는 가 잘 보고"

"네"


요단은 다시 서책을 집어넣고 장봉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요단을 뒤따라 나온 성이 박가라는 떠꺼머리 청년이 기지개를 키며 짜증섞인 말로 투덜대기 시작하였다. 
 

"무사님들이 알아서 다 지키 주는데 왜 잡역부인 우리가 불침번을 서야하는거야 씨"

"하하하 다 안전을 위해서지 별일이야 있겠어?"


둘은 적재한 짐들을 살피고 모닥불 근처로 와서 앉았다. 


"형씨 나 눈 좀 잠깐만 붙일테니 뭔일나면 깨우소"


연신 가흠(하품)을 하던 박가 청년은 그렇게 뒤로 벌렁 드러누워 이내 코를 골며 잠들어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주변에는 야간조 호위무사들이 모여서 떠들며 검을 주고 받고 있었다. 요단이 보기에 검을 주고받는 호위무장들의 수준은 담로성의 십무장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요단은 말없이 그냥 피식 웃으며 다시 금종무경을 꺼내어 읽기 시작하였다.


[금종무경을 접하는 후인에게
노부는 금강자(金剛子) 을지웅(乙支雄)이라고 한다. 노부의 생(生)이 얼마 남지않음을 알고 평생의 심득 여기에 남기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무공을 극성으로 익히면 육체가 도검같은 어떠한 외부의 충격에도 손상되지않는 금강불괴지체라는 경지에 도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금강불괴가 아니다. 내공으로 인해 호신강기(護身剛氣)가 극성으로 반응하는 것이지 결코 금강불괴라 할 수 없다. 이 경우 내공이 흐르러지거나 고갈되면 금강불괴는 깨지고 만다. 내공으로 유지하는 금강불괴는 금강불괴가 아니다. 

수련자의 공력과 심성(心性)이 일정한 층차에 도달 하면 탈태환골이라 하여 육체가 재구성 되며 허물을 벗게된다. 이 것을 반복 할수록 육체는 내외(內外)가 더욱 굳건해 진다. 이것을 금강불괴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내공이 받쳐줘야 가능하며 엄청난 시일이 걸린다. 이게 아니라면 가령 철피유(鐵皮油)같은 영약이나 영수(靈獸)의 영단을 복용함으로 금강불괴의 속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약이나 영단은 천재일우()의 기연이 아니면 얻지 못하리라.

그래서 노부는 금강불괴만을 전문으로하여 금강불괴를 속성으로 연성()하는 무공을 창안하였다. 연이 닿는 자 금종무경을 팔 성까지 깨우치면 도검불침(刀劍不侵)의 금강지체(金剛之體)와 수화불침(水火不侵)의 불괴지체(不壞之體)를 이루게 된다 이것을 외금강불괴지체(外金剛不壞之體)라 한다. 내공의 유무에 상관없이 언제나 육체는 금강석(金剛石)처럼 굳세어져 늙지않고 주안(駐顔)을 유지하며 어떤한 수단 으로도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단점은 있다. 내가고수의 내공공격을 받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내부 진탕되어 흐트러지고 심한 경우엔 죽음에 이른다.

금종무경을 십이성 연성하면 외금강불괴에서 개공개오(開功開悟)하여 전반적으로 높은 층차에로 승화하여 내금강불괴지체(內金剛不壞之體)를 이루게 된다. 오장육부와 골격 모두가 극유(極柔)와 극강(極剛)의 성질을 동시에 갖게되어 내가고수의 어떠한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 만일 수련자의 내공이 지고지순(至高至純) 하다면 서광(瑞光)이 일어나 육체는 금광(金光)의 금불성체(金佛聖體)가 된다. 노부는 이것을 진금강불괴지체(眞金剛不壞之體)라 정의한다. 

진금강불괴를 넘어서면 절대불괴신성지체(絶不壞神聖之體) 즉 무소무멸(無消無)의 자연체(自然體)가 노부의 이론상으로 존재한다. 절대불괴는 건전한 육체 내공 정신의 삼박자가 일체(一切)의 번뇌(煩惱)를 넘어서 도달하는 신의 영역이다. 부디 후인은 깨달음을 얻어 절대불괴신성의 경지를 얻기를 바란다.  금종문주 금강자 필]


"이해는 잘 안가지만 뭔가 대단한 무경임은 틀림없군 근데 안식일칠군단은 어디서 이런 무경을..."


금종무경은 총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금종동경(金鐘銅經) 금종은경(金鐘銀經) 금종금경(金鐘金經) 

요단은 금종동경부터 읽어내려갔다.


[금종무경의 수련을 돕기 위하여 노부는 말년에 한 가지 심법을 창안하였다. 본 심법을 토대로 금종무경을 수련한다면 속성의 금강불괴가 가능할 것이다. 혹 다른 내가심법을 배웠다면 본 심법은 포기하라. 경고하는 바이다.]


"금종무무심법(金鐘㱏騖心法)이라고? 구미가 당기는 군 내가 배운 선법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군 좋아 앞으로는 선법을 포기하고 이제부터 금종무무심법을 수련하자" 


요단은 즉시 금종무경심법에 나오는 자세대로 좌정하고 금종무무심법의 수련에 들어가고 야영지의 밤은 깊어만 갔다.

그 때 였다.

송학상단의 야영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에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여기서 야영하는 군 송학상단! 우리보다 하루 선수쳐서 물건을 사가다니"

"송학에서 그 물건 사가는 바람에 우리는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두고보자"


숲속의 두 사람은 이를 갈며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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