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환제국 무림에 일명 개독이라 불리는 문파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 처럼 생겨났다. 그 중에 세력이 가장 큰 오대문파를 말하자면 성모방(聖母幇) 복음성(福音城), 야장성(耶長合同城), 주찬궁(主讚宮), 성령침례보(聖靈堡)이다.
이 문파들은 하루가 멀다고 도전 해오는 기존 무림문파에 대항하기 위해 성모방을 제외하고 힘이 강성한 사대문파를 합쳐서 환국개신총연합(桓國改新總聯合) 약칭으로 한개총 이라는 거대 단체를 만들었다.
그 외에 환개총에 인정받지 못한 중소문파 들이 난립하였으니, 이들 문파는 오히려 한개총에서 이단(異端)이라하여 공격 받고 있었다.
주찬궁 중부분궁
호화찬란한 대전아래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빽빽하게 모여있었고 그 곳엔 불꺼진 큰 화로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단상에는 미끈하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중년은 곳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올렸다.
"오 위대한 여호와 하느님 아버지 오늘도 그 위대하신 권능을 이 곳에 임하여 주시옵고~"
중년은 내공이 깊은 듯 육합전성(六合傳聲)으로 거의 한 시진이나 떠들었다. 그러다 중년은 준비된 냉수 한 사발을 들이키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십년동안 천하를 뒤지고 또 뒤진 끝에 드디어 충음지체의 제물을 찾았습니다. 오늘 주께서 임하실 것입니다."
중년의 말에 대전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제물을 데려오라!"
중년의 명령에 저 만치서 십자목(十子木)에 손과 발목에 못질이 된 여인이 장한들에 의해 들려서 나왔다. 여인은 혼절 한 것으로 보였다.
"여러분 바로 충음지체의 제물입니다."
대전 안은 더욱 술렁거렸다.
"제물을 성로에 넣어라!"
"넷"
장한들은 여인이 못 박힌 십자목을 화로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단상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화로 앞에 다가갔다. 그 순간 술렁이든 대전 안은 쥐죽은 듯 고요하였다.
중년의 남자는 두 손을 화로로 향하고 중얼거리기 시작하였다.
"위대하시고 위대하신 여호와 하늘님 아버지시여 오늘 주께서 바라시는 남자를 안일이 없는 삽십이 명 가운데 열 세번째 여인인 충음지체의 여인을 바치오니 주의 권능으로 저의 두 팔에 성령이 임하게 하시어 성로에 성화를 타오르게 하시옵소서 아문!"
그러자 중년남자의 장심에서 불곷이 조금씩 일기 시작하였다. 이 때 대전 천장의 돌출된 기축(機軸)에 앉아 이를 바라보며 비웃는 인물이 있었다.
"흥! 성령 좋아하네 단순한 삼매진화가 성화로 둔갑하냐? 이런 사기한(詐欺漢) 같으니라고 그럼 어디 성화에나한 번 디여봐라!"
중년남자의 귀에만 들려온 전음입밀(傳音入密)이었다. 그리고 중년남자의 옷에 불이 붙은 건 그 직후였다. 중년은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크아아아 뜨뜨거"
중년남자는 불을끄려 이리저리 휘청대다 그만 자신이 성로라고 하던 화로안으로 떨어졌고 화로에 불이 붙어 시뻘건 불꽃이 이글거렸다.
살려달라 외치는 중년남자의 목소리는 화로의 엄청난 화염속에 곧 자자들었다.
"저기다 주임목사님을 해한 흉수가 천장에 있다."
모여있던 궁원들이 일제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목에 동고(銅鼓:꽹과리)를 멘 인물이 궁원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잡아라"
누군가의 외침에 언월도(偃月刀)를 든 장한들이 일제히 경공을 시전 하며 천장의 기축위에 뛰어 올랐다. 동고를 목에 건 인물은 손가락으로 동고를 한 번 튕겼다.
"꽤애애앵"
천지가 동고소리로 인해 뒤흔들렸다. 하늘과 땅이 뒤죽박죽되는지 대전이 무너져라 하고 흔들거리며 복잡하게 치장한 색유리로 된 창들이 동시에 박살났다. 대전안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모두 중심을 잃고 쓰러졌으며 오장육부가 진탕되어 기혈이 역류하고 머리가 빙빙 돌고 있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의 모습 그대로 였다.
천장의 시축위에 오른 장한들은 죄다 고막이 터지고 머리 속이 새하얗게 비어 백치가 되어 중심을 잃고 아래로 떨어졌다.
"쯔쯧 오합지졸(烏合之卒)이 따로 없군 가벼운 삼태극심천통마경고음(參泰極心天統魔鏡鼓音)도 이기지 못하고 이토록 지리멸렬(支離滅裂) 하다니"
그는 아래를 내려다 보다 고개를 훽 돌려 창 박을 바라보았다.
"재미있겠군"
시축위의 인물은 허공을 유유히 밟고 내려와 창 박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대전은 순식간에 폭삭 누너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