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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의 마주이야기
원제 : Dialogue between A Priest and A Dying Man
글지이 : 싸드
옮긴이 : 어메나라
<제1라운드>
신부 : 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환영의 막은 걷혀져버리고, 미혹한 삶을 산 사람들이 일평생 저질러온 잘못과 악덕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종말의 시간이 옵니다. 인간적인 나약함 때문에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여 저질러온 그 많은 죄악들을 당신은 진심으로 회개하렵니까?
죽어가는 사람 : 그렇습니다, 진정으로 후회합니다.
신부 : 그렇다면 이제 남아있는 짧은 시간을 놓치지 말고, 이제 모든 고통을 덜어줄, 지극히 성스러운 참회의 선서를 받들어 행하기만 하면, 우리의 영원하신 아버지요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길에 따라 용서함을 받을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음으로써 지은 죄 모두 사함 받도록 하세요.
죽어가는 사람 : 우린 둘 다 말을 오해했군요.
신부 : 그게 무슨 소리지요?
죽어가는 사람 : 난 방금전에 후회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부 : 나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죽어가는 사람 : 헌데 당신은 내 말뜻을 오해했습니다.
신부 : 그 말에 그럼 다른 의미라도…?
죽어가는 사람 : 이제부터 얘기하지요.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자연 Nature 이 나를 만들었습니다. 무척 날카로운 욕구와 태울듯이 뜨거운 정열을 갖고서 이 땅별위에 나를 태어나도록 만든 것은 다름아닌 자연입니다. 내 유일한 목적은 자연이 베풀어준 욕구와 정열에 순종함으로써 그 둘을 달래는 것이었습니다. 욕구와 정열이란 것은 창조된 내 자아를 구성할뿐더러, 자연의 기본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계적인 부품들입니다. 당신 귀맛에 좋게 표현하자면, 욕구와 정열은 내게 해당하는 자연의 목적을 구현하는 데 없어서는 아니 되는 부차적인 요인들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이것들은 전폭적으로 자연의 법칙에 합당한 것들입니다. 내가 후회한다고 말한 것은 내가 자연의 전능성을 전폭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며, 이러매 내 양심의 가책은, 오로지 당신 눈에는 범죄적으로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 더할나위없이 솔직한, 자연이 베풀어준 이 욕구와 정열이라는 기능을 제대로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했다는 그 점에 있습니다. 나는 때때로 자연에 저항했고, 마음속 깊이 자연을 못마땅하게 여긴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들의 교리에서 말하는 훨씬 더 신성하다고 하는 힘으로 내 안에 있는 욕망의 격렬함을 억누르도록 눈이 멀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랬던 내 자신이 후회스럽습니다. 나는 익은 과실들을 더 많이 거두어들일 수 있을 추수철에 그저 꽃들이나 꺽고말았던 것입니다. 이 점이 내가 후회하는 바른 이유입니다. 최소한 나한테 엉뚱한 죄를 들씌우지 않도록 내 말을 제대로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신부 : 아, 당신은 이제껏 저질러온 죄악들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군요! 그런 궤변 때문에 당신은 이토록 참길에서 벗나가버린 것입니다! 창조주의 능력을 한갓 창조됐을 뿐인 세계의 덕으로 돌리는군요! 그래 당신은 당신의 인생 행로를 타락하게 한 그 한탄스런 욕구와 정열들이야말로 당신이 전능성을 부여한 바로 그 타락한 자연의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죽어가는 사람 : 당신의 논증은 당신의 머릿속처럼 텅합니다그려. 더 이성적으로 논증하지 않으려거든 날 조용히 죽게 내버려 두십시오. 도대체 ‘창조주’란 말이 무슨 뜻입니까? ‘타락한 자연’이란 말이나 하면서 대체 뭘 이해하고 있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