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6 : 1987.11.24. Telepathy

bm.gif ar.gif


좋은글들 주로 자작시, 자작소설, 자작수필 등을 올려 주세요. 저작권이 있는 자료는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의대 series 6 : 1987.11.24. Telepathy

(ㅡ.ㅡ) 0 3,251 2003.10.07 16:29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민형)
  날 짜 (Date): 1994년03월18일(금) 08시34분53초 KST
  제 목(Title): 의대 series 6 : 1987.11.24. Telepathy



먹고 있는 걸  보면 배고파진다. '롬'과 '줄'도 그랬을게다. 그들의  아픔은 나누

어줄 줄 모르는 자들  사이에서 느끼는 허기였기에 더욱 예리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연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만큼 무서운 고통은 없다.

연이와  staire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신  신은 시간에 대해서만은  인색했다.

처음엔 민기가 있었고 둘이는  남남이었다. 그다음엔 학년말 시험이 있었다. 짧은

봄이 있었으나  예정된 이별 앞이었기에  몹시도 추웠다.  그다음 1년간은 서울과

부산의 거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한번 연이가 부모님께는 친구네

집에서 자겠다고 해놓고 부산을  찾은 적이 있었지만 하룻밤은 매정할 정도로 짧

았다.


    Juliet : Wilt thou be gone? it is not yet near day.
      It was the nightingale, and not the lark,
      That pierced the fearful hollow of thine ear,
      Nightly she sings on yond pomegranate-tree.
      Believe me, love, it was the nightingale.

    Romeo : It was the lark, the herald of the morn,
      No nightingale : look, love, what envious streaks
      Do lace the severing clouds in yonder east.
      Night's candles are burnt out, and jocund day
      Stands tiptoe on the misty mountain tops.
      I must be gone and live, or stay and die.


아침을 알리는 종달새 소리를 밤에 우는 나이팅게일이라고 우기는 줄리엣과 그녀를

달래며 떠나는 로미오, 아침 해를 원망한 것은 그들만이 아니다.


이제 겨우 함께 있게된 두사람  앞에는 새로운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연이가

본과 1학년이 되어 정신없이  바빠졌고 연이의 부모님들께선 의대를 그만두고

공대를 택한 '정신나간' staire를 달가와하지 않으셨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에도
 
바쁜 연이를  부모님들이 어떻게 대했는지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staire에게도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이상 부모님의  돈으로 공부할 수는

없는 일. staire는 좀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했다. 거의 매일 두 명 이상을 가르

쳤고 집에 돌아가면 12시가 넘는 것이 예사.  공강 시간에 빈 강의실에 혼자 앉아

리포트를 쓰거나 식당에 앉아 책을 읽어야 했다.  도서관까지 걸어갈 시간도 아까

왔던 거다. staire도 연이도 지쳐 갔다...


언제부터인지 일요일에 전화를 해도 연이의 부모님들께선  바꿔주지를 않았다는

생각이 문득 났다. 의대로 달려갔다. 연이는 싸늘했다.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으나 몇 달이 가도 연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staire는 어리석게도  연이를 원망했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더니...

몇 년 후에야 알았다. 연이도 무척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연이는 그 이후 서울대

병원에서 정신 치료를 받았던거다...


staire와 연이가  다같이 4학년이던 어느 날  의대에서 연이와 마주쳤다.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staire는 연이를  붙잡으려 했으나 연이의  시선은 공허했다.

연이는 staire를 보고  있지 않았고 staire의 말을 듣고 있지도  않았다. 연이는

고등학교 시절에 일기에 썼던 대로 '남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staire를 외면하는 것이 연이의 '자신의 길'을 향한 첫발자국이었을까?


그날 저녁에 민기와 마주쳤다. 깊은 원망과 증오를 담은 민기의 눈길을 마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민기는 나보다 연이를 더 사랑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다. 세사람은 이제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철저하게 남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 끝 )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br><br>[이 게시물은 (ㅡ.ㅡ)님에 의해 2005-04-07 16:23:58 횡설수설(으)로 부터 이동됨]

Comment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7 <소설> 雷聲霹靂 - 參拾貳 풍운의 담로성 五 꽹과리 2005.05.05 2856
226 <소설> 雷聲霹靂 - 參拾壹 풍운의 담로성 四 댓글+1 꽹과리 2005.05.03 3488
225 <소설> 雷聲霹靂 - 參拾 풍운의 담로성 三 댓글+4 꽹과리 2005.05.02 7034
224 <자작시> 함께 가는 길 댓글+1 꽹과리 2005.04.28 3629
223 <소설> 雷聲霹靂 - 貳拾玖 풍운의 담로성 二 꽹과리 2005.04.27 2908
222 <소설> 雷聲霹靂 - 貳拾捌 풍운의 담로성 一 꽹과리 2005.04.26 2961
221 <소설> 雷聲霹靂 - 貳拾柒 주찬분궁의 최후 七 꽹과리 2005.04.26 2979
220 <자작시> 꽃 꽹과리 2005.04.25 3143
219 <소설> 雷聲霹靂 - 貳拾陸 주찬분궁의 최후 六 꽹과리 2005.04.24 3129
218 <소설> 雷聲霹靂 - 貳拾伍 주찬분궁의 최후 五 꽹과리 2005.04.21 2877
217 <소설> 雷聲霹靂 - 貳拾肆 주찬분궁의 최후 四 꽹과리 2005.04.09 3171
216 <소설> 雷聲霹靂 - 貳拾參 주찬분궁의 최후 三 꽹과리 2005.04.07 3021
215 몽유병 인드라 2004.06.09 3280
214 사랑은 존재하지않는다. 댓글+9 인드라 2004.03.17 29972
213 비오는 날에 댓글+3 비타민 2004.07.25 6298
212 이판사판 자포자기 댓글+1 인드라 2004.07.23 3632
211 넘기기 아까워서..태시기아빠님의 時 인드라 2004.07.20 3092
210 나른한 행복 댓글+1 인드라 2004.07.12 3492
209 항구적인 것은 없다. 댓글+3 인드라 2004.06.26 6273
208 씨앗 댓글+2 인드라 2004.06.26 4537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262 명
  • 오늘 방문자 4,440 명
  • 어제 방문자 6,870 명
  • 최대 방문자 7,815 명
  • 전체 방문자 1,770,181 명
  • 전체 게시물 14,686 개
  • 전체 댓글수 38,023 개
  • 전체 회원수 1,677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