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합의 고백

라합의 고백

graysoul 2 4,447 2005.02.07 18:55

라합, 라합, 당신들이 아는 이 라합이라는 이름은 어떤 것인가?
여리고성에서  야훼의 은총으로 살아남은 창녀.
혹은 다윗왕의 조상들의 어미. 예수의 조상인 다윗왕의 조상들의 어미.
그들이 나에 대해 그렇게 말했단 말인가?
당신들은 알지 못한다. 그 무엇도.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기록된적도 이야기된적도 없다. 당연한 일이다. 
그 이야기를 기록해야할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렸으니까.


여리고성은 원래 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세대가 살아온 곳이었다.
이곳을 우리는 우리들의 땅이라고 부른 적은 없었다.
우리와 땅은 이미 하나였기때문에, 우리의 이름이 땅의 이름이었고,
땅의 이름이 우리의 이름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신들은 천둥과 우레를 보내는 그런 신들이 아니었다.
술을 좋아하고, 인간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옆집 아저씨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우리는 신들을 경외하기보다는 사랑했고, 그들에게 우리의 일상사를 나누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이의 탄생과 연인의 혼인과 축제, 죽음까지도 우리는 그들과 나누었다.

어느날, 먼데서 낯선 종족이 왔다는 소문이 들려왔을때만해도, 우리는 우리의 삶이 깨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이 근처의 부족들의 성을 침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그리고 그들이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와 아이까지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을때,
우리는 공포에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세상 어느 사람의 종족이 아이를 가진 임산부를 죽이며,
걸음마를 못하는 아이를 어미의 품에서 떼어내 돌바닥에 머리를 내칠 수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비록 평화속에 산 기간이 적다 하여도,
부족간의 전쟁을 보아왔어도, 여자와 아이들을 죽여 씨를 마르게 한 일은 없었다.
그들이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그들은 필경 사람의 탈을 쓴 지옥의 악마들이다.
화평이나 강화도 없으며, 오직 살육밖에 모르는, 몸속에 뱀의 피가 흐르는 족속들이다.

내 아버지는 여리고성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이었고, 지붕이 높고 담장이 견고하기로 유명한 집이었다.
나는 그집의 딸이었다. 여러명의 오빠를 둔 막내딸인 나는, 철부지 말괄량이로 자라났다.
남녀의 구분없이 골목을 뛰어다녔기에, 나는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러나 단 한사람, 단한사람만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오빠의 친구였던 사람, 어린 시절 나와 함께 골목을 뛰어다녔던 사람,
훌쩍 큰 키와 벌어진 어깨가 믿음직스러웠던 사람.
그를 보는 것 만으로도, 그가 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나는 고개를 들줄 몰랐다. 부끄러움으로, 감히 그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집안끼리의 혼사 이야기가 오갈즈음에,
나는 내 마음을 그에게 고백했고,
그리고 고백한 후에는 내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어느 누가 알까. 그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그 밤들을.
내 아버지도, 어머니도, 오빠도 알지 못하는 그 이야기를.

히브리족속들과의 전쟁을 앞둔 그날,
나는 단 한사람때문에 애를 태웠다.
그래서였다. 내가 내 동족들을 배반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가문의 명예에 먹칠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내동족들을 그들 그 악귀들에게 내준 것은.
그들은 내게 분명히 약속했다. 내 집안사람들과 그 사람을 살려주겠다고.
분명히 그랬다.

그들이 몰려와 우리의 성을 포위했을때,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저항하기로 결의했다.
그수밖에 없었다.
히브리족속들은 화해나 강화같은것도 맺을 줄 모르고, 학살밖에 모르는 야만족이었으니까.
우리들은 히브리족속들과 싸울 준비를 했고, 예상대로 치열한 접전이 벏어졌다.
화살이 빗발치듯 떨어지고, 히브리인들은 용맹하게 문앞에 다가왔다 스러져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몰랐다. 내가 이 성의 지도를 히브리인들의 수장에게 넘겨주었음을.
그 마지막날, 굉음과 함께 성벽이 무너져내렸다.
가장 약했던 성벽, 포위한 히브리인들이 땅굴을 파던 바로 그곳이었다.
깨진 벽돌사이로 그들이 쳐들어왔다.

무기를 들고 저항하는 남자들을 베고, 울부짖는 어미의 품에서
아기를 빼앗아 단단한 벽에 아기의 머리를 내리쳤다.
저항할 수 없는 여인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닥치는 대로 칼로 난자했다.
피로 끈적한 그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그들은 연신 아도나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들의 신앙을 모독하고 생명을 빼앗았으며,
죽은 육신마저 모독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내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내 두귀로 들었다.
나는 눈물로 가족들을 설득해 담장안에 머무르도록 했다.
내 사랑, 내 연인은 그러나 도도한 자존심의 소유자였다.
그는 부모형제와 이웃들의 죽음을 두고 보지 못했다.
나와 히브리족속과의 더러운 협약을 그날 처음 내입에서 들었을때,
그는 내게 침을 뱉었다. 내 눈물과 애원을 뿌리치고, 그렇게 집을 나섰다.

지옥같은 순간이 지나간후, 히브리족속들이 거칠게 나를
성밖으로 끌어내 그들의 주둔지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짓밟았았다. 그뒤에 나를 그들의 지도자중한사람에게
던져 주었다. 이름이 살몬이었던가.
그들은 단한가지 약속만은 지켜주겠다. 생명만을 살려주겠다는.
대신, 내게는 창녀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들은 이날이 지난뒤, 승리만을 기억할 것이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뒤에 있었던 탐욕과 잔학한 학살과 비명에 대해서는
침묵할 것이다. 어쩌면 그것조차도 당연한 자신들의 몫이었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도, 당신도 모를 것이다.
마지막까지 내가 숨겨놓았던 또다른 비밀을.
그들의 하나님조차 모를 그 비밀을.

나는 그들 사이에 독을 풀어놓았다. 내원한과 저주로, 내피와 눈물로.
그들의 피속에, 뱀의 아이를 몰래 놓아두었다. 
그 숱한 계보속에서 그들의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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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불쌍해요... 에이 못된 놈들!!! 신을 팔아서 악행을 정당화하는 놈들.... 쯔쯔쯔...
이런 것좀...
개독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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