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拾 태음절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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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雷聲霹靂 - 拾 태음절맥

꽹과리 0 3,287 2005.03.23 17:55

조간 끝으로 잡혀 쓰러진 상대의 현옹(懸壅:목젖)을 지긋이 눌렀다.


"죽고싶나? 자객"


취개 분노의 안광(眼光)은 범인의 것과 사뭇달라서 상대를 공포에 떨게 완전히 제압하고 있었다.

지금 취개는 분노를 억눌렀다. 하지만 태음절맥으로 죽어가는 아해가 자꾸 생각이 나 분노는 새록 새록 피어올랐다. 그리고 폭발하였다.


"크아아 죽인다."

"케엑"


분노로 인하여 조간에 힘을 주자 상대는 현옹이 꿰뚫려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죽어버렸다.

취개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마을의 죽어가는 아해의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뜻 밖의 광경을 보았으니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아해가 취개를 알아보고 맨발로 달려나왔다.


"아빠!!"


취개는 영문도 모르고 달려오는 아해를 두 팔로 안아들었다.


"아니 예진아 너?"


원래대로라면 지금 즘은 태음절맥으로 인해 전신 혈맥이 얼어붙어 죽었어야 할 아해였다. 취개는 분노가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면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누액(淚液)이 가득 차 있었다.

취개가 조간을 메고 아해의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아해는 태음절맥으로 인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있었고, 미약한 숨만을 간신히 내뱉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해의 혈색은 너무나도 좋아보였다.

사람의 신체는 매우 오묘하여 제각각 조금씩 다른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다. 보통 범인은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의 신체를 가지고 태어나며 부모가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영약(靈藥)이나 영독(獰毒)을 섭취하여 철골지체(鐵骨之體), 금강지체(金剛之體), 천룡지골(天龍之骨), 독중독인(毒中毒人) 등이 태어난다. 부모가 거령족(巨靈族)일 때는 거령신맥(巨靈神脈)이 태어난다. 음양의 조화가 맞지 않으면 천형지맥(天刑之脈)이 태어나는데, 삼음절맥(三陰絶脈), 오음절맥(五陰絶脈), 칠음절맥(七陰絶脈), 구음절맥(九陰絶脈)이 그것이며 치료하기가 어렵다.

남아의 양(陽)이 너무 지나쳐 태양절맥(太陽絶脈)이 태어나기도 하는데, 어릴 때는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영재였다가 십팔 세가 가까울수록 백치(白痴)로 변하며, 이십 세가 되면 혈맥이 타 들어가 죽게 된다. 여아의 음(陰)이 너무 지나치면 태음절맥(太陰絶脈)이 태어나는데, 태양절맥처럼 어릴 때는 문일지십의 영재였다가 십팔 세가 가까울수록 백치로 변하며, 이십 세가 되면 전신혈맥이 서서히 얼어붙어 죽게 된다.


"자네의 노력이 예진이를 살렸네."

"촌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당가요?"


취개는 미소지으며, 다가오는 촌장을 바라보았다.


"내 생전 명의(名醫)는 많이 보았어도 그렇게 신기(神技)에 가까운 의술은 처음 보았네. 의신(醫神)이야 의신"


순간적으로 취개의 두 눈이 빛났다.


"누가 예진이의 태음절맥을 치료하였단 말입니까?"


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 분 지금 어디있당가요??"

"한 시진 전에 떠 났네. 자네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거라고 하더군. 그리고 이 걸 전해주라 하더군"

"음..."


취개는 말없이 에진이를 안은 채 촌장이 건네주는 서찰을 받아서 펼쳤다. 서찰은 아무런 내용도 없는 그냥 백지였다.

취개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하얗게 빛이났고 서찰은 취개의 삼매진화(三昧眞火)로 인해 순식간에 재로 변해 바람에 흩날렸다.


"촌장님 이제 제가 마을을 떠나야 할 때가 온 거 같당께요. 그러니 예진이를 부탁드립니다."


취개가 안고 있는 예진이는 어느 새 두 팔로 취개의 목을 감싸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닐세 예진이는 자네와 떨어지려 하지 않을 걸세 자네가 데리고 가게나."

"안될 말입니다. 제가 가는 길은 보보(步步)마다 살계(殺計)와 흉계(凶計)가 숨어있는 도산검림(刀山劍林)입니다. 어찌 어린 예진이를 데리고 가란 말씀이랑가요?"

"예진이는 더이상 백치가 아니네 자네에게는 짐이 아닌 큰 도움이 될걸세. 자네도 알지 않는가? 태음절맥을 타고난 예진이가 어릴적 얼마나 총명하였는지 비록 성장함에 서서히 백치로 변하였지만 태음절맥이 치료된 이상 예진이는 문일지십의 수재이네."

"지금 자네 품에서 자고 있는 예진이가 깼을 때 자네가 없다면 예진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찾으러 혼자 떠날 아이이네 데려가게. 자네는 이미 예진이의 의부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난 자네가 범인이 아닌 걸 알고 있네. 여기 맥향촌에는 자네 만큼 학문과 무예를 익힌 사람은 없네. 학문과 관계없이 모두가 농사로 바쁜 농부들이네 그러니 예진이는 자네가 데려가 가르치게."


취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튿날 동이 틀 무렵 맥향촌 농민들의 환송(歡送)을 받으며 취개는 예진을 홍말 태우고 끝 없이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갔다. 

여명(黎明)이 밝아모고 떠오르는 동천조일(東天朝日)이 취개와 예진의 얼굴을 밝혔고 둘의 그림자가 맥향촌을 향해 끝없이 이어졌다.

취개와 예진이 저만치 아침 해 속으로 사라지도록 팔을 흔들며 환송하던 촌장의 입에서 나지막히 독백이 흘러나왔다. 


"대단한 청년이야. 그의 양견(兩肩:두 어깨)은 조국을 짊어지고 있어..."


옆에서 촌장의 독백을 듣던 촌장의 부인이 말을 이었다.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 마을에서 불량배들이 모두 마음을 고쳐먹고 살아가는 것도 모두 예진아빠 때문이지요."   

"그려 당신 말대로 우리마을은 예진아빠로 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지. 하지만 우리 이 마을 사람 누구도 아직 예진아빠의 본명도 모르고있어 사람이란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하거늘....."


회상하는 촌장의 눈 시울이 뜨거워 졌고 그의 팔은 떠오르는 아침 해를 향해 계속해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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