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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이 밀릴정도로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엎어져 줄수는 없는 일이었다.
진석이 녀석의 아픔은 깊은것이었다. 그것은 세달의 아픔과 다르지않는것이었다.
상실의 아픔은 그것을 겪어본자만 이해할수있다.
세달은 허리가 뻐근해져 옴을 느꼈다. 녀석의 아픔을 공감하면서도 육체의 고단함을 느끼는 일에대한 자기자신의 변명까지 들어주어야 하는 묘한 상황이었다.
그런일들은 사실 많은것이다.
아버지에게 쫏겨난 어머니가 가끔 세달을 불러낼때도 세달은 쫏겨난 어머님에대한 연민과 아버지의 불호령이 두려운 이중적인 상황에 맞딱드리곤 했었다.
물론 그런것들은 어린 마음에 권태로 나타나곤 했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이중적인 상황을 받아들일수밖에 없는데 세달은 그런것들을 받아들일수는 없었다.
어린가슴에 할퀴고 지나간 상처이리라..
몇번의 흐느낌이 전해져 왔다.
세달은 이런저런 상념에 녀석의 흐느낌이 뜨거운 입김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못했다. 세달의 목을 타고 녀석의 입김이 축축하게 닿았을때 흠찟 놀라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미 몸을 빼기는 늦은것이었다. 녀석의 입김은 어느새 세달의 입술위에 다가왔다.
그리고 세달의 구강안의 점막안으로 녀석의 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세달의 눈이 동그레졌다. 드디어 세달의 이중적인 감성적 권태로움의 종말을 맞아하는 순간이었다. 권태속에 더이상숨어 있을수 없는 상황은 그렇게 어린 한마리의 새처럼 연약한 세달의 청춘에 진정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었다.
세달의 머리속에 한사람의 바보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오빠...' 원일의 파리한 얼굴이 떠올랐다.
세달은 세차게 얼굴을 돌렸고 이내 손바닥이 진석의 뺨을 후려쳤다.
고개를 든 세달은 친구들이 빙둘러서서 둘을 보고 웃고있는것을 볼수있었다.
그네들의 웃음소리는 음산하게 다가왔다.
자신은 "캐리" 였던 것이다.
세달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는 머리를 쥐고는 뛰쳐나왔다.
그리고 머리속에서 잠시일까? "복수"를 다짐하는 목소리가 느껴졌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머리속에서 울리는 한숨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