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신도가 성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평범한 신도가 성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한님 0 2,527 2011.08.30 18:49

1. 대단한 결심.  

많은수의 기독교인들은 신년이되면, 성경1독을 올해의 목표로 삼는다.  
몇 년을 교회에 다니면서, 성경을 제대로 한번 읽어보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있겠지만, 멋지게 성경구절 몇장 몇절을 들먹이며, 자기 주장을 펼치는  
전도사나 교사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시셈도 나기때문이다.  
이밖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성령이 인도하사 지혜를 주시어  
성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시작으로  
성경을 읽기 시작한다.  
당연히 발췌 노트와 형형색색의 형광펜은 필수로 준비해서 말이다.  
 
2. 구약을 읽다.  
 
"창세기"를 읽어 가면서, 아~ 무두셀라가 요기 있었네등 숨은 그림찾기에  
푹빠져, 시간가는줄 모른다. 
"이 이야기가 이렇게 연결되는 거 였구나!"  
"요건 첨보는 문구데 너무 좋은것 같다"며 따로 노트에 발췌하는 수고로움도  
너무 즐겁기만하다.  
성경을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출애굽기에 들어서면  
그런 감정이 "십계"영화와 오버랩 되면서 폭발지경에 이런다.  
또한, 형형색색 물들어 가는 자신의 성경을 보면서, 
매주 한번 먼지나 털며 교회에 들고 가든 성경이 보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딱~ 요기 까지만 하고 그만하면, 그 기쁨은 영원히 간직될땐데  
레위기에 넘어가면서, 까만건 글자요 하얀건 종이로소이다라는 
"무념무상"의 경지를 체험하게 된다.  
도데체 뭔말인지 모르겠고, 한글로 써여진것이 분명할찐데, 
내가 아는 한글로는 문장이 이어지지가 않는다.  
어찌 어찌 민수기, 신명기 까지 읽어보지만, 머리속은 텅비고 내가 읽은것이  
뭔지 기억해낼 도리가 없다.  
사실, 토라(모세오경)의 핵심은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인데, 
핵심이 뭔지 알수도 없겠지만, 오히려 이런게 왜 성경에 들어 있을까 
잠시 잠깐 비평도 해본다.  
여호수아, 사사기에 이러러서는 목사님이 설교시간에 하던 이야기가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걸 발견하곤, 잠시 흥분하기도 하지만, 
곧 이어지는 무미건조한 어투에 눈은 책을 읽고 있고, 머리속은 딴 생각을 
하는 "양의 신공(두가지 일을 한꺼번에 함)"의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열왕기 상.하, 역대상.하를 읽을때면, 그 체험이 증폭되는데, 
도데체 이놈이 저놈같고 저놈이 이놈같고, 비슷한 이름은 왜그리 많은지,.. 
지금 이놈이 아까 그놈 같은데 앞서 본 몇장을 뒤져봐도 찾을길 없다.  
문득, 불과 한시간 만에 수십페이지를 읽은 자신을 발견하곤, 
도데체 내가 뭘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도 해보지만, 
어느새 형형색색 물들어 있는 창세기와 출애굽기와는 다르게  
몇장에 한줄정도 칠해지는 형광팬이 안쓰럽기도 하다.  
열왕기와 역대기는 유대인의 세계관과 구약의 흐름을 이해하고 
결정짓는 구약의  핵심텍스트인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이걸 이해하느니 팔만대장경을 해독하는게 빠르다 생각한다.  
이쯤돼면 "성경은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 할수 없는 세계"라는 그를듯한 말이 
생각나면서 자신의 무지를 돌아보지 못하체 심정적으로 동의 하기 시작한다.  
 
자꾸만, 익숙한 신약성경 쪽으로 눈이 가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예수님을 만날수 있다는 기쁨으로 골고다에 십자가를 지고가는 심정으로 
구약을 읽어 나간다.  
"느헤미야"."예레미야" "스바냐" "스가랴" "놋기","욥기" 비슷한 이름의 
텍스트가 있다는것도 알게 되었고, "요엘" "나훔" "학개"등 첨 들어보는 
텍스트가 있다는것도 알게 된게  
괜찮은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생각하며 구약 읽기를 끝낸다.  
 
기껏 성경구절 발췌노트를 넘겨보면, 겨우 한페이지 정도 적혀 있을뿐이고, 
그것도 창세기, 출애굽기, 이사야에 집중되어 있다.  
 
3. 신약성경 그 감동 속으로..  
 
드디어 신약성경을 펼치면서, 이토록 쉽게, 그것도 알아듣기 편한 말로 
적혀있는게 놀랍다 못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기록된바 어쩌구, 저쩌구, 선지자가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구약을 뒤적여 볼라치면, 불과 몇센티 뚜께의 책 간격이  
100톤 철판이 짓누르는것 같이 무겁게 느껴져 그 기록을 찾아 볼려는 
노력을 이내 포기한다.  
간결한 문체, 호소력 짙은 마가복음을 읽을때면 눈물이 글성 거리기도 하며, 
분노하기도 하고 가슴이 짠하기도 하면서, 소설책을 읽는듯 
감수성이 예민해지기도 한다.  
이때 쯤이면, 성경본문을 발췌하는 일이 매우 번거롭게 느껴지고, 
누구나 다 아는 성구라는 생각에 별 소용거리가 없는 문구는 
마구 건너 뛰기 시작한다.  
요한복음에 이러러서는 이게 진짜 장난이 아니다.  
단순한 한문장일 뿐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심오한 무언가를 느낀다.  
한페이지를 두시간째 들여다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내가 꼭 철학자가 된 기분도 들고.  
요한복음을 다 읽었을땐, 한동안 멍해 지기도 한다.  
그후 읽어가는 성경이 눈에 확 들어 오면서, 설교 말씀과 성경구절이 
드디어 연계되기 시작하며  진리를 깨닭은듯 착각에 빠진다.  
이런 현상이 이전에 배웠던 모든 교리와 설교라는것이 요한복음과 
바울의 서신으로 부터 유추된 특정교리였다는 것을 꿈에도 눈치 채지 못한데, 
마치 진리에 다가가는 구도자의 마음을 들여다 본듯 심한 착각에 휩쌓인다.  
이전과는 다르게 한쪽 짜리 텍스트가 있었다는 새로운 발견의 기쁨은 
아주 잠깐 느껴지고, 노트에 발췌한 성구들이 제법 많아져 10페이지를 
넘어가는 것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어느덧 계시록 22장을 끝으로 태초에 하나님이…로 시작하여 
주 예수의 은혜가 모든자에게 있을 찌어다.아멘, 으로 끝나는 성경을 덮고, 
내가 해냈다는 기쁨과 뿌듯함에 어깨가 우쭐해지고  
마치 큰 믿음의 신앙인이 된듯한 환상에 젖어든다.  
 
아직, 발췌한 성경구절을 적시 적소에 써먹기위해 몇날 몇칠을 외워야 하는 
일독후  후속초치는 남았지만, 그 환상은 좀처럼 식어들지 않는다.  

그들은 "신앙생활중 요긴하게 쓰이는 성경구절 100선"같은 
비밀스러운 책을 본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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