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힘이 필요했다. 이 정글 같은 세상으로부터 나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힘이.
어두운 골목길. 한 명의 인간이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으채 무릎 꿇고 있었다. 그 인간의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의 입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힘이 필요해. 힘이. 나의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무한한 힘이”
떠벅떠벅.
그의 뒤에 들리는 발걸음 소리. 그 소리에 반응하는 그의 신음소리. 하아하아. 발걸음 소리가 가까이오면 올수록 그의 신음소리는 더 크게 났다. 그 소리에 상응하듯이 심장 박동 소리도 점 점 높아졌다.
떠벅떠벅..뚝..
넘쳐진 발걸음 소리. 그 소리에 그의 얼굴은 왼쪽으로 돌려서 왼쪽눈으로 그 사람을 본다. 그의 붉어진 눈동자에 비친 건 인간이 아니라 운 없이 들어 온 한마리의 사냥물이었다.
“흐흐…흐흐….흐흐…..으하하하하하하”
의미 불명의 웃음 소리를 낸 그는 몸을 돌려서 걸어온 자한테 달려서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잡았다. 그 순간에도 그의 ‘으흐흐’ 라고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손에 잡힌 머리를 포함한 몸의 진동 – 두려움에 의한- 이 느껴졌다. 그 진동이 더하면 더할수록 그의 붉은 눈은 더욱 더 선명하게 빛났고 웃음소리는 신음소리로 교체되었다. 마치 살려달라고 말하는 사냥물의 입술동작에는 아무런 느낌을 안받는 듯 그는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하고 그의 목에 면도날같이 날카롭게 나온 두 개의 송곳니를 박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잘먹겠습니다.”
그의 눈동자는 점 점 행복해지게 변하였고 거칠게 잡은 손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포용하듯이 부드럽게 변하였다. 곧 이어서 송곳니를 뺀 그의 얼굴은 마치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은 어린 아이처럼 행복을 띄기 시작했다. 그의 짧았던 머리는 길어졌고 눈동자는 검은색으로 되었다. 그의 얼굴은 안경을 제외한 모든 것이 변하였다. 여드림과 수염이 어느정도 있던 그의 얼굴은 유리알처럼 매끄럽게 변하였고 몸의 체형도 ‘그’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게 오히려 ‘그녀’ 라고 해야 어울릴 정도로 변하였다. 그 아니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