雷聲霹靂 - 伍 단정화리

<소설> 雷聲霹靂 - 伍 단정화리

(ㅡ.ㅡ) 0 2,900 2005.03.09 06:43

맥향촌...

백여명 정도의 농민들이 주로 보리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마을이다. 농토가 워낙 기름져서 맥향촌에서 수확한 보리는 환제국 어느 곳의 보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마을의 모습은 여느 농촌이나 다를 바 없었다. 소를 몰고가는 농부나 서넛이 모여 내기장기를 두는 노인들, 냇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모습 전형적인 전원풍경이었다.
  
맥향촌은 사실 보리보다 유명 한것이 있었으니 호남삼루라 하여 환제국 내 호남지방에서 이름난 삼대누각 중에 하나인 맥향한벽루
(麥香寒壁樓) 혹은 맥풍루(麥風樓)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누각(樓閣)이 있기 때문이었다.

평지에 가까운 맥향촌에 유일하게 솟은 지형이 있었으니, 산이라기엔 부족한 그저 가파르고 높은 기암괴석으로 된 구릉이었다.  이 곳을 맥향촌 사람들은  멀리서 보면 보리이삭과 닮았다하여, 이 곳을 순수한 말로 보리메(麥山)라고 불렀다. 그리고 보리메 정상 가파지른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지은 누각이 맥풍루였다.

끝없이 보이는 맥전(麥田)과 그 아래 기암괴석(奇巖怪石)사이를 굽이쳐 돌아가는 급류의 풍경으로 인해 이름난 수많은 문인들이 다녀가며 시를 남기기로도 유명하였다. 그래서 맥풍루 여기저기엔 이름난 시인묵객들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그런 이 곳 맥풍루에서 절벽쪽에 걸터누워 백여장(1장:303센티) 아래 급류가 만든 애기소에다 죽간(竹竿)을 드리우고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사람이있었다. 낡은 통수삼을 입고있었고, 옆에는 다 마신 주병(酒甁)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백원취개라는 사람으로 다물흥방회 칠대성왕 중의 일인이었다. 개독정부의 정보력에 다물흥방회 칠대성왕 중의 무율성으로 밝혀지고 개독정부가 고용한 자잭이 시도때도 없이 백원취개의 목숨을 노렸다. 결과는 매 한 가지였다.

맥풍루 아래 애기소에 드리웠던 죽간의 긴 낚시줄이 잡아당겨졌고 맥풍루 난관에 묶어 둔 죽간이 사정없이 휘어졌다. 


"핑 핑"


낚시 줄이 끊어질 듯 소리를 내자 백원취개가 기지개를 키며 일어났다.


"또 멍청한 눈 먼 고기가 물었나?"


백원취개는 하품을 하며, 한 손으로 죽간을 들어올렸다. 물린 것이 대어인 듯 죽간은 부러질새라 휘어질대로 사정없이 휘어졌다. 


"어허 그 놈 참 용을 쓰는구나."


백원취개는 오른 손에 내력을 집중해 죽간을 살짝 흔들자 애기소에서 큰 물체가 맥풍루로 치솟아 올랐다.


"철퍼덕"  


맥풍루 바닥에 떨어진 물체는 거대한 잉어였다. 머리 부분에 학(鶴:두루미)과 같은 붉은 점이 하나가 있고 그 외엔 잡티 하나없는 깨끗한 은백의 비늘로 덮인 넉 자 길이의 잉어였다. 

백원취개는 잉어를 한 참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더니 잉어 입에서 낚시바늘을 빼고 잉어를 다시 애기소로 사뿐 던져 놓아주었다.

백원 취개가낚았던 고기를 만일 무림인이 봤다면 혈안이 되어 사거나 뺏으려고 하였을 것이다. 단정화리(丹頂火鯉)라는 잉어의 종류로 이 것의 내단(內丹)을 복용하면 일갑자의 내공이 생긴다.   


"오늘도 헛일인가?"


백원취개는 죽간을 어깨에 메고 쓸쓸히 마을로 내려갔다.


- 상대는 맥향촌 농부 김가가 맡아기르는 아이의 병을 고치려고 매일 이곳에 죽간을 드리웁니다.

- 무슨 병이길래 매일 같이 단정화리를 잡았다가 놓아주는가?

- 예 그 아이는 이제 아홉살인데 태음절맥(太陰絶脈)을 앓고있습니다. 저 애기소에 사는 단정금린화리(丹頂金鱗火鯉)의 내단을 먹지 않는 이상 고쳐지지 않는 병이라고 합니다. 

- 그래 알았다. 


이튿날

동이트자 취개는 다시금 죽간을 메고 맥풍루로 올랐다. 


"며칠 남지 않았다. 그 전에 단정금린화리를 낚지 못한다면......"


입에 연신 주병의 술을 들이키는 취개는 사뭇 비장한 표정이었다.

아래 애기소가 보이는 맥풍루 난간에 걸터 앉은 취개는 낚시바늘에 푸른빛이 감도는 보옥을 끼우고 죽간을 백여장 아래의 애기소에 드리웠다.

취개의 무서운 눈매가 애기소를 굽어보았다. 취개의 눈에서 내력이 발산되자 짙푸른 애기소가 그의 눈에는 속까지 훤히 보였다.

몇 마린지 셀수도 없는 크고 작은 수 많은 단정화리들이 취개가 던져놓은 미끼인 푸른구슬 주위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구슬 주위만 맴돌 뿐 한 마리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취개는 죽간을 움직여 구슬을 좀 더 왼쪽으로 가게 하였다. 그리고 죽간에 내력을 집중하자 구슬이 묘한 빛과 향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주위를 맴돌던 단정화리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와 배회하였다. 녀석들에게는 상당한 유혹인 듯 하였지만 모두 영리한 놈들인 듯 누구하나 섯불리 물지않았다.

그 때 애기소 깊은 곳에 또다른 단정화리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취개가 던진 미끼의 향이 녀석의 후각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이 곳 애기소에는 단정화리라고 이름 지어진 잉어가 수십마리 살고 있었다. 이곳 애기소의 양쪽이 모두 깍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데다 애기소의 물살도 워낙 세었으며 단정회리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들어내기 싫어하는 영물들인지라 그동안 어느 누구도 이곳이 단정화리의 서식지라는 것을 몰랐다. 단 한 사람 백원취개를 제외하고는..  
 
취개는 오래전부터 여기서 수련을 해왔는데 그 때 애기소가 단정화리 서식지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하지만 잡을 방법 없었다. 보리메의 애기소는 한마디로 죽음의 늪이었다. 한 번 빠지면 누구라도 다시 살아올 수 없는 곳이었다. 양쪽모두 물이끼가 낀 매끈매끈한 절벽이라 기어오를수가 없고 애기소의 빠른 소용돌이 물살에 휘말려 순식간에 애기소 바닥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인혈(人血)을 좋아하는 단정화리들의 밥이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젊은시절의 취개도 호승심에 몇번 단정화리를 잡으려 맥풍루에서 애기소로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실패 하고 말았다. 그는 무공이 고강한데다 잠영에 능숙 하였으므로 어떤것도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번번히 실패 한것은 단정화리가 여타 다른 잉어들과 지능면에서 크게 다른 것이었다. 단정화리는 본능적으로 천적을 알아보기에 취개가 뛰어들 때마다 모두 재빨리 흩어져 도망각버리기 일쑤여서 결국 한 번도 잡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취개는 "미물들에게 질수 없다고 생각하고 기필고 잡고 말겠다" 다짐하였다. 그리고 달포가량을 맥풍루에 머물면서 단정화리들의 생태를 살폈다. 그 결과 단정화리들은 애기소 상류에서 열리는 청옥도(靑玉桃)라는 복숭아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청옥도란 보리메 정상 부근에 자생하는 복숭아나무에서 열리는 푸른옥같은 복숭아였다. 사람이 먹으면 굉장히 써서 아무도 따먹지 않았지만 그게 단정화리들에게는 더 할 나위없는 영양소였던 모양이었다.    
  
청옥도가 가끔 바람에 떨어져 급류를 타고 애기소까지 떠내려오면 단정화리들은 그걸먹기 위해 다투는걸 취개가 수 차례 보았기 때문이었다.

취개는 당장 청옥도를 수어개 따와 낚시미끼로 이용하였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 하였으며, 한 달 사이 일곱 마리의 단정화리를 낚았고, 그것은 그의 무공증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가 낚은 단정화리는 모두 암컷이었다. 취개는 태고적부터 존재하는 모든 만수를 기록하였다는 작자미상의 괴이지(怪異志)라는 책을 읽어보고 단정화리가 서식하는 곳에는 수컷은 한 마리며 나머진 죄다 암컷만 서식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괴이지에 기록된 바로는 수컷 단정화리는 암컷과는 달리 비늘이 황금색이어서 단정금린화리라고 부르며 그 크기가 일장(303센티)은 족히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취개가 잡으려 하는 것이 이 단정금린화리였다. 취개도 여태 세 번 밖에 보지 못하였으며, 그 크기가 집채만하였다. 


"이 놈 물어라! 오늘은 기필코 잡고 말리라!"


취개는 죽간을 통해 내력을 흘려보냈고 취개의 내력이 전달된 청옥도는 더욱 짙은 향을 뿌려대었다. 그리고 암 컷들이 물지 못하게 죽간을 조절해 서시히 이동 시켜갔다.

그러자 애기소 깊은 곳에 있는 집채만한 큰 바윗덩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바위 양 옆으로 큰 부채같은 것이 튀어나와 물살을 휘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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