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세바,밧세바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맺어주고,
하나님앞에서 영원하리라고 맹세했던
이 혼인을 깨는 것을.
이세상 어리석은 남자들아,
내가 한남자의 아내로서 정조를 지키며
얌전하게 살 거라고 생각했는가.
내가 그렇게 살았던 것은 단지
세상사람들이 나를 우리야의 아내로 생각했을 때 뿐이다.
궁전근처으로 집을 옮기자고 한 것도 나였다.
시녀를 시켜, 다윗왕이 나타나는 때를 알려달라고
한 것도 나였다.
우리야, 성실한 남편이자, 충성스러운 신하인
내 남편.
참으로 따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지.
내가 원한건 현모양처에게 어울리는
수틀이나 바늘이 아니었거든.
옥상에 목욕통을 마련해놓고,
나는 한올한올 옷을 벗어던졌다.
젊고 아름다운 내육체,
우윳빛의 매끄러운 피부,
포도송이처럼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팽팽히 당긴 가죽북처럼
누군가가 두드리기만하면 울려댈
열정으로 가득한 내가슴.
다윗왕으로서는 조금도 거부할 수 없을걸?
내가 선택한 이상, 그는 내게서 벗어날 수 없지.
그의 왕국, 왕관, 백성들,
심지어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한 것들도
모두 나의 것.
목욕탕속에서 얼마나 잠겨 있었는지,
그 멍청한 다윗왕이 나를 보았다는 확신이 설때까지
식어버린 물속에서 알몸으로 벌벌 떠는게
얼마나 고역이었는지.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그 위대한 왕,
남의 아내를 배앗는 것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더군.
자신의 신하를 배반하고 죄를 범하는 것에서
그는 정말 주저함이 없었어.
그날밤 바로 음탕한 내용을 담은 편지가 날아오고,
내발을 닦아주는 시녀 앞에서
나는 한참이나 웃음을 터트렸지.
다윗에게 아내가 있다고?
수백명의 후궁이 그의 옆에 있다고 해서,
그게 나한테 무슨 상관이람?
결국 그들도 내앞에 무릎을 꿇고,
왕비의 관을 바치게 되겟지.
멍청한 내 남편,
전형적인 오쟁이진 남자,
성스러운 혼인서약을 하고
성전에서 맞아들인 내 남편,
우리야.
이세상 어느 누구가 그렇게 완벽하게 기만당할 수 있담?
사랑하는 아내에게 배반당하고,
충성을 다바쳤던 왕에게 배반당하고,
목숨까지 바쳐야 했지.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하나님께서 벼락을 내리셨나?
아니면, 당장에 다윗과 내게
사울왕의 부하에게 했던 것처럼 불을 내리고,
다윗을 권좌에서 내쫓았나?
천만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저 내 갓난 아들이 병을 앓다 죽은 것 외에는.
그게 무슨 상관이람?
젊고 싱싱한 내 육체가 생산하게 될 자식이
어디 그아이 하나뿐인가?
하나님도 내편이었어.
그럴 수 밖에 없지!
그분도 결국은 한 남자에 불과하니까!
내 부정을 도와주신 하나님,
다윗의 죄를 허용해주신 하나님,
선한 우리야를 살해하신 하나님,
내가 오늘 당신에게 올리는 기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죠?
이제 마지막 남은, 권력의 잔을 제게 주세요.
내 아들 솔로몬이 왕위에 오르는 날,
이 왕국은 모두 나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