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핫산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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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핫산의 기도

회색영혼 0 3,523 2005.03.05 20:35
하나님, 제이름은 핫산이구요, 올해로 아홉살이구요,
부모님은 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계세요.
도망갈 사람들은 모두 성에서 도망갔지만,
저는 미처 피신하지 못했답니다.
저들, 스스로 신의 군사라고 주장하는 십자군들이 곧 성을 함락시킬거래요.
그들의 여호와가 우리를 모두 죽일거래요.
어저녁에도 무슬림의 목이 비처럼 성안으로 쏟아졌답니다.
우리들의 사기를 꺽기 위해서요.
 
 
사람들은 아우성이에요.
십자군들은 사람도 잡아먹는대요. 정말일까요?
설마 그들도 사람인데 그럴까요?
저 윗동네에 그리스인들과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며칠전에 십자군이 쳐들어와 모두 죽이고 잡아먹었대요.
저들이 달고 다니는 십자가는 아마도
피와 죽음을 상징하는 십자가인가봐요.
모두들 그들을 두려워하고 증오해요.
우리 무슬림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그들을
증오하고 있어요.
 
 
윗동네 사는 애랑 소풍가기로 약속했었는데,
그애도 죽었을까요?
전 무서워요. 아직 해보지 못한 일들이 많이 있어요.
친구들과 약속한 것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바다에 나가 모험을 하겠다는 소망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하나님,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전 기독교인을 미워한 적이 없었어요.
누구든 미워하는게 올바르지 못하다고
코란선생님이 말씀해주셨어요.
그런데 왜 저들은 우리를 미워하는 걸까요?
저들은 우리를 알지도 못하잖아요.
저들이 우리를 안다면, 우리가 저들을 안다면,
어쩌면 이전쟁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요?
 
 
저들, 십자군들에게도 아내와 자식이 있다면,
그들이 고국에 둔 아내와 자식을 떠올린다면,
조금쯤은 저들이 저지르는 학살이 줄어들까요?
제발 하나님, 이 전쟁이 끝나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죄없는 자들로 하여금  피흘리지 않게 해주세요.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아직 하지 못했어요.
저대신 부모님께 전해주시고, 위로해주세요.
어린 핫산이 친구들을 먼저 만나러 간다고 전해주세요.
고통받는 제 이웃과 동포들에게 희망을 주시고,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천국의 문을 열어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행복했지만 또 슬펐던 이세상에 
 좀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떠나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이세상을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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