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머리칼도 채 마르지않은 상태였다. 소나무 숲사이로 해드라이트의 강렬한 빛이 영사기 처럼 깜빡거렸다. 양봉의 옆자리에 까만봉다리속 병들이 재잘거리며 깔깔거렸다. 잠이 오지않을것같아서 맥주를 몇병 사들고 온것이다. 쉬이잇하면서 성냥불이 횟불처럼 켜졌고 양봉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담배를 빨았다. 화장이 지워져서 그런지 루즈의 껀적거림이 없어서 좋았다.
"제기랄 꼭 뒤가 깽기는녀석들이 일을 맡기네..비열한자식들"
양봉은 항상 담배불을 붙일때 성냥을 사용한다. 그녀는 성냥을 사본적이 없었다. 그것은 간단한 몇가지 약품을 사용하여 간단하게 만들수있었다. 그녀의 백은 항상 여러가지 약품들로 가득차있었다. 그것들을 보관하는 일은 여간 까다롭지않았다. 위험한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그녀가 모는 짚은 말끔한 도로를 벗어나 뿌연먼지를 날리며 거친숨을 고르고 있었다.
언덕위에 제법 너른 공터가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야경은 참으로 놀라운것이었다. 양봉은 가끔여기에 들러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했다.
가느랗고 긴손가락사이의 담배개피가 타원을 그리며 허공을 가로지르며 작은 불꽃을 튀겼다.
얼마전 양봉은 전화를 받았다. 바람난 마누라의 정부를 병신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키지않는 일이었지만 워낙오랫만에 들어온 일이라 조사를 하지않을수없었다. 바람난 부잣집마누라의 꼬라지도 보고싶었거니와 정부란 녀석의 쌍판데기도 한번쯤 봐주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정부란 녀석은 조그마한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건달이었다. 이녀석의 일과는 유령회사같은 부동산사무실에서 게기다가 어슥해지면 여자끼고 술이나 처먹는게 고작이었다. 그런녀석에게 아우디는 사치였다. 심드렁해진 양봉은 의뢰자에게 일을 맡지않겠다고 연락을 할 참이었다.
그러다 양봉은 녀석이 취향이 참 독특한놈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나온듯한 여자아이를 겁탈하려고 한것을 목격하게 된것이었다. 녀석의 고급승용차안으로 아이를 유인하여 고수부지에서 옷을 벗기려 하였다. 양봉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순간 이성을 잃었다.
지금도 그때 처박은 애마의 찌그러진 앞범버가 양봉을 원망하듯 헤벌레 벌어져있다.
그렇게 여자아이를 구해주었지만 양봉은 결국 그일을 맡고 만것이었다.
녀석의 아우디 운전석에 극소량의 비금속분말을 호일에 싸두어 몰래 감춰두었던 것이다.
녀석이 운전석에 기분좋게 앉을때 마찰력에 의해 그것은 수직으로 폭발되게 장치해 두었던 것이다. 녀석은 그동안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던 물건을 다시는 대하지 못할것이었다.
의뢰자는 정치적인 야심을 가지고있었다. 정부란 녀석이 입을 닫을줄알았는데 의외로 그사건이 매스컴을 타면서 의뢰자란 녀석이 불안했었나 보다. 양봉은 재수가 더럽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젠장 이제 녹이 슨걸까? 의뢰자의 신상도 캐지않고 일을 받다니..."
맥주병마개를 돌려 따고는 벌컥벌컥 마셨다. 도시의 야경이 아름답게 빛났다.
"저렇게 아름다운 밤에도 짐승같은 녀석들이 욕망을 채우려 배회하고 있겠지....참 좆같은 세상이야.." 양봉은 침랑을 끄집어 내는것도 귀찮았다.
도시의 밤은 권태롭게 이글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