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series 28 : 간호원 이야기 - 약혼자의 의사 complex
(ㅡ.ㅡ)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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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7 16:51
[ S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9월25일(월) 21시56분37초 KDT
제 목(Title): 간호원 이야기 - 약혼자의 의사 complex
나는 순간적으로 진실을 폭로하는 실언이라든지, 시선의 엇갈림을 훔쳐본다든지,
또는 번개같은 직감 따위를 믿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항상 나를 놀라게 하는 말이
있다. "그래서 당장에 그녀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고
하는 류의 말이 그렇다.
- 사강, '어떤 미소'
(제목을 보고 뭐라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정식 명칭은 '간호원'이 아니라
간호사라고. 하지만 이 일이 일어났던 87년엔 아직 그들은 간호원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조시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병조 판서를 국방부 장관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도서관을 나서던 staire는 도서관을 끼고 도는 어두운
숲길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나직한 목소리를 주고받는 두 남녀.
'데이트족인가? 가만... 저 아가씬 우리 병동의 윤영미(가명) 간호원이잖아.'
"그래서? 내가 밤에 잘 못 나오는 거 자기도 잘 알잖아.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거
들키면 난 모가지라는 거..."
하긴 그렇다. 오후 근무하는 간호원이 밤 10시에 여기에서 데이트라니...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87년 당시 서울대 병원의 간호원은 3교대 근무...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아침조,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인 오후조, 자정부터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 8시까지 일하는 야간조가 있어 24시간 빈틈없이 돌아간다.
일주일이나 2주일이 지나면 조를 바꾸어 또 쳇바퀴 돌듯이 일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간호원들은 소화불량이나 불면증은 기본이고 예민한 사람의 경우엔 생리불순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랑 싸움인가? 우리가 실습할 때 한눈 팔기라도 하면 막 야단치는 저 깐깐한
사람이 근무시간에 데이트라니... 하하...'
"잘났군... 그 잘난 직장 당장 때려쳐! 이건 이름만 약혼자지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으니..."
"자기, 질투하는 거야, 지금? 웃긴다, 정말..."
"그래, 질투다. 너는 웃기지? 난 미치겠다구... 밤이면 밤마다 그 잘난
의사놈들이랑 시시덕거리는 거 알면서 질투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이건 일이야. 간호원이면 누구나 하는 거라구. 내 일, 그렇게 우스운 이유로
포기할 수 없어."
"뭐가 우스운 이유야. 너같으면 내가 한 달에 열흘씩 여직원들이랑 야근한다면
질투 안 하겠냐? 그것도 그 잘나가는 의사놈들이랑..."
"의사 의사 그러지마. 나 의사에 눈먼 여자 아냐. 그랬으면 의사랑 결혼했지..."
"그래? 눈 안 멀었지? 그럼 당장 관둬! 이렇게 불안하게는 못 살아. 내가 아무리
별볼일 없지만 의사처럼 떼돈은 못 벌어도 너 밤일 안 시킬 자신은 있어. 당장
때려치란 말야!"
숲 그늘에 가만히 앉아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staire는 살며시 가방을 집어
들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간호원들만의 아픔이 이런 예상 못한 곳에 또 하나 도사리고 있었다니...
...
그 다음 주엔가 윤영미 간호원은 성대한 환송식을 받으며 병원을 떠났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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