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의 마주이야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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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의 마주이야기(3)

어메나라 2 4,297 2004.05.10 14:01

죽기전의 마주이야기


-제 3 라운드-




신부 : 그러니까 당신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군요?


죽어가는 사람 :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믿는다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이해와 믿음은 언제나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믿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거든요. 이해 바탕이 없는 믿음은 죽습니다. 따라서 이해 없이 믿는다고 하는 사람은 위선자인 셈이지요. 나는 당신이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찬양하고 있다는 주장을 대단타고 여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 못하며, 그분을 뜻매김한다는 것은 도시 당신 능력 밖의 일일 테니까요, 말인즉슨, 당신은 전혀 하나님을 이해 못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나한테 사리에 맞는 논증을 제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해 볼까요, 인간 이성의 얼안[한계]을 넘어서서 존재한다고 하는 것은 한갓 환상이거나 헛된 공상입니다. 당신의 하나님은 이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쳐버리지 않고선 환상을 믿을 수 없고, 바보가 아니라면 헛된 공상을 믿지 않겠지요.


나한테 물질에 활동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면 나는 창조주의 실체를 인정하겠습니다. 도저히 자연만 가지고는 안 되는 증거를 대보세요, 그러면 나는 기껍게 자연을 만든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한 치도 물러나지 않으렵니다. 나는 증거가 있을 때만 확신할 수 있으며, 그 증거의 참거짓을 가리는 건 내 감각입니다. 나는 감각의 얼안을 넘어선 어떤 존재를 믿기에 무력합니다. 태양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은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자연 안에 타는 성질이 있는 물질이 모여드는 중심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나는 태양에 매료됩니다만, 그 규칙적인 운행을 보면서 놀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한갓 물리학적 현상일 뿐이며, 아직은 잘은 모르고 있는 전기 작용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더 얘기해 볼까요? 당신은 하나님을 만들어 그분을 자연 현상 위에다 세워놓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날 조금 더 앞쪽으로 이끌어 가나요? 하나님의 수제품[자연]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그만이지 그것을 만든 장인까지 알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마무리 지어 보면 이렇습니다, 당신은 환상을 펼쳐보임으로써 나에게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내 마음을 어지럽혀 내 마음을 깨치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 당신한테 감사의 염이 일기는커녕 증오심이 생깁니다. 당신은 하나님이란 기계를 만들어 당신의 열망에 봉사하도록 필요할 때마다 가동하는 것에 불과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그런 방식이 내 열정과 맞지 않아 그냥 폐기했다는 것은 이해하는지요? 바로 이 순간의 내 나약한 영혼을 도울 수 있는 건 평화와 철학입니다. 이런 때 도대체 뭣 때문에 당신은 확실하게 개종시키지도 못하면서 공포심이나 불어넣고, 내 약한 얼혼을 포근하게 편안케 해주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배알 뒤틀리게 하는 궤변을 늘어놓아 안식을 방해하는 거지요? 내 영혼은 존재하는 이유만으로 자연을 기쁘게 합니다. 내 영혼은 자연의 목적과 필요에 맞춰져 내 안에 얼맞게 심어진 기관들의 결과일 뿐입니다. 하므로, 자연에 미덕이 있는 것처럼 악덕도 필요하기에, 자연은 그 편의주의에 입각하여 악덕이 필요할 때는 악덕으로, 미덕이 작동해야 할 때는, 악덕과 마찬가지로 미덕을 걸맞게 자극하는 욕망을 내안에 불러일으켜 온 것입니다. 아무쪼록 인간적 모순의 원인을 자연법칙 밖에서 찾으려 하지는 마세요, 또한 자연법칙을 설명할 때는 자연의 의지와 필요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마세요.


신부 : 그러니까 이 세상 만물은 모두 있어 마땅하다…?


죽어가는 사람 : 그렇지요.


신부 : 모든 게 필요하다면 만물엔 질서가 필요하겠군요?


죽어가는 사람 : 누가 없어야 한다고 그러나요?


신부 : 그렇담, 전능하고 최고의 지혜를 갖춘 그런 존재가 없다면, 이러한 질서를 대체 어느 누가, 또 어떤 존재가 창조할 수 있을까요?


죽어가는 사람 : 성냥불을 갖다 대면 화약이 폭발하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요?


신부 : 그렇죠.


죽어가는 사람 : 그 현상에 무슨 지혜가 들어 있나요?


신부 : 없지요.


죽어가는 사람 : 그렇다면 필요하긴 하지만 지혜 없이 만들어진 것들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세상만물이 이성도 지혜도 없는 제일원인으로부터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부 : 무얼 얘기하는 겁니까?


죽어가는 사람 : 나는 당신한테, 세상만물은 있는 그대로 있는 것이며 보여지는 대로 존재할 수 있으니까, 이성적이고 슬기롭게 작동하는 어떤 원인의 결과라는 가정이 없어도 세상은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자연계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껏 누누이 말한 바, 엄청난 양의 설명거리만 부담지우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해명하지 못하는 당신의 하나님 같은 비자연적인 기원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이란 존재는 실제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이루는 데 아무 도움도 아니 됨을 인정하고 나면, 그분은 저절로 이 세상과 그 어떤 관련성도 없어집니다. 논리적으로 아무 관련성이 없는 것은 하찮은 것이며 하찮은 것은 무[無]와 같은 것이라는 말은 가능합니다. 하므로, 당신의 하나님은 곡두[환영]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또한 어떤 유용한 목적에도 도움이 아니 된다고 내 지식이 가르쳐줍니다. 이런 쪼간이니 다른 논증은 펼치지 않아도 됩니다.


신부 :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과 종교 논쟁을 벌일 까닭이 없지요. 

Comments

graysoul 2005.02.05 18:50
멋있는데요
인드라 2004.05.10 15:21
조오쿤요...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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