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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은 19입니다..^^;;;
1~5편까지는 예진아빠님이 수고하셨으며 나머지는 인드라가 버려놓았습니다..^^;;
장르는 3류 무협(색협)
예수그리스도의 향기라는 카페와 클럽안티기독교카페의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굴안기-
만뇌선생 상봉존자 : 이상봉님
월하추객 계석선생 : 이계석님
육두개구 광오 : 권광오님
애부길라 동포 : 동포님
취개 예지훈 : 예진아빠님
설야은오 유기 : 유기님
예향루-
빙기옥골 향기매 : 향기
백화묘향 가다린 : 카타리나
도배신녀 추녀월 : 가을여인
주차금지 비수매 : 피스메
빠다 : 바다
그외-
예설천수 석 : 덤바위
예향외전
클안기와 예수그리스도의향기
두 카페의 군웅들이 예향루에서 충돌한다.
등급 : 19세이하는 열람 금지
작성자 : 1~5편-예진아빠님
6~19편-인드라
반개독문화의 일환으로 작성됨.
1
차운성(嵯雲城)
국내성(國內城)이 일국의 수도로서 집약적인 정치판도의 중심에 서있다면 이곳 차운성은
상권과 문화의 중심으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비록 그 규모가 국내성의 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하나 당금의 치부한 거상들이며 천하를
오시하는 시인묵객 그리고 이제 막 주유하며 협행을 시작하는 무림의 신출내기까지 차운성
은 일종의 통과의례 적인 순례지이며 그들의 위명을 공고히하는 하나의 장이었다.
어스름 황혼이 뉘엿 지는 구릉을 따라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한 잔잔한 풍치를 배경으로 성내(城內)의 풍경은 하루의 마감을 알리고 있었다.
전을 걷고 셈을 끝마친 장사치들도 고단한 일상을 접고 지친 표정으로 귀가를 재촉하는 저
녘 무렵의 고요한 마무리는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다를 바가 없던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하나 둘 붉은 등이 켜지며 부산한 소음을 내기 시작한 곳이 있었으니..
강변을 따라 누각(樓閣)과 작은 규모의 장원(莊園)이 제법 운치와 기품을 뽐내며, 끝없이 이
어지는 홍등 사이로 널찍이 그러나 빼곡히 늘어선 이곳은 분명 호수가 아님에도 파루호(波
淚湖)라 불리는 곳이며, 나라 안의 호사가들과 오입쟁이들이 꿈에도 그리는 풍류의 제일봉
이며, 기재를 자랑하는 숱한 한량과 기녀들의 한숨과 눈물이 비파 소리처럼 어우러지는 당
대의 기루촌인 것이다.
또한 여인네의 분냄새와 교태 그리고 간드러진 웃음으로 뭇 사내들의 혼을 빼고 마침내 꼭
꼭 갈무리 해두었던 품안의 은자를 아낌없이 토하게 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묘한 품격을 자랑하며 서있는 소장원(小莊園) 하나가 있었으니.. 기기묘
묘한 화초와 마치 수려한 산세를 옮겨다 놓은듯한 몇개의 기암 괴석에 둘러 쌓여 어지간한
세가(勢家)의 그럴듯한 장원 쯤은 너끈히 비웃을 만한 규모의 장원 대문 현판에는 단지 세
글자로 예향루(藝香樓)라고만 써있었다.
그렇다면 여기가 제법 돈푼깨나 만진다는 부호들이며 시재에 능하고 풍류를 즐기는 한량들
그리고 기루에 기생하며 왈짜로 논다하는 건달패들도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신비의 기루인
그곳이란 말인가..
은자 천냥을 가지고도 이곳 예향루의 이급 기녀와 사흘 밤을 넘기지 못하며 온갖 기화와 보
물로도 일급 기녀의 마음을 동하게 하기 어렵다는 호색가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는 곳.
삼급 기녀의 미모와 재기가 가히 경국(傾國)이며 절세(絶世)이고 일급 정도의 기녀는 천상
의 월아(月娥)가 하강한듯 넋을 놓게 한다는 풍문으로 다정(多情)도 병인 사내들이 땅만 꺼
져라 한숨을 쉬게 만드는 최고급 기루(妓樓).
그러나 언제부턴지 호기로운 사내들의 가슴을 달뜨게하는 희소식이 소문처럼 돌고 있었으
니
그것은 예향루주(藝香樓主)인 빙기옥골(氷肌玉骨) 향기매(香妓賣)가 내놓은 솔깃한 제안
때문이었다.
그녀가 내놓은 제안은 세가지로 그것을 다 충족시키는 자는 그에게 황금 만냥을 줄 것이며
예향루의 자유로운 이용은 물론이고 단한푼도 주대와 화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허나 그 소문의 내용을 끝까지 들은 자들은 다시 한번 땅을 칠 수 밖에 없었다.
그 내용이란 것이
첫째가 루주가 내는 세가지 문제를 다 맞출 것
둘째가 루주의 두 오라비이며 당대의 절정 고수인 낙화유수(落花流水) 창세기(脹笹棄)
그리고 취사금지(醉事禁止) 마태오(魔殆汚)의 협공을 삼십초 이상 견뎌낼 것
셋째는 뛰어난 방중술(房中術)로 루주인 향기매를 세번 울게 할 것
이 세가지였다.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도전해 봄직도 하지않은가하는 소박한 의문을 가지는 장삼이사(張
三李四)들도 좀 더 긴 부연 설명을 들으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땅을 치고 한숨을 쉬는 쪽
에 합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향기매가 내건 조건이 그리 녹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현
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빙기옥골 향기매가 누구인가..
그 발랄한 재기와 언변은 가히 억만금의 거상들을 세치 혀로 녹이며 뛰어난 기재의 시인이
며 학자들과 능히 밤을 새워 대작(對酌)해도 물러섬이 없고 재치와 임기응변이 만뇌선생(萬
腦先生) 상봉존자(相奉尊者) 그다음에 두어도 가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드높은 이름인
터..
그녀를 상대로 문답내기를 한다라는 것은... 또한 그의 두 오라비인 마태오와 창세기로 말할
것 같으면 불과 이십 세에 무림에 출행하여 각 문파의 고수들을 상대로 무려 일 백 이십 오
회의 비무를 청하여 단 오회만 패하였을 뿐인 각기 검법과 도법에 출중한 자들로서 당시로
서 무림 판도에 민감하던 무림삼천 즉 개천과 용천 그리고 창천에 입문하라는 제의를 동시
에 받았을 정도의 실력자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인 것이다.
그들을 상대로 더군다나 협공을 대적해 삼십초를 버틴다라는 것 또한...
더우기 향기매는 남해신니(男解神尼) 마고할미(魔古轄彌)의 속가제자로 음양흡정대법(陰
陽吸精對法)인 미아리경(迷峨鯉經)을 칠성 가까이 익힌 방중술의 대가로 그런 그녀를 단 한
번이라도 울게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건 조건 또한 무참하게 세인들의 희망을 싹부터 짓밟았으니 도전에 실
패한 자는 목을 내놓는다.
황금 만냥에 눈이 뒤집히고 향기매의 자색에 넋을 잃고, 당대 최고급 기루인 예향루를 제집
마냥 드나들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머리가 목 위에 붙어 있을때 유효한 것이 아닌가말이다.
그렇다면...무언가 다른 뜻이 있단말인가....
2
밤 풍경과 어우러진 갈대 그리고 늘어선 홍등 사이로 겨울의 끝이 길 떠날 채비를 하는 저녘.
이곳 기루의 고즈넉한 그러나 일견 작은 소음들로 분주한 풍경 속으로 문득 두 사내가 들어섰
다.
달 그리메를 등에 이고 부리한 눈과 텁수룩한 수염의 호리 호리한 체격의 장한과
약간 체구는 작지만 한 시절 좋게 칼바람 속에 묻혀 지냈을 온갖 풍상을 겪어낸 눈빛을 가진
사내였다.
"이보게 광오(筐筽)..저곳일세..저곳이 예향루인가 보군.."
"그렇군..동포(童飽)..그럼 슬슬 시작할까? 흐흐"
둘은 인피면구를 꺼내 역용을 하고 서로를 향해 신뢰를 보내며 빙긋이 웃었다.
가만! 이들이 누구란 말인가?
무림 구대 기인중의 두 사람이며 삼년 전 굴안기(窟雁器) 협곡에서 야소마령대(耶蘇魔領隊)
의 초절정고수 오천(五天)을 대적하여 칠주야(七晝夜)에 걸친 혈전으로 단 아홉 사람이 야소
마령대 전원을 몰살 시키고 그들 또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던 아주 짧은 시간에 무림의
전설이 되어버린 가공할 전투의 당자들이란 말인가?
무림의 요절복통 골칫덩이이며 그 기행이 자못 엉뚱하고 포복절도할 기상천외의 일들만 저지
르고 다니지만 그 일신상의 무공 내력이 알수없는 깊이로 삼천(三天)의 절정고수들도 감히
오시하지 못한다는 두 사람..
육두개구(肉頭慨口) 광오(筐筽) 그리고 애부길라(愛部吉羅) 동포(童飽)
이둘은 형제처럼 붙어다니며 생사를 같이 하지만 기실 육두개구 광오가 쾌검(快劍) 즉 검의
빠르기를 추구 한다면 애부길라 동포는 권(拳)과 각(脚)을 이용한 박투술(搏鬪術)이 장기인
묘한 어울림의 두사람이었다.
이 둘의 우정에는 묘한 계기가 있었으니 십년전..
국내성의 싸구려 기루인 북창루의 박색 추월이에게 동시에 연정을 품고 사흘 밤낮을 생사를
걸고 연적으로 겨루었고
결국 승부를 결하지 못한채 추월이에게 찾아갔으나 역시 동시에 추월이에게 채여버린 웃지못
할 야사를 비밀도 아닌 비밀로 가지고 동병상련의 애잔함을 가슴에 품고 서로에게 끈끈한 우
정을 표시한 것이 이후 광오에겐 동포가 동포에겐 광오가 있다더라하는 무림쌍절의 외호를
얻게 되었으니 인연치고는 기구하고도 서글픈 인연이었다.
그렇다면 무림 구대 기인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작금 무림 정파의 세 축이 개천 용천 창천이라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며 표표히 세월을
흘려 보내는 기인들이 세상에는 존재하였으니 세인들은 그들을 일컬어 삼노(三老) 오청(五
靑) 일화(一花)로 부르며 경외심을 표시하였다.
만뇌선생(萬腦先生) 상봉존자(相奉尊者)
만개의 뇌(腦)를 지녔으리라는 별호가 말해주듯 그의 학식과 경륜은 당금의 시아대륙에 울려
퍼졌으나 아무도 그의 본 모습을 알지 못하였다.
다만 그의 박학과 식견보다 더 엄청난 무공이 그의 진면목이며 그가 창안한 무공의 수만도 가
히 책 몇권은 좋게 될 것이라는 풍문뿐..
그러나 그가 곧 무림의 하늘이며 무의 시작과 끝이라 단정짓기에는 애석하게도 다른 한 사람
이 존재하였으니 하늘은 어찌하여 만뇌(萬腦)를 내고 또 석계(碩溪)를 내었는가라는 탄식어
린 한숨이 회자되는 한 사람
그 자체가 무(武)의 대지이며 바람이고 물결이며 흐름인 월하추객(月下秋客) 석계선생(碩溪
先生)
가슴에 담아둔 여인을 잊지 못해 세상을 등지고 은거하였으나 상봉존자의 거듭된 청으로 한
자루 검으로 세속에 돌아온 석계를 가리켜 세인들은 바다보다 더 큰 시냇물이라 추앙하였다.
삼노중의 하나인 알녹잔도(謁錄殘度) 독고현(獨孤玄)
섬전무비의 쾌검으로 오직 지고의 무도만을 추구하며 불의와 타협하느니 차라리 목을 내어주
겠노라 호언하는 외고집의 사나이
이세상의 어떤 여인도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으며 오직 그의 정인은 한자루 검일 뿐..
검의 길이 곧 그의 길이며 정사를 막론하고 그의 검 앞에서 웃은자는 없다는 일인행 일인협의
불세출의 기인 독고현
그렇다면 기인이라 불리우는 다섯 젊은이는 누구인가..
도박의 달인이며 춘풍공자라 불릴 정도로 화류계의 풍운아이지만 암기술의 대가로서 어느 누
구도 그에게 틈을 보이는 것은 곧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경구를 만든 여의타봉(如意打
棒) 오공(吳工)
그러나 오공이 야소교에 대응하는 해박한 논리와 지식의 소유자이며 전략가임을 누가 알랴..
또 한사람.. 갈대잎 하나로 능히 보검을 대적한다는 검의 고수 그것은 이판사판(易判思判) 라
솔(羅率)을 일컬음이라..
일인당천의 기세가 욱일하여 승천하지만 여인의 눈물에 약하여 늘 손해를 보는 사나이중의
사나이..
꽃보다 더 먼저 울고 잎보다 먼저 마음이 진다는 무림의 시인(詩人)이며 가객(歌客)인 라솔
(羅率) 그리고 육두개구(肉頭慨口) 광오(筐筽) ,애부길라(愛部吉羅) 동포(童飽) 특히 애부길
라 동포의 절학은 일신상의 무공보다 그의 숨겨진 의술에 있었다.
기연으로 얻은 전설상의 의서인 천고의학비술(天考醫學秘術)을 익혀 십이성 대성한 그에게
의술에 관해 논한다는 것은 폭포 앞에서 오줌을 갈기는 파렴치한 행위로 이것은 극히 소수만
아는 무림의 기사(奇事)였던 것이다.
나머지 두 사람...
취개(醉漑) 예지훈(醴池薰)
그가 술이 깨어있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늘 취한 눈으로 비틀거리며 저자거리를 지나지만 아무도 그에게 시비를 거는 자도 그를 비웃
는 자도 없다.
그것은 차디찬 시체가 되어 불귀의 객으로 자신을 떠나보내는 첩경임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
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하나.. 일화(一花)는 누굴 말하는가?
설야은오(雪夜垠旿) 유기(洧杞)
무림 제일미..
눈 내리는 밤에도 땅끝까지 그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며, 꽃도 바람도 새도 그녀 앞에선 오직
숨을 죽이고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꽃..
취개 예지훈의 기행의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는 세인들의 수근거림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청초한 그녀의 향기는 그녀가 지닌 두 자루의 연검과 그 연검이 출수하여 매섭고 차가운 손속
으로 바람을 가를 때에도 목숨을 잃는 상대조차 아득한 그리움을 느낀다는 가공할 아름다움
이었다.
3
규모있는 세가(勢家)의 소장원을 이루듯 홍등과 현판을 제외하고는 기루라고 짐작하기 어려
운 예향루의 대문 앞에 선 두 사내.
애부길라 동포가 호기있게 루의 대문을 발로 걷어찼다.
"이보게! 귀한 손님 왔으니 문 좀 여시게나!"
그러나 현판 옆에 걸린 홍등의 붉은 불꽃이 꺼질듯이 심하게 흔들려도 아무 대답이 없자
"게 아무도 없느냐! 동가색 서가주(東家色 西家酒) 천하한량(天下閑良) 두 난봉꾼이 예향루
주를 찾아 천리를 왔느니라"
동포는 다시 목소리에 약간의 내공(內功)을 실어 왈짜가 논다니를 희롱하듯 제법 거친 말투
로 대문안으로 기별을 던졌다.
잠시후 대문옆으로 작게 붙어 있던 곁문이 빼꼼히 열리며 그들의 행색을 살피는 열 대여섯살
쯤으로 보이는 사환이 나타났다.
"나리님들 이곳은 아무나 출입하는 곳이 아닌뎁쇼..헤헤"
"그 아무나가 아닌게 바로 우리다..요 호랑말코 같은 녀석아"
그러나 사환 녀석은 둘의 행색을 살펴보아 장안의 부호도 이름난 선비도 고강한 내력의 무사
도 아닌것으로 판단한 것인듯
"이곳 예향루의 하룻밤 주대가 얼만지나 아슈?"
피식거리며 터억하고 허리춤에 손을 올리는 꼴이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이었다.
제법 당차게 나오는 사환 아이의 수작에도 콧방귀를 생략하던 육두개구 광호가 갑자기 왼발
을 축으로 가볍게 몸을 돌리며 오른발등으로 사환 아이의 왼쪽 정강이를 후려찼다.
이것은 보기에는 가벼운 공격이지만 강호에서는 일명 타구각(打狗脚)이라 불리는, 어슬렁
거리는 동네 개나 심지어 사나운 들개조차 단 한방에 잠재워 불에 꼬실르는 악랄한 수법으로
개고기 애호가인 무림인들만의 필살기였다.
그러나 왠걸..무공의 무자도 모를 것 같던 사환 아이가 가볍게 이보 가량을 물러서더니 오히
려 역공을 취하며 좌수로 신속하게 허리춤을 잡아오는 것이 아닌가..
" 오호! 금나신권(擒羅伸拳)이라... 허헛..고녀석 할애비 상투 잡을 놈일세"
놀라지도 않고 빙긋 웃던 육두개구 광호가 허리춤으로 다가오던 상대방의 손목을 전광석화
(電光石火)처럼 잡아채며 겨드랑이에 끼워 넣으니 그래도 사환은 나머지 한손으로 갈퀴를
지으며 금나신권(擒羅伸拳)을 재차 구사하려 하였다.
"이놈 용두질도 못치게 손모가지를 분질러 주마..히힛"
육두개구의 나머지 한 손이 어느새 연이은 격타음을 날리며 새가 모이를 쪼듯 사환의 손등을
가격해 갔다.
"아악...."
"하하..관을 보고서야 눈물을 흘리는 가소로운 놈이구나"
사환은 육두개구가 몇개의 점혈을 하고 몸뚱이를 확 밀쳐버리자 속절없이 대문옆 담벼락에
처박힌 쥐새끼 모양으로 덜덜 떨며
"살려만 줍쇼..제가 고명하신 어르신네를 못알아보고..."
어디가 어떻게 혈을 짚였는지 땀으로 전신을 멱감으며 빌어대는 것이었다"
"네 녀석의 이름이 무언고? 흐흐 제법 손속이 날카로운 걸 보니 평범한 사환 아이는 아니구
나.."
"루주인 향기매님의 호위올습니다요..빠다라고 합니다요.."
"이름도 생긴것 만큼 후진 놈일세...흐흐 "
"살려만 줍쇼..제발"
"오냐..핏덩이 같은 녀석아..혈을 풀어줄테니 냉큼 가서 네 주인을 모셔오거라"
애부길라와 눈웃음을 나누며 육두개구가 빠다란 놈의 혈을 가볍게 집어가는 순간..
"고명하신 무사님네들을 몰라본 저아이를 그만 용서해 주시고 안으로 드시지요"
굳게 닫혀있던 루의 대문이 활짝 열리며 두명의 기녀를 옆에 세우고 한 여인이 곱게 차려 입
은 미복으로 가녀린 교소를 토했다.
"댁이 이곳 주인이쇼?"
싱글거리며 애부길라가 묻자
"그렇습니다만..어찌 오셨는지..."
"허허! 기루에 사내가 오는 것이 술과 오입 말고 또 무슨 까닭을 대란 말이오..
더우기 황금도 얹어주는 재미난 내기가 있다고 강호에 소문이 쩌렁한데..."
"그것이 목숨을 건 내기란 것은 알고 오셨는지요.."
"두말하면 잔소리고 세말하면 처가살이도 작파하는 겉보리라우"
마치 오래도록 사귄 정인들의 대화처럼 애부길라가 장단을 맞추자
"그럼 두분의 진면목을 보여주시는 것이 예의 아니세요?
역용하시고 사람을 대하시니 본 루주 민망하옵니다"
"켁..그걸 우째 알었소?"
"다 아는 수가 있답니다..호호"
"두번 죽이는군..흐흐..여보게 내가 이거 하지 말자고 했잖어.."
인피면구를 벗으며 애부길라가 육두개구를 보면서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낄낄.. 역시나 예향루주의 안목은 고명하시오.."
역시 인피면구를 벗으며 육두개구가 한손으로 가볍게 포권을 취했다.
"육두개구 광호요"
"애부길라 동포요"
역시 포권을 취하며 애부길라가 싱글거리자
"강호에 위명이 쟁쟁한 두 분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별로 놀라는 표정도 없이 향기매가 두 여인에게 눈짓을 하자 그녀들은 옆으로 물러서며 안내
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귀빈실(貴賓室)인 개핵방(開核房)으로 모시거라"
향기매가 간단히 지시를 하고 앞장을 서자 뒤를 따르며 육두개구가 애부길라를 보고
"흐흐 방이름 한번 야리꾸리하군"
하며 웃는 것이었다.
"핵(核)이면 여인네의 그곳에 있는 그것이란 말인가? 씨앗을 여는 방이라..하하"
애부길라가 홍소를 터트리며 맞장구를 쳤다.
기루의 정원은 잘 꾸며져 빈객들의 흥취를 돋울만하며 양옆으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듯 두
개의 연못에는 작은 배가 하나씩 떠있었다.
세개의 별채와 한개의 화려한 본채로 이루어진 예향루의 내부는 역시나 강호의 한량들이 천
금을 주고 주색을 살만큼 꾸밈새가 정교하고 기품을 갖추었으며 보기가 그럴듯 했다.
4
정원을 지나 본채에 이르러 큰 장지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부가 여러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
으며 그 안쪽에는 넓은 대청이 자리잡고 있었다.
과연 예향루의 명성이 허명(虛名)이 아닌듯 분주히 오가는 하급 기녀들조차 그 미색이 곱고
자태가 출중하며 사내들의 색심(色心)을 자극할만했다.
그런데...
대청 구석에 잘 차려 놓은 주안상을 앞에 두고 한 사나이가 연신 술을 벌컥거리며 자작자음
(自酌自飮)하고 있었다.
뒷모습만 보이는 사내 옆에는 기녀 하나가 그런 사내를 넋을 놓고 뭐라도 홀린듯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여보게 애부길라... 저 녀석의 뒤꼭지가 아주 낯이 익지 않은가?..흐흐"
"음...그렇군. 나도 낯이 퍽 익으이..흐흐"
둘은 방으로 안내하던 기녀에게 저 대청에서 술 마시는 손님과 합석하겠다고 이르고 거침없
이 사내에게 다가갔다"
"형님들 앉으시우.."
마치 뒤에 눈이라도 달린듯 둘이 다가서는 순간 사내가 불쑥 내뱉었다.
"어쩐지.. 루주가 우리의 역용을 알아본다 했더니 자네가 이미 발설했겠군..흐흐"
털썩 사내의 앞에 주저 앉으며 애부길라가 웃음 가득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자
"두 형님들 인피면구야 국내성 저자에서 은자 열냥에 속아서 산거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새
삼..하하.."
"낄낄..하긴.."
멋적은 표정으로 육두개구가 안주 하나를 집으며 웃음을 지었다.
"술이나 드시우.."
사내가 빈잔을 들어 호리병의 술을 따르자 애부길라가 그 잔을 받으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여보게 취개(取漑) 자네는 이곳에 어쩐 일인가..?"
가만...취개(取漑) 예지훈(藝池薰)?
강호를 통털어 그만한 술꾼이 없으며 늘 취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비틀대는 걸음으로 천
하를 활보하는 취개가 이자란 말인가?
"너는 잠시 물렀다가 목욕재개 연후에 침상에 반듯이 누워 나를 기다리거라..흐흐"
취개가 옆에 앉은 기녀에게 농조로 말을 건네자 아까부터 홀린듯 취개를 쳐다보고 있던 자색
고운 기녀의 볼이 발그레지며 고개가 밑으로 숙여졌다.
"잠시 뒤에 기별하면 오시라고 루주에게 전하는 것도 잊지 말고.."
취개가 연이어 소근거리자 이내 기녀가 일어서더니 가볍게 절하고 물러섰다.
"형님들도 야소(耶蘇) 사냥 나오셨수?"
잠시 취기를 없애며 말짱한 눈으로 취개가 은밀히 물었다.
"그렇다네..천하가 야소교 떨거지들로 다시 흉흉한데 이곳 예향루의 주인과 그 오라비가 그
앞잡이들의 핵심이라네"
애부길라가 역시 은밀히 중얼거리자 육두개구가 말을 이었다
"더우기 이곳에 삼천(三天)에 스며든 야소교의 간자(間者)와 배신자들의 명부가 있다는 만뇌
선생의 전언이 있었다네.."
"그렇군요"
"자네는 이곳에 왠일인가?"
"설야은오(雪夜垠旿) 유기(洧杞)가 이곳에서 사라졌소..한달 전에...
그 아이 역시 명부(名簿)를 찾고 있었다 하오"
"그리 된 일이군..."
침통한 표정으로 애부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삼년전 야소마령대(耶蘇魔領隊)는 그저 무림과 관부를 건드려 본거에 불과했어..
우리 아홉명만으로 그들을 막아낸 것도 만뇌선생의 계책이기도 하였지만 말일세.."
오천의 절정 고수들로 이루어진 야소마령대를 무참히 도륙하고 표표히 사라진...바로 무림의
전설인 굴안기(窟雁器) 협곡 혈전의 영웅들중 삼인이 이곳 예향루에 모여 있다는 사실을 세
인들이 안다면 경악..그 자체인 것이다.
"자..술부터 듭시다.."
취개가 다시 술병을 집어 둘에게 권하는 그 순간..
"호호.. 무슨 그리도 재미난 말씀들을 나누시길래 기루에 오셔서 기녀도 물리치시고....호
호.."
교태스런 음성으로 향기매가 저쪽에서 셋을 보고 손짓하였다.
"자아..여기 개핵방(開核房)으로 납시지요..
회포 푸실 만반의 준비가 갖추어져 있사와요..."
"하핫..오랫만에 아우를 만나서 잠시 정담을 나누었소이다"
육두개구가 호탕하게 웃으며 일어섰다.
"그런데 루주는 우리가 올줄 알면서도 그 빠다인지 바다인지하는 쥐새끼를 내보내 경을 치게
만들었다는 말이오?..흐흐"
애부길라가 실실 웃으며 루주를 추궁하자
"빠다란 아이가 지 주제도 모르고 깝신거리길래 교육차원에서 내보낸거에요..호호"
교태스럽게 향기매가 대답하였다.
"흐흐..교육 차원이라..내 오늘 이곳 절색(絶色)들을 밤새도록 교육 시켜주마.."
애부길라가 아랫도리를 우스꽝스럽게 흔들며 잘 차려진 주안상과 기녀들이 그림처럼 놓여진
방문을 열었다.
5
호기로운 사내들과 교태로운 여인네들의 웃음 소리로 예향루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이보오..향기매님.."
"하명 하시오소서..애부길라님"
"루주가 낸다던 그 세문제를 살짝 알려주면 어떠하겠소..흐흐"
"호호..털도 안뽑고 닭을 잡으려 드시네.."
"목을 걸고 하는 내기를 가만히 앉아서 흘려보낼 수만은 없지..하하"
애부길라와 향기매의 정담이 오가는 가운데 문득 날카로운 눈으로 좌중을 살피던 육두개구
가 취개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게..취개"
"말씀하슈..형님.."
"자네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꽃을 찾아 헤멘다던데 그 꽃이 이곳에 있나?"
옆에 앉은 기녀의 저고리 속으로 손을 넣어 유두를 희롱하던 취개가 풀린 눈으로 대답하였
다.
"천하 잡놈 취개도 애오라지 한떨기 꽃만 쫒는다오..아이야..그 비파 좀 이리 주련..."
비파를 튕기던 어린 기녀에게 넌즈시 이르고 기녀를 희롱하던 손을 물수건으로 닦은 취개는
이내 취한 눈을 들어 가만히 좌중을 둘러 보았다.
잠시뒤 비파를 뜯으며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가 취개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절대가인(絶代佳人) 절대화용(絶代花容)
무정가인(無情佳人) 단장가인(斷腸佳人)
만년장가(萬年長佳) 빙자옥질(氷資玉質)
반야가인(半夜佳人) 담장가인(澹粧佳人)
호치단순(皓齒丹脣) 경국지색(傾國之色)
경성지색(傾城之色) 월궁항아(月宮姮娥)
진수아미(珍首蛾眉) 해어지화(解語之花)
선자옥질(仙姿玉質) 설부화용(雪膚花容)
능파(凌波) 일녀(佚女) 천향국색(天香國色)
명모호치(明眸皓齒) 미색부동면(美色不同面)
침어낙안지용(深魚落雁之容) 폐월수화(閉月羞花)
화용월모(花容月貌)
이 모두가 한떨기 꽃으로 붉은 설야은오(雪夜垠旿) 유기(洧杞)
그립고 그리우며 그리워서 그립도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홀린듯 그를 쳐다보던 기녀들이 환호하며 감탄을 연발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루주인 향기매의 눈빛이 흘깃 묘한 표정을 지으며 취개를 일별한 것은 아무
도 눈치 채지 못하였다.
"어쩜..누군지..너무 부럽다.."
어느 기녀의 달뜬 목소리를 중동무이 말을 자르며 애부길라가 취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천하의 취개가 왜 취개인지 아나..낄낄"
"그만하쇼..형님"
다시 흐트러진 모습으로 돌아간 취개가 기녀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예향루 처마밑으로 휘영청 달도 기우는데... 시간은 이미 축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곳은 별실..
한 쌍의 남녀가 달뜬 신음을 발하며 엉켜 있었다.
목선이 고운 새하얀 피부의 여인네가 사내의 애무를 받으며 연신 비음을 토하고.. 사내의 혀
가 칼날처럼 여인의 유두를 저미고 다른 한 손이 그녀의 둔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땀방울인듯 또르르..
물방울이 굴러 여인의 유방과 유방 사이를 가를 때 여인의 짙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여인의 배꼽 아래 검은 숲이 파르르 떨리며 물기 머금은 분홍 속살을 드러내자 사내의 혀가
그곳을 유린하기 시작하였다.
"아아...미워요..미워요..정랑(情郞)"
여인이 사내의 머리칼을 움켜 잡으며 고통스런듯 중얼거리자
"더 미운 짓을 해주지.."
사내가 몸을 일으켜 서서히 여인을 덮쳐갔다.
사내의 하체에는 고개를 치켜든 육봉이 마치 살아 숨쉬는 잉어처럼 꺼떡거리고 창틈으로 스
든 달빛에 반사된 귀두가 반짝거리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달빛이 스쳐 지나가자.. 불꽃 같은 열락으로 서로의 몸을 탐하는 두 얼굴은 취개와
아까 그 기녀가 아닌가... 취개의 육봉이 여인의 비소를 간지럽히다가 마치 성난 파도처럼
아니 무자비한 침략군처럼 진군의 나팔을 불며 들이닥쳤다.
비파를 튕기듯 피리를 불듯 섬세하게 여인의 몸을 연주하던 취개의 돌변한 태도에 잠시 놀란
표정으로 주춤하던 여인은 열렬히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울부짖다가 깔깔대며, 애욕의 흐름
에 몸을 맡기고 깊은 나락으로 스스로를 던져버렸다.
취개의 몸이 여인의 깊은 곳에서 일순 폭발하자 여인은 크고 작은 여러 개의 화산이 동시에
터져 온몸이 걷잡을 수 없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감을 느끼고 말았다.
정적..그리고 깊은 침묵
"사랑하게만 해주세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을께요.
오시지 않아도 그리워만 할께요"
"소운(素雲)이라..고운 이름이군.."
여인의 애타는 호소를 잠깐 일별하고 취개는 언제 그랬냐 싶게 무표정한 얼굴로 여인의 땀에
젖은 머리칼을 만지작 거렸다.
"내 사랑은 하나 뿐이다...소운.. 네가 날 사랑해도 나는 너에게 줄 사랑이 없다..소운.. 그리고
그것은 너에게 지옥 같은 고통이다.."
"괜찮아요..정랑..저는 그냥 바라 보기만 할게요.."
"한달전에 이곳에 그녀가 왔었다...아느냐?"
"네..알아요..그녀가 설야은오 유기란 사실두요.."
"어디에 있는지도 아느냐?"
"야소교 본단(本團)에 감금 되어 있을거에요.."
"네가 가진 본단에서의 직책은?"
"서열 이십 오위..향기매 다음으로..전도사(戰盜射)지요.. 이제 정랑에게 몸과 마음을 앗긴 가
련한 여인에 불과하지만요.."
순간 취개의 입술이 소운의 입술을 헤치고 그녀의 혀에 얽혀 들었다.
죽음처럼 깊고 강물처럼 푸르른 밤이었다
6
무심한 달빛은 천하를 희롱하는듯 천산에걸려있고 매화향기 그윽한 귀방은 옥봉(玉峰)이 잠
시쉬어가는 천상의 침방이던가..
창호지밖에 비친 취개 그의 단아한 어깨가 유난히 고와보인다.
한바탕 결전을 치른지 한시진이나 되었을까? 어디선가 호접(蝴摺)같은 비파소리와 피리소리
가 어울린다.
서로 대화하는듯 시기하는듯 ...
지음(知音)이라 했던가? 지기금소조(知伎琴簫遭)의 가락인가?
취개 그는 불현듯 몸을 일으킨다.
빠른 몸놀림이지만 아무런 기척도 남기지않은체... 단꿈에 빠져있는 기녀를 돌아보지도 않은
체 신형을 옮긴다
단꿈에 빠진것일까?...깊어가는 예향루의 밤은 질흑같은 침묵만이 흐른다.
취개 이자는 무엇을 하고있는것일까?
한편
개핵방의 육두개구광오와 애부길라 동포
오랜친우라도 만난듯 루주향기매와 백화묘향 가다린과 서로 희롱하고있었다.
"개핵방이라면 천하가 다아는 호걸들의 꿈속에도 그리는 상좌가 아닌가? 그렇다면 천하의광
오는 누구의 품에서 곤한 몸을 누인단말인가?"
육두개구 광오 그는 벽안의 서방대륙여인 가다린에게 눈길을 주며 넌즈시 내뱉는다.
가다린 그녀가 누구인가?
얼마전 서방에서 왔다지만 그녀의 내력을 아는이는 아무도 없었다.
빙기옥골 향기매 마저 그녀의 내력을 알길없으니 참으로 신비에 싸인 여인이랄 수밖에 다만
상부의 명이니 예향루를 그녀와 같이 운영할 밖에 없으나 내심 의아스러운것은 어쩔수가 없
다...
도대체 이여인의 내력은 무엇이며 상부에서는 자세한 설명조차 하지않는것일까?
"강호의 협사들이야 격식을 차리지않는다고는 하나 소녀 서역범절에 아직도 머리를 올리지
않았으니 육두님의 청이 과한줄 아옵니다....부디 정욕에 잡히지마시고 평안 하소서"
가다린 이여인의 낭낭한 목소리에 광오는 기필코 너를 눕히고 말리라 하고 다짐하는 듯하다
"무림의 호걸이야 호색(好色)이니 그리 탓하지마시오..."
짐짓 육두개구라는 별호(別號)에 어울리지않는 겸양을 한다
"소문을 듣고 불나방이 불을 찾듯 이리 납시셨으니 문제를 들어보시겠습니까?..호호 서역에
한 성자(性子)가 있다합니다...그의 내력을 아는이적고 신비에 싸여있다합니다. 허나 그의 족
보가 암암리에 전해져오니 개경(開敬)이라 하옵니다."
"소녀 비록주루의 주인일 따름이나 궁금하여 그러오니 알려주시면 백골난망 하겠사옵니다..
호호"
순간 흠짓 하는 좌중 잠시시간이 흘렀다...
서역의 성자(性子)라면 야소괴도가 아닌가? 이토록 당돌한 질문일줄은 생각도 못한듯 하
다...기어이 속내를 들어내는것인가?
어찌 서역괴도의 암암리에 전해져온다는 개경을 보기나 했으리오...육두개구 광오는 난감하
기만 하다.
크~응 하며 아까부터 꿔다둔 보릿자루 처럼 술만 축내고있던 애부길라동포 이가 기지개를
껴며 우습다는듯이 몸을 일으킨다.
그의 다부진 신형은 각(脚)과권(拳)으로 다져진 당대의 기재가 아닌가?
"이보게나 개경이야 강호인이 보았을리 없지않는가?..... 그러나 애비없이 태어났다는 진위
는 알고있다네...애비없는자가 족보가 무슨소용이 있겠는가?"
참으로 지혜로운 답이 아닐수없다.
기실 개경에는 취사금지 마태오가 필사했다는 마태오복금과 입산금지 누가라는 이가 필사했
다는 누가라복금에 그진위가 엇갈려 한때 여호와국에 피바람이 불었다는 5년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광오는 대소복절하며 무릎을 탁친다.
순간 가다린이라는 여인의 눈썹이 실룩됨을 그리고 은연중에 음독한진기를 모으고 있는것이
었다.
7
언제세워졌는지...누가 세웠는지도 알려져있지 않는 예향루.. 이곳에는 금역의 공간이있
다.
상당방(象塘房)과 지송방(池送房)이 그것이다.
상당방 문간에 어스름한 신형이 비치니 이가 누구인가?
취개 예지훈이 아닌가?
그의 신형이 재빨리 움직이는듯하더니 여기저기를 살펴보는듯하다.
순간 그의 몸이 솟구치는가 했더니 한모금의 진기도 내어비치지않고 천정대들보위에 사뿐
히 앉는다.
어슬프게만 보이던 그가 아닌가?
당대에 그토록 현묘한 경공(擎功)을 펼치는자 또한 드물것이나 한모금의 진기도 발설하지
않는이는 더욱 드문것이다.
상당방 이곳은 야소들의 은밀한 밀담을 나누는곳이다.
어설픈 취객들이 이곳에서 얼마나 많이 애궂은 목숨을 잃었던가?
고구려 차운성의 야소전파의 산실이 되겠다.
몰약과 음독한 암기들과 개경이 여기에서 부터 전파되었으리라.
차운성의 백성들이 몰약을 복용하여 흉악한 괴수로 돌변하여 지아비를 칼로 도륙하고 시어
미를 독살하기도하는 참극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것이었다.
참으로 독날하기 여지없는 야소괴도들이 아닌가?
어디선가 음날한 기운이 뻗쳐온다.
두 사내의 신형이 서서히 나타나고 그들의 형형한 안광은 심후한 내력의 소유자임을 알려
준다.
바로 이들이 간악하기로 소문난 그랑지대륙의 낙화유슈 창세기와 취사금지 마태오가 아닌
가?
벽안의 두눈이 번뜩이며 마태오는 괴함을 창세기에게 건넨다.
괴함을 열자마자 창세기는 반기는 눈치이다.
괴함속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한 사내의 두상(頭像)이 있는것이었다.
대들보에서 진기를 숨기고 광경을 지켜보던 취개의 입에서 탄성이 나올뻔하였다.
천하의 취개라하지만 저 두괴두를 상대하기는 벅차리라.
어느덧 식은땀이 베어나오는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참혹하게 일그러진 두상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야소괴도 주차금지(酒借金指) 비수매(費手
魅)가 아닌가?
이놈은 얼마전 예향루의 운영권을 노렸다.
주차금지 비수매 이는 변장술의 대가였으며 자위금지(慈爲琴指) 송백목(宋白目) 좌욕금지
(挫慾禁止) 마구간(魔口干) 등의이름으로 바꾸어가며 야소괴도들을 이간질하며 예향루운
영권을 노려왔다.
그토록 달변이었으며 정보에 빠르던 그가 이토록 처참한 모습으로 죽었있음은 참으로 허망
한 일이 아닐수가 없는것이었다.
"금년에 이러한 잡놈들이 우리 야소교도들을 이간질하는 일은 뿌리 뽑아야 할것입니다. 창
세기형님 삼천(三天)을 공략할 전문이 서방대륙에서 도착했다 합니다. 몇몇 묵사(墨師)들
도 합세할것이라합니다. 곧 삼천은 무너집니다....또한 예설천수(禮舌千獸) 석(石) 이란놈
의 동태가 수상합니다. 그를 주시해야 할것입니다"
느릿하게 내어밷는 마태오의 음성에 음독한 기운이 뺃쳐나왔다.
예설천수 석 이가 누구인가?
삼천의 작위를 사양하고 오히려 야소교속에 숨어 숱한 음독한 짓거리를 단신으로 막아온
기재가 아닌가?
육두개구 광오 애부길라 동포가 그토록 흠모하여 삼천전에 상소한바 삼고초려(三考招廬)
한 빼어난 인재가 아닌가 말이다...그러나 타고난 역마살은 조직에 몸담기에는 그의 천성이
너무도 완고한 탓이리라.
취개 두마두가 나간틈을 살피고는 휘파람을 내며 둥그런원을 그리며 사뿐히도 착지하는것
이었다.
"빨리 알려야 한다....필시 마두들이 결행에 옮기리라...또한 석가(石珂)의 목숨또한 위태로
운것이 아닌가?"
순간 뒤어서 뻗어오는 살기 착지하자마자 공처럼 튀며 다시 솟구친다.
실로 영묘한 경공이 아닐수 없다.
빙기옥골 향기매가 아닌가?
분명 향기매는 광오동포형제와 있을터 무슨 문제가 생긴것일까?
의아해하는 취개를 비웃듯 인피면구를 벗는다.
아니...이여인은 그렇다 도배신녀(徒輩神女) 추녀월(秋女月)이 아닌가?
순간 취개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감을 직감한다.....스스르 눈이감기는 순간 추녀월의 음독
한 미소가 겹쳐졌다...미혼산(迷魂散)에 중독된것이다.
8
그 방은 네모가 반듯하여 장광이 같은지라 그 갈대로 그 방을 척량하니 10척이요 장과 광과
고가 같더라
루곽을 척량하매 일백 사십 사척이니 사람의 척량 곧 루주의 척량이라 그 루곽
은 벽옥으로 쌓였고 그 루은 정금인데 맑은 유리 같더라
그 루의 루곽의 기초석은 각색 보석으로 꾸몄는데 첫째 기초석은 벽옥이요 둘째는 남보석이
요 세째는 옥수요 네째는 녹보석이요 다섯째는 홍마노요 여섯째는 홍보석이요 일곱째는 황
옥이요 여덟째는 녹옥이요 아홉째는 담황옥이요 열째는 비취옥이요 열 한째는 청옥이요 열
둘째는 자정이라
그 열 두 문은 열 두 진주니 문마다 한 진주요 성의 길은 맑은 유리 같은 정금이더라 예향루
의 품세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누가알겠는가?...야소괴인이 그러하듯 깨어나면 공허한 귀(鬼)기들린집처럼 가보석
(假寶石)으로 이루어졌음을..필시 이름난 장인(裝人)도 알아보지못함이 대견스러울뿐이다.
어디선가 물방울소리가 점점더 크게 들려온다
똑...똑...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취개란이자...
기녀와 요란하게 놀고 취기가 가시는지 배가고픈가보다
입가를 움썩거리며 돼지다리통을 뜯고있겠다.?
죽엽청한병을 들어 호기있게 마시고는 호접같은 기녀의 양가슴을 어루만진다
천하의 호색한이란 이름이 어찌 아까우랴 기녀의 간드러진 웃음이 그의 손속을 타고 흐른다.
네댓이 달려들어 그를 주무르기도하고 머리를 빗기기도 하며 희롱하기도한다.
그는 들었던 죽엽청 한 병을 비우고는 집어던진다.
와장창 ...또한병을 들고 하늘로 치켜드는가 했더니 이내 입으로 가져간다.
"정랑 내임의 무무(武舞)가 출중하다하니 모두보고 환호하려 합니다"
"내이년 기녀가 무를 알아서 무었하겠다는 게냐..취개는 무공을 모르니라"
기실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타고난 무인이 잡부와 술을 만났으니 어찌 춤사위가 없겠는가?
바람이 불어 모닥불을 흔들어 놓지만 그의 춤세는 자뭇 웅장하다.
어느덧 좌수를 들어 느릿느릿 큰원을 그리더니 갑자기 고개를 뒤로 획 젖힌다.
한마리의 학이 가무를 하듯 우족이 안에서 밖으로 반원을 그리며 중심을 앞으로 쏫아낸다
비틀그리듯 넘어질듯 하지만 결코 빠르지도 중심이 흐트러지지도 않는다
휙
바람을 가르며 단도두자루가 그의 인중을 향해날아온다.
기녀들의 탄성 아...2장정도의 거리지만 취개 그의눈은 잠이 오는듯 여전히 우수를 아래에서
천천히 위로 뻗어올린다...그러는 동시에 좌수와 우수가 크게 경사지게 뻗으며 손목을 안으
로 갈무리한다...
앗...이미 암기는 그의 인중을 가격했어야만 했다..
그의 학같은 자세는 무엇인가?...람작미..그가 한족의 태극권까지 익혔단 말인가?
느리디느리게 움직이던 꺽여진 그의 손목에는 이미 단도가 잡혀있었다
참으로 이해가 가지않는 순간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장난스러운 한마디
"고얀년"
느리듯움직이던 그의 수족이 빨라진다.
그의 빠른 손놀림과 춤사위는 이미 그와 하나가 되었다..
그의 손에 결코잡히지않는 단도는 그의 주위를 선휘하며 춤사위에 가세하고있는것이 아닌가?
이기어검술을 이가 익혔을리 없지만 그의 천성상 귀찮기도 하거니와 인본주의의 폐해던가
그는 무기를 익힌적이 없다...단지 개잡을 때 쓰는 타구봉외에는 그러나 지금단도는 그와 함
께 춤을 추고있지않는가?
극과극은 통하는가?
단도는 그의 손목위에서 핑그르르 돌더니 이내 솟구치고 다른 단도가 부디쳐서 쨍소리를 낸
다...그의 춤은 이미 음악도 만들어내고있는것이다.
북소리가 울리듯 시내물소리가 들리듯...그의 춤사위는 절정에 치닫는다..
그러다 팍하는소리와함께 우뚝선 취개...단한방울의 땀도 흘리지를 않는다
하나의 단도는 땅에 박혀 석장이나 되는 움푹패여진 원을 그리고 나머지하나의 단도는 기녀
의 옷무새를 파해쳐 놓았다.
좌중의 감탄.....그러나 그의 눈에 비친 물기는 아무도 보지못했다.
하늘에 둥실걸려있는 달그림자....그토록 그리던 설야은오 그녀의 창백한 미소인가?
그의 탄식을 누가 알겠는가?
똑똑.......
점점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깜깜한 토벽....깨어질듯한 머리를 흔들어본다.
그렇다 미혼산에 중독되었던 것이 아닌가?
꿈에서도 잊지못하는 그녀...
"제기랄 죽엽청이라도 한병만 있다면...."
점점어둠에 익숙해진 그의 눈은 이제서야 여기저기를 분간하기 시작한다.
육면이 전부 토벽이다.
취개는 소매를 걷으며 일장을 날려본다.
"쿵..."
둔탁한소리와함께 천정에서 우수수 흙덩이가 떨어져나온다.
"아...이런"
그의 입에서 세어나오듯 내어밷어진말이다.
그는 알았다...강한 타격음이 되돌아오면 그의 공력을 최고조로 이끌어 파쇄할수 있겠지만
이것은 토벽의 두께가 적어도 2척은 되리라....
이것은 공력을 오히려 빨아들이는 구조인것이다.
"크응~~~천하의 취개가 술도없이 깜깜한 토방에서 썩어야하다니"
어두운 방안에서 그의 청각은 날카로울대로 날카로워져 갔다..
어디선가...쿠르륵 쉬잇...하는소리가 들렸다.
온몸이 얼어붙는듯하다....설마?
9
"호호호"
갑자기 간드러진 웃음을 내어지른다
빙기옥골향기매 그의 웃음소리는 가다린의 음독을 주춤하게 한다.
"역시 강호의 두분의 명성이 허명이 아니었군요..무예만 출중한줄알았사온데..이토록 명석
하시니 이몸이 오늘 드디어 주인을 만나는가 봅니다...호호호"
육두개구 광오 그는 아까부터 벽안의 가다린그녀의 동태를 살피고있었다.
어찌 음독을 몰랐겠는가?
그러나 고짓마저 구여워 보이는것이 아닌가?
"내 이년을 오늘 요절내고야 말리라...흐흐흐"
"이년이 미천하지만 두 호걸에게 술을 따르옵니다..미색이 모자라나 술맛없다 탓하지 마소
서...호호"
하얀 손목을 내밀며 연이어 석잔씩 여섯잔을 올린다.
이술잔에는 음독한 독이발려져 있었다.
애부길라와 육두개구 이들이 누군가?
어찌 그따위 잡질을 모를것인가 말이다.
둘은 승부라도 하는 듯 쭉 들이킨다.
잠시 목안이 타는듯 하나 심후한 내공은 음독을 빨아들여 오히려 단전에 입수(入受)한다.
그러는 사이 둘은 잠시 얼굴이 붉어졌다가 다시 본면목으로 돌아온다.
"소녀 두분에게 실례를 하였습니다....철없는 계집이라고 탓하소서"
가다린이 두무사에게 읍을 한다...어라...
그런데 이여인이 무릎을 꼬는것이 아닌가?
순간 광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천하의 난봉꾼 광오는 이미 그녀의 잔에 미약을 묻여놓은것이다.
누가 짐작이나 하랴.
저자거리에서 노름판이 벌어졌다면 육두 그가 오면 똥싸던개가 꼬리에 불붙은듯 도망가는
꼴이라.. 광땡이면 광땡이 한긋이면 한긋 그의 독무대이니 어찌 그의 손놀림을 당한단 말인가?
금년초 동방의 야소지배령 미애국(尾哀國) 나수배가서(羅手配街序)라는 전판에서 한밑천
건졌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날정도였다.
그가 사용한 미약은 무림의 고수들마저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현묘한 미약이었다.
박색 추월이에게 애부길라와 당하고 한많은 밤을 썩은 육봉을 다독거리며 제기의 날을 칼
을갈며 노심한 시절 야소마령대 천녀봉(天女峰)을 화풀이겸 쑥대밭으로 만들고 얻어낸 아
주 재미난 물건이 아닌가...
이러한 때에 쓰임을 받을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호호 한고개는 넘으셨으니 다음고개를 알려드릴참이니 잘들어보소서...기왕나온말이니 야
소개경이야기를 또할까합니다. 야소개경에보면 첫사람인 아당(牙糖)이란분이 부인으로 말
미암아 실족하연즉 사람들이 원죄를 지고 태어난다합니다. 천하의 기사들과 기재들이 아무
리 뛰어난들 모두 죽는것은 정한 이치이온데 그연유는 어떠함입니까?...호호"
허허..갈수록 태산이다.
사실 육두개구광오는 그따위 말놀음에 재미조차 없을뿐 다만 가다린의 동태를 살피는 즐거
움을 만끽함이라 이를 눈치챘는지 애부길라는 난감하기만 하다.
기실 애부길라또한 향기매의 한마리 나비같은 비단옷매무새 사이로 보이는 속살에 어찌 관
심이없겠는가?
천하의 난봉꾼들 이라 말장난이고 지랄이고 덥쳐버리면 끝이겠지만 예향루가 어디인가?
사실 개핵방이 귀빈실이라하지만 수많은 기관과 매복이있을터 애부길라는 날카로운 눈썰
매로 아까부터 기관의 종류며 위치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다.
"개호로자슥들의 개경을 어찌알겠는가?. 호랑말코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화촉이나 밝히
는게 무림인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겠는가?...이미 자시를 넘기니 어느새에 내기를 하고
밤을 새워 몸을 풀겠으며 황금에는 관심도없네."
성질급한 육두의 입에서 나온말이다.
"육두문자를 쓰시는 광오님의 급한 마음이야 잘알지만 육두문자를 계속사용하시면 강퇴이
옵니다....부디 고정하옵소서"
가다린의 말에 왠지 교태가 섞여있음이라 광오의 희롱하는 말에 잘도 화답하는 가다린의
속내를 보고 그저 흐뭇한것은 광오 그이다.
"호호...두분이서 같이 내기에 참여하는일은 없었사옵니다...그러니 이번에는 육두님이 대
답하시기를 바라옵니다....호호"
어라 성질급한 광오야 가다린에게만 흑심이있으니 질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것인데 어찌
답을 하리요.
애부길라는 속이탄다.
"어라..뭐라고 하였는가?"
갈수록태산이다.
"두번 말씀드리지는 않사옵니다..호호"
"거뭐..아까 뒈진다는 소리를 들은것같기도하고 애라 모르겠다..김서방이 뒈졌는지 박서방
이 뒈졌는지는 모르나 이놈저놈 때되면 다뒈지고 달도 뜨면 기우는법이며 돼지새끼도 뒈지
고 길바닥의 맛깔스런 개놈도 뒈지니 따질일이 아니지않겠는가?"
순간 애부길라 동포는 무픞을 탁친다.
"그러하오 길바닥의 개고기는 무신죄를 지어서 뒈지며 세월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무신 죄
가 있어 뒈지겠소...그러니 헛소리라고 사려됩니다 그려...핫핫핫"
순간 향기매는 짜증이 난다...
'이것들이...'
그러나 가다린은 음독은 커녕 배시시웃는것이 아닌가?
육두의 미약이 쓸모가 있기는 있는가 보다..
10
"크하하핫...삼천은 이제 어디하늘에 고개를 들것인가?...우리야소천하가 열린것이야.. 그
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아구 행님 삼천이나 야소야 우리알바아니지유...지는 그저 본당에 볼모로 잡혀있는 자식새
끼걱정에 잠도못이룹니다."
"예끼 이놈아...우리는 이미 야소편에 들었으니 야소가 이겨야 한밑천잡는거여...내 한밑천
잡으면 예향루의 2급기녀라도 만져볼생각이야...흐흐흐..생각만해도..."
아마도 감옥을 지키는 병졸인가보다
"아...이땅이 어짜다가 저런마속들이 설치는 곳이되어버렸는가?...삼천의 고수들에게 빨리
알려야할텐데...그나저나 야소놈들이 가솔을 볼모를 하는 짓거리까지 하고있구나.. 내 이곳
을 나가면 민족을 팔아 일신을 꾀하는 놈들의 대가리를 박살을 내놓으리라"
취개의 탄식이다
사실 그동안 야소들은 이곳저곳을 정탐하며 조금씩 전도하며 잠식해 들어온것이었으나 무
림의 용사들마저 무림외도9인의 말을 경청치않았다.
무리외도9인...이들은 각각 야소교의 행동을 알고 일전을 벌여 패하게 한적이 있었다.
그동안 평화가 지속되어 물러서려니 했는데 이처럼 빠르게 퍼져나갈줄은 몰랐다.
아니다...어쩌면 만뇌선생과 석계선생은 알고있었는지도 모른다.
예향루에 취개를 보낸이가 누군가?
그들의 지혜야 경천동지일테니 필시연유가 있을것이다.
설야은오 유기 그녀와 연관된일까지 파악했었으니라.. 무슨 모종의 안배가 있으리란 생각
을 곰곰히 해본다.
삐걱...조그만 문이열린다...겨우 한접시의 음식이 들어올정도의 구멍이다.
더러운 야소들의 먹이인가?...돼지고기를 편육하여 서방야만인이나 먹는 양념을 바른것이
다.
비릿한 냄새가 난다.
먹어야 힘을 쓴다.....한덩어리를 집어서 질근 씹는다...
단맛과 신맛이난다...에이...술이라도 있다면 억지로 먹겠다만... 이것이 요즘아이들에게 퍼
져있는 돈가미(豚假味)라는 음식인가보다
쓰레기같은 것들...우리네 정겨운 음식마저도 침략해 들어온것이 아닌가?
어찌 사람으로 이따위를 처먹는가..
똑똑....다시 물소리가 들린다...
흠짓놀랜다
토벽에 물소리라?....그럼 어디엔가 약한부분이있다는것이 아닌가?
급한 마음에 먹던것마저 집어던지고 여기저기를 더듬어본다..
도무지찾을길이없다...분명물소리가 들렸는데..
그렇다 위쪽이다..문의 반대쪽의벽상부에서 악취를 풍기는 물이 한방울씩떨어진다..
"왜 악취를 몰랐던 거지?"
점점 미혼산의 약기가 떨어지니 더욱 모든게 분명히 느껴졌다.
"이..이것은 오줌이 아닌가?...분명여인네의 오줌인것이야"
술기도없고 여인의 그곳의 향취가 아닌가? 게다가 피냄새까지 묻어있다...?
답답하기도하거니와 한조각의 고기를 씹었더니 기운이 나는듯하다
그는 움츠렸다가 양장을 모아 솜을솟구쳤다...
"퍽"
물에젖은 천정은 쉽게 뚫렸다.
우수수흙덩이가 아래로 떨어지고 취개는 공중에서 다시 한바퀴를 돌고 몸을일으킨다.
이미어둠에 익숙한 터라...재빨리 시야를 돌린다.
"이......이런....."
11
휘엉청 떠있는 달
예향루의 정원은 취선이 놀다가는 방주라고 했던가?
개핵방에서도 달구경은 즐거운일.. 잠시의 긴장을 두고 달구경을 하는지라 애부길라동포
는 저도모르게 시한수를 올린다
"추월이 매화에 걸렸으니
장부의 긴칼 풀어놓고 시름을 달랜다.
칼이 녹슬어도 좋으리
어찌 천하를 호령한다한들
한잔술에 취하는 일만 하리요"
참으로 군웅의 진솔한 호기가 아닐수없다.
이미 동포 이는 권력의 허망함을 알고 삼천을 기대지않으며 천하를 주유해온 호걸이라 오
늘 취향에 젖어 그답지않은 시를 내어밷은것이라....
육구개구의 입에서도 화답하듯 시한수가 절로 나오는 것이렸다.
"복날 겁없이 나다니는 개고기도 주인을 그리고
하룻밤 계집의 속살을 탐하던 파락호도 때되면 진영에 든다.
천하의 육두는 가진것도 없고 가질마음도 없으니 천하의 주인이라
인자가 대가리 누일곳이 없다고 탄식했다지만
그개놈은 육두에게 와서 배워야할것이라...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걸죽한 육두문자지만 그의 뜻이 이토록 심후한것이었다.
그가 육두의주인이라지만 누구나 흠모해마지않는 연유는 이러한 것이었으니 이또한 군웅
의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연유이기도 했다.
"호호호....달내음에 취하셨나봅니다..자...진중하시고 소녀의 노래를 한번 들어 보소서..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나니
이또한 주군의 명이라.
개가 되어도 좋으리
오로지 믿음으로
성에 드나니...그성은
홍옥.백옥.정금이라.
영원히 죽지않는 그곳
욕망이 잠자는곳....
그곳은 연정으로
괴로워할일없다네...
주제넘게 시한수올립니다..호호"
뜻은 그럴듯하나..어찌 독날하지않으리오
만나면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라는 구절은 시아대륙의 오랜 선인의 가르침이 아닌가?
물질도적질은 용서할수있으나 뜻도적질은 참으로 참람한것이라.
야소괴도들은 남의것을 훔쳐 사람을 후리니 결국은 가산탕진에 민족의 얼마저 혼동함이
라.
육두는 심기가 불편할 따름이다..
"개소리 집어치우고 나머지 문제나 밷어보소"
"호호호..성질도 급하셔라...나머지 문제는 저의 시에 뜻이있사옵니다. 홍옥.백옥.정금의
성이란 무엇을 뜻하겠사옵니까?...호호호"
안그래도 마음이 좋지않던 육두는 씹어밷듯한마디 한다.
"그 무신 욕망이잠자고 영생한다는 성에 옥이며 금이있는가 개같은 소리가 아니겠는가?
육두가 그곳에 간다면 필시 정금은 긁어 낼것이요..백옥이며 홍옥이며 갖은 보석을 탐할
것이라. 어느도적놈이 성을 이루는 보석을 훔쳐깔아 두었겠는가? 얻는자가 있으면 필시
빼앗기는 자또한 있는 법이니...그놈의 성주인의 대갈통을 날리겠네...육실헐"
"껄껄껄 아무래도 그성은 도적놈의 소굴이 틀림없겠소이다...하하하"
애부길라도 맛장구를 친다.
기실 향기매의 질문은 야소교의 심후한 뜻을 담고있는 구절이었다.
첫째는 야소가 처녀에게서 나서 구원자가된다는 계시를 따른다는 처녀잉태(凄女孕胎)
둘째가 인간은 원죄를 지어 사망에 이르고 야소가 그죄를 사하여준다는 야소죄사(爺蘇罪
赦)
새째가 천국은 더없이 좋은곳이라는 천국태호(天國太好)
이를 통하여 시아대륙의 정신을 도륙하고 백성을 도탄에 빠트려 욕심을 채워온 간악한 구
절들이었던 것이다.
이모든것이 개경을 보지도 못했던 육두개구와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