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은 쓴웃음을 지었다.
따듯한 잠자리를 빼앗긴게 분하다. 사고친날 다른 숙박업소에 잘수는 없었다.
아무리 간이 큰 양봉이라지만 떼거지로 몰려오는 적들을 막을 수는 없을것이다.
녀석들은 피맛을 본 벌레처럼 몰려올게 뻔했다.
당분간 몸을 숨겨야 했다. 졸음이 몰려왔다...."아~~웅"
양봉은 고사리손을 하고는 어머님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고있었다.
찬바람이 끝없이 불었지만 어머님은 그토록 먼길을 한사코 버스를 타지않으셨다.
그런데 양봉이 싫은것은 먼길을 걸어가는것이 아니었다. 한참을 가다가 어머님은 양봉의 손을 놓고 쉬어가자고 하셨다. 그때마다 긴휘파람 소리를 내셨다. 양봉은 그게 싫었다.
어머님은 할머니처럼 주름이 가득했다. 무릎팍을 탁탁치시고는 어린 딸래미의 다리가 아픈지 묻지도 않으시고 또 걸음을 제촉하셨다.
어머님과 떠나가는 길에는 솔잎을 퍼석하게한 겨울바람이 귀를 할퀴고 지나갔다. 어린 양봉은 그래도 어머님을 걱정했다. 대문에 파랑과 빨강의 태극문양이 있는 서낭당이 을씨년스럽게 스쳐가고 정자나무에 알록달록한 천조각이 휘날리던 외롭고 권태로운 겨울이었다. 양봉은 꿈속에서 도리질을 쳤다.
그때이후 쭉 양봉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띠리릭~~띠리릭"
퍼뜩 잠을 깨었다. 양봉은 떨려오는 어깨을 싸안았다.
"여보세요"
"자네가 소문이 자자한 구양봉이란 자인가?"
"칭찬은 필요없고 용건만 말하시지?"
"하하하..역시 소문대로군 자네 나좀 볼수있겠나?"
"싫다면? 후훗~~"
"프로가 일을 싫다고하면 어떡하나?"
"그러셔? 그럼 폰팅하는것같은 더러운 잡설을 집어 치우시고 용건만 말씀하시지? 변태 아저씨"
"하하하...미안하네..자네목소리가 워낙 매혹적이라서 말이지. 내 부탁할일이있네. 누굴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지않게끔 해주었으면 하는데..."
"풋...가격은 알고있겠지? 난 적어도 살인에 대해서는 비하인드스토리를 꼭들어야 하는 성미걸랑"
"좋네 그러지...그럼 남산힐튼으로 오겠나?"
"호호호 이냥반 초보구만...임마 나를 바보로 아는거야? 어디서 개수작이야?"
"알겠네. 자네가 장소를 말하게"
"대학로있지? 그기보면 마로니에 공원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어..알았지? 그리고 연락기다려"
"알겠네...후후후 다시만날때는 반말하지않길 바라네"
뚝~~~뚜우
"별미친새끼다 보겠네..."
녀석의 핸드폰번호가 찍혀져있었다.
이번호는 보나마나 일회용 번호일게 뻔했다.
양봉은 몸서리가 처졌다. 양봉은 무언가를 잊으려고 하듯 머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굳세게 핸들을 쥐고 있었다.
"끼이익~~~" 양봉의 애마가 기다란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