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 형광등이 나간 어둑신한 복도에 서서
메아리처럼 공허한 우리의 대화가 오가고
네 말이 맞아! 그것도 맞아! 하다가도
너와 같은 종교를, 믿음을 권하는 네게
다른 책 좀 읽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세상과 조화하지 못하는 너의 믿음을 보며
상식에 걸려 넘어지는 너의 신앙을 보며
겸손을 가르치나 오만한 너의 종교를 보며
다른 책 좀 읽어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네가 말하는 성경의 진리는
문밖에만 나가도 걸려버리는데
네가 말하는 너의 신의 지혜는
그 효용성을 의심해야 될 지경인데
그래서 네가 다른 책 좀 읽어보았으면 했다.
최상의 진리는 그 어느 것에도 걸림이 없어
공간과 시간이 변해도 여전히 진리여야 하는데
최상의 지혜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
언제 어느 곳에서도 여전히 지혜로 남아야하는데
네가 말하는 진리와 지혜는 만인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아둔하고 옹색한 편견만을 가르치니
나는 네게 다른 책 좀 읽어보라고 하였다.
너의 성경공부를 가르친다는 목사가 말한
거짓과 날조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네게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그 어떤 좋은 이론도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버려야 되는 것이라고
나는 다른 책 좀 읽어보라고 하였다.
진리는 평범하여 천국가는 길처럼
요란하고 현란한 허구 속에 있지 않고
우리의 생활에 가장 평범한 모양으로
가장 평이한 말로 존재함으로
다른 책 좀 읽어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너는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고 내게 고백했다.
하지만 너의 그 고백이 뭘 의미하는지
아직도...
너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왜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두려운지 그 까닭을 모르고 있다.
아니면...
알면서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