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살아가는 이야기

예술가가 살아가는 이야기

한님 0 2,545 2011.08.30 18:54
 
불초소생의 "마눌하님"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그래서, 우리집 냉장고의 냉동실은 사진 필름으로 가득한 특이한 집이다.
사용안한 필름은 냉동실에 보관해야 한다나 어쨌다나,
한꺼번에 많이 사면 싸고, 종류별로 살수있다며, 냉동실에 있던 굴비를 메몰차게 내 쫒았다.
서울쪽에서 전시회도 몇번했으니 아마추어라 말하긴 뭐 하지만,
본인 야그로는 "사협" 회원이 아니라서 아마추어란다..
 
사진은 주로 풍경사진 및 접사 사진 쪽 같은데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쪽인듯 싶다..
내가 우리 마눌하님 사진중 가장 좋았던건 "나무 한바퀴"라는 테마를 가진 8장의 사진 씨리즈다.
항상 우리곁에 있고 늘 지나치며 보는 아파트 화단에 있는 느티나무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바로 밑에서 올려다 본 모습, 뒤에서 본모습 등 8컷으로 나눈,
뭔가 인생의 쓸쓸함을 표현한듯한것이(개인적인 생각^^*) 느낌이 좋았다.
마눌하님은 자연그대로의 자연, 인공이 가미되지 않는 자연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가정을 부르는 그녀의 말은 항상 "숲속"이다.
가장인 나를 "대장나무"라 부르고, 큰놈은 "큰나무", 작은놈은"작은나무" 이런식이다.
마눌하님의 홈페이두 inmyforest.***(나무 숲속 이야기)이며, 필명 또한 "숲속"이다.
 
얼마전 마눌하님의 홈페지에 있던 사진을 무작위로 몽땅 퍼간 몰염치한 사람이 있어서,
몇달간을 바들바들 떨며, 응징 한 모양인데, 그후 오래된 작품들은 죄다 내리고,
지금은 그저 일기장 정도로 사용하는 모양이다.
 
이런 마눌하님이 나 예술가를 "안티"한다.
 
첫번째 안티는 예술가를 '환경 파괴범"으로 모는것이다.
그 이유는 예술가 직업이 현수교등 예쁜 다리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데,
그것이 영 마땅 잖다는 심보다.
우리 식구가 먹고 살아야하니, 그만두라 하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은
그냥 인간이 좀 불편하더라도, 아름답게 걍 나두라는 논리다.
이런 마눌하님의 심기를 다소 받아들여, 요즘 설계하는 다리는 "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첫번째 키워드로 삼고 기획하고 추진한다.
안 그랬다간 어휴……
과거에는 당연히 "튼튼하고 안전한 다리"를 먼저 생각했지만,…….
 
두번째 안티는 예술가가 기독교에 안티하는것을 안티 한다.
남편이 하는 모든일을 의심의 눈길로 어루만지며, 안티하는것은 오래된 일이다.
예를들면, 오랬만에 친구를 만나 세계평화에 대해 심도깊게 토론하곤
1차,2차,3차에 이어 아주 건전하게 노래연습도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낸후
일찍 세벽3시에 귀가하면, 서슬퍼런 눈초리로 한점 거짓없는 남편의 진실된 말을
죄다 안티하며 일일히 확인한후 잠을 재우는 식이다.
이러든 그녀가 급기야, 3년전부터는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벽보고 기도하는것은 지쳐서, 뭔가를 보고 기도하고 싶단다.
그러더니 2년전부터는 주일학교 교사두 한단다. ㅋㅋ
처음에는 "이여자 큰일낼 여자군."하며, 심각하게 걱정을 했지만,
하구 다니는 폼세가 제법 "성숙한 신앙생활"을 찾아 노력하는것 같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봉사할동도 하고, 나름 좋은일을 하는것 같아 안심은 된다.
 
성경공부를 주로 안티인 남편과 같이 하다보니,
성당내에선 관점이 특이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듯 하다.
무엇을 신앙한다는 것은 꼭 좋은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비난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 무엇이 항상 특정한 대상이여야 한다는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킨다는
그럴듯한 남편의 화려한 언변술에 쇄뇌되어 지금은 거의 다원주의 사상으로 기운듯하고,
성당 다니는것도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문화생활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남편이 지독한 무신론자에 강성 안티라는것을 소문내고 다녔던지,
제법 많은 성당 사람도 만났다.(신부를 포함해서)
그 사람들은 오히려 안티인 내가 부인을 성당에 못 다니게 할까봐 심히 걱정하는 눈치 였다.
그런일은 홍해가 한번더 갈라지기전에는 없을거라며, 신부등에게 안심을 시키고,
종교의 자유와 종교비판의 자유는 그 누구에게라도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된다는
내가 말하고도 뭔 말인지 모를 아리송한 언변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나보다.
 
이렇게 예술가는 나를 안티하는 마눌하님과 그녀의 두추종자를 데리고,
알콩달콩, 불안초조, 섬뜻섬뜻, 해피하게 살아 가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은 한점 거짓 없는 진실이며,
예술가가 "공처가"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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