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리의 땅에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메마른 사막의 냄새를 이끌고 온 그사람들의 눈에는 지치고 피로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리고 풍요에 대한 갈망도, 우리는 읽어낼 수 있었다.
그들의 우리의 땅에 그 힘겨운 삶의 한 짐을 풀었을때,
우리는 굳이 그들을 막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들과 음식을 나누고 의복을 나누었으며,
온기를 나눠주었다.
이방인에게 친절한 것이 우리의 법이었으니까.
그들이 우리사이에 섞여 살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맛보고,
현란한 음악을 듣고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는,
그들의 각박한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렸다.
우리는 그들을 기꺼이 우리들의 행사에 초대했고,
그들은 즐겁게 어울려 놀았다.
내이름은 고스비, 미디안 족장 수르의 딸이었다.
겨우 열여섯을 넘은,
세상물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고 철없는 소녀에 불과했다.
그랬기에 그들 히브리사람들이 품고 있는 독을 몰랐고,
인간의 사악함을 알지 못했다.
우연히, 나는 축제에 참석한 한남자를 만났고,
우리는 한눈에 사랑에 빠져들었다.
히브리족의 시므리라는 그의 이름도
미디안족의 고스비라는 나의 이름도
우리의 사랑앞에서는 어떤 장벽도 될 수 없었다.
그가 나를 회중으로 이끌었을때도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해 전염병이 창궐하고, 미다인인과 히브리인들이 스러져갔다.
우리도 히브리인들도 각자의 신에게 기도했고,
죽은 자들에 대한 슬픔으로 울었다.
히브리인들은 자신들의 기도에 신이 응답하지 않자,
모세와 아론에게로 달려가 주먹을 휘둘러댔다.
신께 고했으니 염려말라는 말만 반복하던, 그들의 제사장들에게로
그러자 제사장들이 말했다.
이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그대들의 잘못이다.
그대들 주위를 살펴보라. 그대들 속에 이방인 여자와 음행을 행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서 그때까지 아무런 의심없이
서로 손을 잡고 있던 우리 두사람을 가리켰다.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던 히브리인들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사악한 마귀처럼 돌변할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
제사장들이 지목하자마자 군중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악의에 찬 그악의에 찬 그 피에 굶주린 얼굴들,
그건 마귀들의 얼굴들이었다. 나는 그 얼굴들을 죽어서까지도 잊지 못하리라.
"그대도, 구스여자를 취하지 않았습니까, 모세여. 이방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지 않았습니까?
젊은 시절에는 이집트인들과 어울려살면서, 그들의 신에게 경배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죄라면 당신의 죄도 그만큼의 무게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의 항의에 모세는 뱀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닥쳐라. 어찌 감히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자와
너희같은 더러운 평민들을 비교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가 더 항의하기 전에 비느하스가 내게로 창을 던졌다.
창은 그대로 그와 나의 몸을 궤뚫었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나를 포옹하고 있었다.
모세는 자신의 권능이 전염병앞에서 발휘하지 못한다는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희생양을 찾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므리가 그의 치부를 들추자, 더욱 분노했던 것이다.
다만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또 그가 나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내 자매들을 창녀로 몰아붙였고, 내 형제들의 목을 베었다.
티없는 어린아이까지도 칼로 베고 그목을 밟았다.
그리고 전염병이나 기아도 금방 해결이 되고 말았지.
그들이 우리의 땅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히브리인들의 신이 아니라 검이 대신 해결해준 것이다.
그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이 지나간 땅은
이상하게도 언제나 폐허가 된다.
아무리 비옥했던 땅도 사막이 되며,
선했던 사람도 악마가 된다.
하지만,히브리인들조차도,
그들의 신조차도 우리를 가르지는 못했다.
죽은 이후에도, 그와 나는 영원히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서서, 나는 언제까지고
그들의 죄악을 고발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