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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눈앞이 확 트인 보리밭의 평원에 누렇게 익은 보리들이 불
어오는 바람에 물결을 치며 맥추(麥秋)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 보리밭 사이로 끝없이 난 외줄기 농로(農路)를 바라보는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흑의무복(黑衣武服) 차림에 번뜩이는 매서운 눈매와 한 일(一)자로 굳게 다문 입과 얼굴에 난
무수한 상흔(傷痕)이 범인(凡人)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오른 손은 묵색(墨
色)의 사척(四尺) 장검(長劍)을 내려 쥐고 있었다.
“우라질 세상”
사나이가 처음 뱉은 한마디였다.
그와 동시에 세 명의 장한(壯漢)이 나타나 사나이를 품(品)자형으로 에워쌌다.
사나이를 에워싼 세 명의 장한들은 얼기설기 꿰맨 짐승가죽옷 차림에 범인은 들지도 못할 크
기의 철퇴(鐵槌)를 들었으며, 모두가 흉신악살(兇神惡煞)의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흐 과연 소문대로 개천(開天)의 선봉장(先鋒將)이군 우리 광무삼살(狂武蔘殺)의 존재를
느끼다니”
장한의 말에 사나이의 입가가 실룩거리는가 싶더니 되물었다.
“광무삼살? 거력파(巨力派)의 퇴왕(槌王)도 그들에게 혼(魂)을 팔았나?”
사나이의 물음에 그 앞에 마주선 장한이 대답하였다.
“흐흐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이 혼탁한 세상에 대세(大勢)의 흐름을 알고 편승(便乘)
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란다.”
이 말에 사나이의 눈가가 일순간 실룩거렸다.
“대세의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 겨레의 혼과 양심마저 그들에게 팔았나?”
“겨레의 혼과 양심이라 흐흐흐 그런 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치 않다. 현재의 세상은 힘을
가진 강자(强者)만이 살아남는다. 나 역시 그런 힘을 원하는 한 사람이고 그 힘을 얻었다. 또
한 변치 않는 중요한 사실은 너는 오늘 이 보리밭에 뼈를 묻는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사나이를 에워싼 세 명의 장한이 철퇴를 높이 쳐들고 사나이를 향해 돌진하였다.
“우라질 세상”
흑의무복의 사나이는 늘어뜨린 장검을 곧추세웠다.
“진천검결(振天劒訣) 파동쇄골검(波動碎骨劍)”
사나이의 검에서 묵색의 검기(劍氣)가 피어오르고 그의 모습이 찰나 간 세 명의 시야에서 흐
려졌다. 그와 동시에 달려들던 세 명의 장한은 동시에 입에서 검붉은 피보라를 내뿜으며 마치
연체동물(軟體動物)처럼 흐느적거리며 “털썩 털썩” 엎어져 버렸다.
좌우에서 달려들던 두 명은 즉사(卽死)하였으며, 앞에서 돌진하던 장한만이 사나이의 발아래
에서 칠공에 피를 흘리며 힙겹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으흑 이 이럴수가 추 충분히 강해졌다고 여겼거늘”
사나이는 자신의 칼에 쓰러져 죽기직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한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외세(外勢)에게 혼을 판자의 당연한 결과다.”
사나이는 좌수(左手)를 들어 죽어가는 장한을 향해 망설임 없이 일장(一掌)을 발(發)하였고,
장한의 머리통은 장풍(掌風)에 수박처럼 터져버려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누가 보아도 참으로 역겨운 광경이었지만 사나이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눈앞에 끝없이
이어진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갔다.
꽹과리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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