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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정 1

인드라 1 3,419 2004.11.07 01:12

발갛게 물든 가로수사이로 햇살이 붉은 물감 풀어놓은 물을 뿌리고 있었다.

도시의 회색콘크리트는 보도에 비친 화색에 의해 더욱 창백한 얼굴을 하고는 퉁명스럽게 청명한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거리는 언제나 그렇듯 젊음과 일상에 지친자들이 점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묘한 대조를 이루는 풍광이기도 하겠거니와 그럼에도 항상 그러했기에 조화롭게 느껴지기도 하는것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듯 길거리의 레코드가게에서는 '녹슨총'이라는 샹송이 예의 저음의 탁한 목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할퀴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싸가지없어 보임직한 녀석들이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 혹은 등에 메고 교복셔츠를 밖으로 꺼집어 내고는 제법바랜듯한 헐렁한 바지에 불도 붙이지않은 담배를 깨어물고 지나가는 처녀들의 엉덩이와 볼록한 가슴을 힐긋거리며 물위에 뜬 나무토막처럼 어디론가 밀려가고 있었다.

가끔 뒤에 따라오는 여학생들에게 무어라 지껄이며 낄낄거린다. 그때마다 화답이라도 하듯 계집아이들은 조그만 주먹을 하곤 남자아이들의 등을 때리기도 한다. 한녀석은 여학생들 사이에 끼여서 한계집아이의 옆구리를 싸안고 속삭이면서 따라온다. 영락없은 연인의 모습이다. 아마도 녀석들은 이름모를 여관에서 살을 섞었으리라.

이따금 차가운 바람이 어린연인의 볼을 할퀴지만 그들의 홍조띤 청춘의 열기에는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경적처럼 아무런 느낌을 주지못했다.

일단의 녀석들이 지나간 자리 저만치에 긴머리에 창백한 얼굴을 한 한여학생이 지친 표정으로 아니 무언가 계속 눈치를 보는듯한 표정으로 보기에도 애초롭게 보이는 큰가방을 둘러매고 걸어가고있었다.

교복이 이미 짧아진듯 고은 허리선이 노출되어 있었다. 상당히 피로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다부진 입술과 창백한 얼굴 그리고 가는 허리는 어딘지 모르게 성숙함이 배어나왔다.

앞서가던 녀석중 리드처럼 보이는 녀석이 힐끔 세달을 쳐다보면서 서스럼없이 지껄인다.

"빨리와 씨발년아"

세달은 화들짝놀라면서 종종 걸음으로 일단의 녀석들에 합류하는것이었다.

리드같은 녀석은 기다리는듯 서있더니 세달의 목을 꽉감싸 안았다.

 

세달은 착한 아이였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첫날 부터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어린나이였지만 가끔 취해서 들어오는 아버지의 주먹질과 몰락한 집안이 그렇듯이 어두운 그림자는 세달의 얼굴에도 나타났다. 민감한 아이들은 웬지 힘이 없어 보이는 창백한 세달이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집단 따돌림은 더욱 세달을 침착하고 염세적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2년에 가까운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다.

세달은 타고난 성숙한 외모와 창백함으로 남자아이들의 눈길을 받아왔다. 그럴수록 계집아이들은 세달이를 집요하게 미워했다.

오늘은 세달의 생일이었다. 한눈에 보아도 껄렁한 녀석들이 세달의 생일을 축하해준다는것이었다. 왠일인지 진석이녀석이 용돈을 털어 세달은 한번도 구경조차 못한 나이트에 데려가 주겠다는 것이었다. 진석이는 목사의 아들이었다. 녀석 또한 아버지의 강압에 멍든 어린시절을 겪어 왔다. 그래서인지 이녀석은 고등학교에 진학한후로 눈에 띠게 삐뚤어져 갔다.

 

진석이의 팔에 목을 감긴 세달은 불안했다.

녀석의 숨소리가 왠지 헐떡거렸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밤 아버지는 들어오지않으실 것이었다.

이대로의 생활이라면 어찌 되던 좋다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친구들을 사귈수있다면 그래서 집단 따돌림에서 해방될수있다면...

한무리의 시끌벅적한 녀석들이 지나간 거리는 오히려 을씨년스럽게 침묵속에 흩어졌다.

길거리의 래코드가게에서 앙리꼬마샤스의 노래가 끝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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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내가 주인공?! ㅋ
주인공이라 기분 좋긴 한데...7년동안 당한 '따'를;;
에구구..소설에서도 또 당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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