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의 외곽에 존재한 작은 초원에 백의 경장 차림에 박도(朴刀)를 굳게 쥔 장한이 비슷한
백의 경장 차림의 오인의 검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옥면수라”
“무슨 용무지?”
박도를 든 장한이 물어오자 오인 가운데에 서 있던 검사가 한 발 앞으로 나와 말했다.
“옥면수라(玉面修羅) 그냥 조용히 우리 손에 죽어라!”
돌연 말을 건네든 검사가 검을 뻗어 옥면수라의 목을 찔러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사인의 검사도 행동을 같이 하였다.
“불나방들”
박도를 쥔 장한 옥면수라는 여유있게 몸을 기울여 첫 공격을 피하며 박도로 재차 들어오는 검
날을 쳐올렸다. 하지만 오대 일의 싸움! 다섯 자루의 검들은 여기저기서 마구 찔러 들어왔다.
옥면수라는 몸을 틀어 한 바퀴 회전하며 동시에 주위에 찔러오는 검들을 모두 쳐내고 위로 치
솟았다.
공중에서 그대로 뒤로 재주를 넘고 박도를 회전시켜 그대로 일도(一刀)에 한 검사의 팔과 목
을 베었다.
잘린 팔과 목이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몸을 틀어 뒤에서 찔러오는 검신을 사뿐히 밟고 그 자
리서 동시에 두 검사의 목을 베었다.
찰나에 세 명이 목이 잘려 쓰러지자 남은 두 검사는 상대의 실력에 당황하여 주춤거렸고 공격
에서 방어자세를 취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옥면수라가 빈틈을 노려 두 검사의 복부를 향해 박도를 휘둘렀지만 거리상으로
박도가 닿기엔 한 치 정도 짧아 박도는 그냥 두 검사의 복부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두 검사는 얼굴에 안도의 빛이 일순 흘렀으나 곧 그것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 도기상인(刀氣傷人)”
두 검사가 사색(死色)의 인상을 지었고 박도가 스쳐 지나간 곳에 핏빛 일선(一線)이 생기는가
싶더니 두 검사의 허리가 완전히 잘려나가 땅에 떨어졌다.
옥면수라는 오구의 시체를 보면서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이국(夷國)의 약은 굉장하군. 삼류무사인 내가 도기상인의 경지까지 오르다니”
“흥! 더러운 야소교(耶蘇敎)의 앞잡이”
어디선가 들려온 비웃음 섞인 한마디!
어느 샌가 승리에 도취된 옥면수라 앞에 사립(加笠)을 쓰고 흑포(黑袍)를 걸친 장한이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옥면수라는 이 사나이를 보자 얼굴이 흑빛 되어 말했다.
“어 어느새 기척도 없이”
옥면수라가 흑포사신이라고 한 흑포의 사나이는 옥면수라 앞에서 태연히 서책(書 )을 넘겨
가며 읽었다.
“옥면수라 야소교의 앞잡이로 태왕릉(太王陵) 도굴 및 호국신당(護國神堂) 방화사건에 전격
가담.”
옥면수라는 흑포 사나이의 말에 흉악한 웃음을 띠었다.
“용천의 흑포사신(黑袍死神)이군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이미 예전의 내가 아
니다. 흑포사신! 그 분께 받은 나의 힘을 보여주겠다.”
그 때 옥면수라의 머리칼이 한 올 한 올 위로 솟구쳤고 쥐고 있는 박도에서 양염(陽炎)같은 기
류가 피어올랐다.
흑포사신은 서책을 품에 갈무리하고 아무 표정 없이 바위에서 땅에 내려섰고 그 때 옥면수라
는 비상하여 흑포사신을 향해 박도를 내리치고 있었다.
흑포사신은 우수(右手)를 들어올려 옥면수라가 내리치는 박도의 날을 맨손으로 잡아버렸다.
크게 당황한 옥면수라가 착지하며 박도를 뒤로 빼려고 하였지만 박도는 바위에 박힌 듯 꼼짝
도 하지 않았다.
흑포사신이 박도의 날을 잡은 손을 가볍게 틀자 박도는 힘없이 동강나버렸고 부러진 날을 쥐
었다가 펴자 가루로 변해 바람에 흩날렸다.
옥면수라는 불가능 한 것을 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다가 어느 틈에 전
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흑포사신은 여유롭게 지켜보며 도망가는 옥면수라를 향해 우수를 펴자 공기중에 파장이 생기
며 굉장한 흡인력이 발생하였다.
‘허공섭물(虛空攝物)’
도망가던 옥면수라가 어느 순간엔가 주춤 하는가 싶더니 무서운 속도로 흑포사신의 손아귀로
빨려와 흑포사신에게 오른쪽 어깨를 잡혔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소리
“우두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