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스테이시아. A.D 1620년 10월 12일 월요일 오후 9시에 독일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지금 이 나이가 되니깐 마을 이름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고 후에 갔지만 이미 전쟁의 폐허로 변한 지 오래였다. 내가 태어나기 16년이 된 1636년 6월 13일 금요일 새벽 1시 13분 나는 나이트메어의 역습에 놀라서 진정하기 위해 집밖을 잠시 산책하던 중에 뒤에서 검은색 옷을 입은 괴한한테 목을 물려서 몸 안의 피를 뺏겼다. 그 후 나는 차가운 꽃들이 들어있는 관 속에 있었다. 나는 거기를 빠져 나오기 위해 주먹으로 관두껑을 쳤고 마침내 깨지자 그 꽃보다 차가운 흙들이 나의 얼굴과 몸을 덮혔다. 나는 흙들을 손으로 헤치면서 지상으로 나왔다. 내 얼굴에 비치는 것은 붉은빛을 띄고 있는 보름달이었다.
그 붉은빛을 받으면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나는 한 때 인간 마리아였을 때 이웃집에서 친자매처럼 지낸 언니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로사. 남아메리카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태어난 부유한 성녀하고 이름이 같았고 신앙심이 나보다 두세배 더 많은 언니었다. 그러나 1722년 8월23일 –이 날이 성녀 로사의 축일- 프랑스의 파리에서 난 로사를 만났다. 그땐 난 인간 마리아의 나이로는 102살. 흡혈귀 스테이시아의 나이로는 86살이었다. 언니인 로사는 나보다 3년 일찍 -1617년- 태어나서 그녀의 나이는 105살인데 왜 내 눈앞에 나타난 그녀는 늙은 할멈이 아닌 20대의 처녀인거지? 나는 그때 흡혈귀의 직감적으로 적(敵)인 걸 알았고 그 직감은 현실이 되었다. 그녀가 품에서 꺼내든 것은 성령의 축복을 받은 은십자가였다. 내가 왜 이 여자랑 싸워야하는 것이지? 마리아 시절 그녀가 나한테 치즈랑 주스를 나누어 주면서 같이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먹었던 기억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로사 언니. 어느 한 쪽이 이성(異性)였다면 인생의 반쪽으로 삼던가 친자매가 아닌 것이 안타까울 정도인 우리였는데 왜 이별같지도 않은 이별을 당한 후 86년이 지난 후에 이렇게 된거지? 내가 인간의 생(生)을 마감하고 흡혈귀로서의 생(生)을 시작한 지 100년도 안되었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며 사랑했던 사람하고 재회했을 때 이미 그 사람은 나의 커다란 적(敵)이 되어 있었다. 나의 몸을 흐르고 있는 피와 뉴런과 수상돌기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한다고 명령하고 있었다. 나는 내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심장을 강제적으로 멈추게 해야한다.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나의 몸을 불길에 휩싸이면서 분해하도록 할 것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사랑은 증오와 분노. 원한이 되었고 나는 1938년 5월 12일 아시아의 중국의 상해라는 도시에서 그녀의 리볼버에서 발사된 은탄환에 의해 인간 마리아의 나이로 318살 흡혈귀 스테이시아의 나이로 302살, 사랑하였지만 증오하게 된 로사와의 첫 전투로부터 216년이 지난 날이었다.
그 다음에 나는 46년동안 세상을 떠돌다가 아시아의 한국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나의 환생체 이름은 다시 부활하면서 잠시 잊혀진 것 같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은 이 녀석의 아메리카 네임 중에 ‘프랭크’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기억나는 것은 내가 부활하기 막바지에 한 인간의 피를 마신 것 같다. 고개를 돌려보니 쓰려져 있는 남자가 있으니깐 그 기억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입고 있는 옷. 여성인 내가 착용하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지만 미묘하게 불편한 부분이 있다. 20세기초에 미국의 한 잡지에서 봤던 여성전용속옷이 없어서 인지 불편했다. 뭐 미스터 프랭크는 ‘미스터’이니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오랜만에 걸어보는 이 거리. 공기가 나라는 존재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던 때보다 많이 탁해진 것 같다. 저기 보이는 자동차 때문인가? 내가 로사한테 당했던 때보다 많아진 것 같고 디자인과 성능도 더 좋아진 것 같다. 로사. 로사.. 라는 이름이 기억에 나오는 순간 그녀의 총알이 박힌 부분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나의 심장부분을 손으로 쥐었다. 입에선 헉 헉 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히고 있을 줄이야. 이것이 인간들이 말한 ‘트라우마’ 라는 것인가? 아님 ‘외상 후 스트레스’ 인가? 나는 다시 걸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프랭크의 기억. 프랭크가 최근까지 지냈던 집까지 일단 가서 쉬는 것이 지금의 목표이다. 아직 부활한지 얼마 안되어서 프랭크의 기억하고 나의 기억하고 융합 및 정리가 잘안되어있는 것 같다. 잠시 쉬면 정리가 되겠지.
‘떠벅 떠벅’
누군가 나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 하나인 것 같다. 소리를 들어보니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 같다. 상대방은 남자. 주위에는 나와 그밖에 없었다. 걸으면서 신경을 집중해보니 그 남자. 흥분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 흉기까지 들고 있었다. 상황은 명백했다. 이 남자. 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점 점 그는 나한테 다가왔다. 아니 녀석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었다. 아마 뒤에서 나를 급습할 예정인가보다. 그녀석하고 나하고 거리가 좁혀졌을 때 나는 왼쪽 발을 축으로 왼쪽으로 돌아서 오른손으로 녀석의 심장을 공격했다. 퍽-! 이라는 소리랑 함께 맛있어 보이는 피가 튕겨서 오른팔에 묻었고 나의 오른손은 녀석의 갈비뼈를 부수고 심장을 쥐었다. 두근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녀석은 갑작스런 나의 공격에 의해 놀란 기색이 보였다. 그리고 그 충격이 통증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죽음이라는 공포가 되어 녀석을 휩싸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왼손에 쥔 흉기 –조그마한 과도(果刀)- 를 떨어뜨려고 그 흉기는 지면하고 경쾌한 만남의 소리를 낸 후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나는 오른손가락들에 힘을 쥐어서 녀석의 심장을 잡고 댕겼다. 뭔가 끓어지는 소리와 함께 심장이 눈에 보였다. 갈비뼈와 몸안에 있어야 하는 심장이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면서 나온 것이다. 녀석의 눈에 자신의 심장이 보였을 것이다. 아니 보였다. 녀석의 눈동자에 죽음과 공포라는 글씨가 보였다. 나는 미소를 띄었다.
“그렇게 일찍 집에 가야 착한 어린이이지 안그래? 변.태.아.저.씨?”
상대방의 나이가 어떻게 됐던 간에 1620년에 태어난 나보단 연하일 것이다. 어라? 녀석이 무릎을 꿇더니 이쪽으로 넘어지잖아? 피를 온 몸에 묻히는 것은 좋은데 지금은 사양할래? 왜? 다른 사람 눈에 띄면 곤란하잖아? 그래서 나는 뒤로 폴짝 뛰었다. 쿵-이라는 소리가 나면서 그 변태 아가…아니 아저씨의 얼굴하고 땅하고 부딪혔다. 둘이 키스를 한 것인가? 그 다음에 나는 손에 있는 심장을 그녀석의 머리에 던지고 묻은 피를 먹으면서 다시 걸었다. 언제까지 이미 시체로 변한 그녀석과 놀 수 없기 때문이고 재미없기 때문이었다. 프랭크의 집이 어디였더라? 나는 두리번거렸다. 나의 머리속에 저장된 기억의 지도를 보면서.. 아 찾았다! 허름한 삼층 건물이었다. 내가 기억하기엔 저걸 ‘원룸’이라고 부른다지? 이름에 알맞게 ‘원(one)’ 혼자서 살기에는 알맞은 곳. 다른말로는 자취방이라고 하던데 뭐 어때? 나는 프랭크가 살았던 방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열쇠를 찾았다. 다행히 열쇠는 있었다. 열쇠가 없었다면 잠금쇠를 부수고 들어가야할 마당이었다. 여기가 문인가? 철재질로 된 문이 나를 맞이했다. 물론 안에 불은 꺼져있었다. 나는 열쇠로 열고 들어간 후에 문을 잠구었다. 신발을 벗고 불을 키니 자취방에 대한 프랭크의 기억이 나의 기억으로 전환되었다. 우선 나는 웃옷을 벗어서 베란다쪽으로 던지고 화장실 불을 키고 들어간 후에 세면대의 물을 틀었다. 거울을 쳐다봤다. 원래 흡혈귀인 나는 거울에 안비치지만 프랭크의 몸을 기반으로 부활을 한 나는 거울에 비추었다. 역시 프랑스 상류사회를 휘잡았던 미녀의 얼굴이었다. 단, 서구적인 얼굴에서 동양적인 얼굴로 변했지만 뭐 나름대로 이뻤다. 나는 손을 씻고 세안을 한 후 물을 잠그고 화장실을 나셨다. 화장실과 방의 불을 끄고 나는 이부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였다. 기억을 융합 및 정리하려면 잠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