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陸拾陸 벽란황제 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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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陸拾陸 벽란황제 四

꽹과리 0 2,925 2005.12.05 16:36
"국제무역항이라 그런지 벽란도에는 색목인(色目人)들이 더러 보이는군요."

"아마 벽란도가 환제국에서는 가장 클 것이오. 몇 년전만 해도 당항성(黨項城)이 가장 컸었는데 언제부터 벽란도가 갑자기 커지 시작하였오. 모든 건 도검신비인이라는 존재의 능력이라고 하오."


문사건을 동여맨 전형적인 문사차림의 장부와 보는이로 하여금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고혹적인 여인, 이렇게 한 쌍의 연인이 벽란도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들은 누구를 만나기 위하여 멀리서 벽란도까지 찾아온 난릉왕과 그의 내자 인소소였다.


"그 도검신비인은 뭐하는 자랍니까?"

"듣자하니 그가 곧 이곳 벽란도의 법이라고 하오."

"상공 그럼 도검신비인을 통하면 상공이 만나려 하는 그 분을 쉽게 찾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도검신비인 그는 벽란황제라 불리는 자인데 우리같은 여행객이 쉽게 만날수 있겠오?"

"그럼 안되면 되게 해야지요. 상공"

"소소! 뭔 묘안이라도 있오?"


헌앙장부 난릉왕이 소소라는 여인을 바라보자 여인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난릉왕은 미소가 사랑스러운 듯 다정스레 여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거 재미좋구먼"


산통을 깨는 비아낭 소리에 둘은 반사적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큰 걸음으로 오십 보 정도 되는 거리에 네 명의 장한과 한 명의 여인이 서있었다. 모두 독취(禿鷲:독수리), 신응(神鷹:콘도르), 백조(白鳥:큰고니), 연자(燕子:제비), 각치(角鴟:수리부엉이) 같은 조류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으며, 하나같이 철퇴(鐵槌), 대부(大斧), 철륜(鐵輪), 철삭(鐵索)같은 흉악한 병기를 들고 지니고 한 명의 여인만이 가는 연편(軟鞭:가죽채찍)을 말아쥐고 있었다.

범인이라는 이런 모습에 오금이 저릴 터! 하지만 난릉왕은 눈하나 깜짝이지 않고 물었다.


"볼일이 뭐요?"


난릉왕의 물음에 맨 가운데에 독취가면을 쓴 장한이 웃으며 외쳤다.


"우리는 벽란을 주름잡는 맹금오형제(猛禽五兄弟)다."


이에 난릉왕은 심드렁하게 대꾸하였다.


"아 그러셔? 그래서 볼일이 뭐요?"


그러자 독취가면의 장한은 철퇴를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벽란에서 우리 맹금오형제를 모르다니 이런 일이... 좋아 좋아 외지 여행객이라면 모를법도 하니 특별히 가르쳐 주지 우리 맹금오형제는 곧 벽란도의 법이다. 그러니 좋게 말할때 보석을 모두 내놓아라!"

"항구에서 인부들에게 수고비로 나눠 준 묘안주를 보고 따라온 분승(糞蠅)들이군"


돌연 독취가면의 장한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옆의 백조가면을 쓴 여인에게 물었다.


"야 분승이 뭔말이야?"


그러자 백조가면의 여인은 짜증섞인 말로 대답하였다.


"아 오빠는 분승도 몰라? 똥파리보고 분승이라 하잖아."

"크흑 또 똥파리? 우리더러 똥파리라고?"


독취가면은 철퇴를 붕붕 돌리며 난릉왕을 향해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였다.


"엄밀히 따지면 똥파리가 아니지 맹금의 가면을 쓴 똥파리 오형제라고 해야하나? 아니지 고니나 제비가 낀데다 여자도 있으니 정정해서 잡새가면울 쓴 똥파리같은 오남매 라고 해야 맞을라나?"


그러자 독취가면은 머리를 긁으며 다시 백조가면에게 물었다.


"야 정말 백조나 제비가 정말 맹금이 아니냐? 그리고 여자거 끼면 형제가 아니고 남매가 맞는거야? 그런거야?"

"그 그런가봐."

"그럼 이 번 일이 끝나고 맹금오형제의 명칭에 대해여 다시 연구해보자."

"아니 지금 오빠는 그런거 따질일이유? 얼른 보석이나 빼았아서.."

"아 참 그렇지"


독취가면을 쓴자는 다시금 철퇴를 붕붕 휘두르며 난릉왕을 향해 소리쳤다.


"보석을 내놓지 않으면 모두 이꼴로 만들겠다."


그러면서 철퇴를 근처의 아름드리 적송을 향해 휘둘렀다.


"퍽 와지끈"


장한의 철퇴에 직격당한 적송은 그자리서 허리가 분질러져 길게 누워버렸다. 이를 본 난릉왕은 같지 않은 듯이 한마디 내뱉었다.


"무식한게 힘이 남아도는구나"


그러자 독취가면은 또 옆의 백조가면에게 물었다.


"야 무식이 뭔말이야"


하지만 이번엔 네 명이 짜증이 나는지 동시에 외쳤다.


"아 오빠 그만하고 할일이나 합시다."

"큰형 좀 집중력을 높여봐"

"산만하게시리"

"앞으로 일거리에 큰형은 빼"


이에 독취가면은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난릉왕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 알았다니까 다시 안 물을께"

"껄껄껄"


난릉왕이 웃자 인소소도 난릉왕 옆에서 "킥킥" 대며 억지로 웃음을 참고있었다. 


독취가면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며 다시 백조가면에게 물으려 하였다. 


"야 쟤들 왜 웃어......"


하지만 네 명의 싸늘한 눈빛에 독취가면은 다시 머쓱해져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난릉왕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좋은 말로 할때 보석을 내놓아라!"


장부는 오 인이 가소로운 듯 팔짱을 낀채 여유롭게 말하였다.


"자신 있으면 가져가봐!"

"얘들아 쳐라"


독취가면의 외침과 동시에 네 명이 뛰쳐나갔다. 제일 먼저 연자가면의 뚱뚱한 장한이 자신의 키만한 지름 육 척의 거치철륜(鋸齒鐵輪)을 날렸다.


"쌔애애애앵"


커다란 거치철륜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난릉왕과 인소소를 향해 빠른속도로 날아왔지만 난릉왕은 가볍게 앞차기 한 번으로 거치철륜을 툭 차서 옆에 다가오는 신응가면의 장한에게 보내었다.


"쌔애애애애애앵"


거치철륜이 자신에게로 날아오자 신응가면은 즉시 철판교(鐵板橋)의 수법으로 급히 무릅을 뒤로 꺽어 상체를 뒤로 넘어뜨리자 거치철륜은 간발의 차이로 면상 앞을 지나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뒤의 한 아름의 고목에가 박혔다. 고목에 박힌 거치철륜은 한 동안 회전력을 잃지않고 고목을 썰며 거말인(鋸末人:톱밥)을 좌우로 어지러이 날리다 회전력이 줄어들며 멈추었다. 한 편 인소소의 옆에선 백조가면의 여인이 비상하듯이 나가와 연편을 휘둘렀다.


"흥 어디를" 


인소소는 언제 건곤권을 굳게 쥐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연편의 끝을 건곤권으로 그어버렸다. 그러자 "쉬잉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백조가면의 연편이 두 갈래로 쫘악 벌어졌다. 동시에 난릉왕의 정수리를 향해 각치가면이 큰 철부를 내리쳤다. 누가보아도 난릉왕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 같았다. 이에 난릉왕은 여유롭게 왼손만 들어올렸다.


"헉 이 익"


난릉왕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히던 대부는 난릉왕 왼손 식지(집게손가락)와 거지(엄지가락)끝에 간단히 잡혔다. 그리고 난릉왕의 왼손가락에 잡힌 대부는 신장 사척단구의 왜소한 각치가면이 아무리 용을 써도 바위틈에 끼인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 가져가라"


난릉왕이 손가락 사이를 벌리자 대부를 빼려 용을 쓰던 왜소한 각치가면은 대부와 함께 뒤로 발라당 굴러가 자빠졌다. 이 때 난릉왕과 인소소의 정면에 신응가면의 장한이 난릉왕을 향해 철삭활사자(鐵索活糸子:쇠사슬올가미)을 던졌다. 


"촤르르르"


철삭활사자는 특유의 소리를 내며 빠른속도로 난릉왕의 두부를 향하였다. 난릉왕은 날아오는 활사자의 목을 가볍게 받아서 움켜쥐고 힘을 줘 잡아 당기자 철삭은 신응가면의 호구를 찢으며 난릉왕의 손아귀(虎口)에 고스란히 쥐어졌다. 그리고 철삭활사자를로 옆에서 쇄도해오는 독취가면을 향해 던져걸었다.


"커헉"


활사자는 독취가면은 목에 사뿐히 걸리자 순식간에 목을 조여갔다. 그러자 독취가면은 철퇴를 내던지고 목을 움켜 잡으며 숨쉬기 괴로운 듯 바닥을 굴렀다.


"큰형을 당장 풀어줘"


연자가면의 반자가 언제 나무에서 뽑아 들었는지 거치철륜을 난릉왕을 향해 다시금 집어 던졌다.


"쇄애애애애앵"


거치철륜이 요란한 파공음을 내며 난릉왕을 향해 폭사해가자 난릉왕은 쥐고있는 철삭을 집어던져 거치철륜을 때렸다.


"캐캐카캉"


철삭과 철륜이 허공에서 서로 부딛치자 불꽃이 심하게튀더니 먼저 철삭이 끊어져 땅에 떨어졌다. 거치철륜은 그나마 회전력이 많이 죽은 상태에서 난릉왕을 향해 폭사해왔다. 난릉왕은 그런 거치철륜을 가볍게 손에 쥐었다. 이 틈을 이용 신응가면은 얼굴이 붉게 변하여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독취가면의 목에 걸린 철삭을 풀어주었다.    
  

"큰형 괜찮아?"

"커헉 푸하 헉헉"


독취가면은 목을 매만지며 숨을 들이 쉬었고 목에는 활사자로 인한 보기 흉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그 때였다.


"꺄아악"

"이건 세 째의 비명소리다. 가보자."


상처에도 아랑곳 않고 독취가면과 신응가면은 급히 몸을 날려 비명성이 들려온 곳으로 몸을 날렸다.


백조가면은 인소소에게 혈을 제압당하고 목에는 인소소가 쥔 건곤권의 월아가 백조가면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백조가면은 인소소가 자신의 목을 자르는 줄 알고 힘껏 비명을 질렀었다.


"헉 셋 째"

"동생"


독취가면과 신응가면은 어쩌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백조가면을 제압한 여인이 여동생인 백조가면을 죽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놔 놔 이거"


인소소와 독취가면 신응가면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난릉왕이 한 손엔 결박당해 입만살아 바둥거리며 사척단구의 각치가면을 들고 또 한 손엔 기절 한 것처럼 보이는 뚱뚱한 연자가면을 질질 끌고오고 있었다. 난릉왕은 바둥거리는 각치가면을 위로 던져 고목의 가지에 걸어서 묶어버리고 기절한 연자가면은 점혈 당하여 서있는 백조가면의 발 앞에 사뿐히 집어 던졌다. 


"악 악 이거 내려줘! 내려달란말이야."

"시끄럽구나!" 


각치가면이 여전히 악을 써대자 난릉왕은 식지를 튕겨 탄지로 각치가면의 아혈을 점해버렸다.


"이제 좀 조용하군"

 
난릉왕은 근처에 뻘쭘히 서있는 독취가면과 신응가면을 불렀다.


"어이 너희 둘 이리와봐!"


난릉왕의 명령엔 둘로선 뭐라 거부할수 없는 위엄이 서려있었다. 둘은 사태파악을 하고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난릉왕 앞으로 다가갔다.


"뭐하는 놈들이야?"


그러자 둘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서로 눈치만 볼 뿐 말이 없었다. 난릉왕의 우수가 한 번 움직이는 가 싶더니 맹금오형제라는 도적들의 가면이 휙휙 벗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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