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feratu[미완]

Nosferatu[미완]

Nosferatu 3 3,328 2006.05.26 15:35
1.
 
 
"팍! 자르르르르..."
 
제법 묵직해 보이는 가죽 주머니가 대리석 바닥에 내팽개쳐 지며 터지자, 쏟아져 나온
스무 댓 개 남짓의 은조각들이 얼마 들어오지도 않는 창 밖의 빛을 반짝이며 방 안 온 구석
으로 흩어졌다.
 
"... 자네, ... 이게 무슨 짓이지?"
 
"이 돈! 다 필요없어! 그 사람 풀어줘요, 제발... 한 푼도 손 안 대고 그대로 다 가져왔으니까,
제발 풀어줘요. 내가 실수한 겁니다.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이제와서? 이미 늦었네. 형은 이미 집행됐어. 그 돈, 도로 가져가."
 
"세어봐요, 세어보라구! 삼십냥이오.한 푼도 손 안 댔다구요! 제발!"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그런다고 이미 매달린 놈을 도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 같아?
잔소리 말고 꺼져! 수비대원들은 뭐 하나! 당장 끌어 내!"
 
"야 이 개새끼들아! 돈 도로 가져 왔다잖아! 다 처먹어! 니들 다 처먹으라구!
다 처먹고 제발! 그 사람만 풀어줘! 풀어 달란 말이야 이 개자식들아!"
 
서기관의 호령에 헐레벌떡 뛰어 들어 온 성전수비대원 네 명이 뛰어 들어왔다. 먼지와, 땀과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로 절규하며 발버둥치던 사내의 눈빛이 순간 뒤집혀 버렸다. 
 
"이 쌍노무 새끼들, 가까이 오기만 와 봐! 다 죽여버릴거야. 다 죽여버리고
나 여기서 배 갈라 죽어버릴테니까! 죽고 싶은 새끼 다 덤벼!"
 
사내는 잔뜩 핏발 선 눈을 부릅뜬 채 어느 샌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마구잡이로 휘둘러
대며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목이라도 잘라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피를 뽑아 마셔버리겠다는 듯한 기세에 서기관들도, 뛰어 들어온 성전수비대원들 조차도
어떻게 손을 써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서기관 중 하나가 소리쳤다.
 
"너희들 뭐하는 놈들이야! 뭘 멀뚱거리고만 있나! 당장 저 미친놈을 처리하지 못할까!"
 
심상찮은 안의 소동에 벌써 꽤 여러 명의 성전수비대원들이 달려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단검이 닿지 않을 만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내를 에워쌌다. 그 중 몇은 조심스럽게 사내와
서기관들 사이를 막아서려 움직이고 있었다.
 
"너야? 니가 죽고싶은거냐? 오냐 그래! 너부터 죽여버린다!"
 
사내가 고개를 돌려 방금 소리친 서기관을 쏘아보며 악귀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순간... 
 
 
 
2.
 
 
"백부장님! 마르쿠스가 정신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 그래? 다행이군. 흉갑을 풀고 물을 좀 먹여."
 
스스로 신의 아들이라 주장하고 다녔다는 좀 황당한 죄목으로 십자가 형을 선고받았다는
정신나간 죄수가 갑자기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크게 내 질러대다 고개를 떨어뜨리자마자
여기 저기 세워져 간혹 여전히 반쯤 새들에게 뜯긴 시신을 매달고 있는 나무기둥들만 음산
하던 성 밖 야트막한 언덕배기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쳐다보기만 해도 눈을 태워버릴 듯 내리쪼이던 태양이 한 쪽 구석부터 점점 검게 물들었고,
그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하늘은 귀청을 찢어대는 소리로 베일을 드리웠다. 요동치는 언덕
너머 거룩한 도시를 둘러 싼 성벽엔 벌써 금이 가 있었다. 한참 이 이해할 수 없는 소동이
쓸고 지나간 기분 나쁜 언덕과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던 백부장은 어이가 없었다.
난리통에 쓰러지는 십자가를 붙잡다 버티지 못하고 그 밑에 깔려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여기 저기서 신음성을 흘리고 있는 언덕 위에 펼쳐진 하늘은, 마치 내 책임 없다는 듯 천연
덕스러울 뿐이었다.
 
"저 자식이 정말... 유대 신의 아들이었나?"
 
자신이 생각해 봐도 어처구니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백부장의 뒤로 전령이 올라왔다.
 
"산헤드린에서 오늘 처형한 죄수들을 좀 빨리 처리해 내려 달랍니다."
 
"뭐, 벌써? 매달아 놓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리고.. 내려 달라는 건 또 뭐야?"
 
"그게... 조금 있으면 유월절 시작인지라, 죄수들을 매달아 놓은 채로 유월절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게 이유랍니다. 산헤드린에서 총독각하께 요청한 모양입니다."
 
"총독각하의 지시란 말이지, 흥! 십자가에 매달아 달라고 지랄할 때는 유월절이 코앞인 줄
몰랐다는거야 뭐야! 하여간 저 유대 광신자 놈들은...!"
 
그저 상황이 수습되는 대로 경비병 두어 명만 남겨놓고 얼른 이 재수없는 언덕을 떠날
생각만 하고 있던 백부장은 여러가지로 귀찮은 볼 일이 생기는 바람에 치밀어 오르는 욕지
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저 매달아 두면 그만인 송장까지 치워야 할 판이다.
도대체 그 송장들을 내려서 어떻게 처리하란 말인가! 십자가로 처형된 죄수를 내려서
따로 매장을 하든 뭘 하든 처리를 한다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난감했다.
 
"까라면 까라는건가? 조또 이 짓도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야, 너희 둘! 저 새끼들 뒈졌는지
확인해 보고, 아직 숨이 붙어있거든 너희들이 좋은 일 좀 해라."
 
명령을 받은 두 병사가 각기 창과 망치를 들고 매달려 있던 죄수들에게 다가갔다. 다가오는
병사들을 보며 죄수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 죄수는 아까의 지진에 매달려 있던 십자가가
쓰러지는 바람에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것인지, 도로 세워놓을 때부터도 반응이 없었다.
 
"야 이 씨발새끼들아! 저리 가! 저리 가! 하지마, 하지마! 하지... 컥!" 
 
찔러 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양 팔 양 다리가 나무기둥에 못 박혀 고정되어 있는 상태
에서도 최선을 다해 울부짖으며 발버둥치는 죄수 앞에 선 망치를 든 병사가 죄수를 슬쩍
올려보더니 사정없이 망치를 휘둘러 죄수의 무릎을 부수어 버렸다. 마치 교수형을 당하는
것처럼 죄수의 몸이 순간적으로 아래로 처지는 것을 확인한 병사들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옆 죄수에게 다가갔다. 그는 기척을 느끼는지 못 느끼는지 여전히 미동조차 없다.
 
 
3.
 
 
 

Comments

한얼 2006.05.26 18:13
이 글의 원출처가 어딘지 궁금합니다.
Nosferatu 2006.05.26 23:31
이 글의 원출처는 제 머리입니다^^
허접스러우나마 판타지소설에 좀 도전해 보고 있습니다 ㅎㅎ
종교없는세상 2010.06.01 00:27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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