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한사람님께서 "존 밀"과 현재 우리가 보는 성경의 역사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너무 성의 없이 답변한것 같아 다시 몇자 적어봅니다.
"수용본문(텍스투스 레셉투스<약자로 T.R.>)"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을 드렸으므로 생략을 하고, 존 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존밀은 옥스퍼드 퀸즈 칼리지의 연구원이였으며, 개신교 "목사"입니다.
그는 1707년 "수용본문-1550년 스테파누스의 제3판과 99% 동일한-"을
따르는 신약성서를 출판했는데 부록으로 그가 30년간 100여편의 그리스어로
쓰여진 사본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약 3만군데가 넘는 이문을 소개하였습니다.
"어순을 달리하는 더많은 수의 이문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 라는
촌평도 함께 실려있습니다.
존 밀의 의도는 단지 많은수의 사본간 이문이 존재하지만,
이는 큰 의미가 있는것이 아니고,
앞으로 성서편찬은 "수용본문"으로 계속 출판 되어야 한다는 취지 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그야말로 대폭풍의 시발점에
그가 출판한 책이 놓여 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체,
1707년 성서출판 2주뒤에 원인모를 병으로 급사합니다.
그가 죽은지 3년째 되던해, 그러니까 1710년에 다니엘 휘트비라는
보수적인 개신교 신학자가 쓴 100여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보면,
얼마나 이문제가 심각해 지는지 잘 알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밀의 성서 머리말에서 우리의 표준적인 신앙을 위협하거나,
기껏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의혹의 단서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너무나 많이 발견한 것이 화가 난다.
그래서 이렇게 슬피운다……."
당대에 가장 위대했던 개신교 신학자가 이렇듯 슬피우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카톨릭 계통의 신학자들을 "교황주의자"라 비난했던 그는
존 밀의 성서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모리누스"(카톨릭 계통의 신학자)는 그리스어 신약성경에서 발견한
무지막지한 이문의 수를 근거로 성경의 원본문은 매우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이는 "오직 성경으로의 회귀"를 외치는 개신교
(원래 용어는 "변종 기독교"라 함.)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터무니 없는 짓이라 맹 비난을 합니다.
이는 성경의 권위보다 "사도의 전승을 온전하게 지켜온 교황"의 권위를
더 중시하는 카톨릭쪽에서는 더 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신교 신학자와 카톨릭 신학자간의 논쟁에서 이 문제가 불거졌지만,
그후 앤터니 콜린스라같은 계몽주의자들이 끼어 들면서,
가히 진흙탕 싸움이 됩니다.
이시기에 기독교인들(종파에 관계없이)이 즐겨쓰는 매우 익숙한 용어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바보, 벌레, 지렁이, 구더기, 기생충, 갉아대는 쥐,
으르렁거리는 개, 무식한 도둑, 협잡꾼, 사탄의 자식, 사탄의 하수인………."등
2~3세기경 기독교 이단 논쟁시에 즐겨쓰던 말들이 다시 재현된 것입니다.
이런 인격모독을 주로하는 진흙탕 싸움에서, 몇몇 학식있는 자들이
"본문비평"이라는 새로운 신학의 학문 분야를 개척하게 된 것입니다.
"본문비평"이라는 학문은 그러니까 약 300년의 역사를 가진 셈 입니다.
1700~1800년초반까지 리처드 사이먼을 필두로 해서, 몇몇 신학자들이
의미있는 본문비평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는 했으나,
그 성과는 미미 한 것이였고, 1881년 펜튼 존 앤서니 호트라는 한 천재
신학자가 "그리스어 신약성서 원본"이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현대의 "본문비평"학문의 큰 모양새가 잡힙니다.
일전에 간략한 답변에서 1497년~1881년을 "수용본문(텍스투스 레셉투스)"의
시대라 언급했는데, 이는 바로 1881년 출판된 위의 책을 기점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호트(1828~1892)라는 천재 신학자를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그가 23세때 한참 전통신학을 공부할 쯤에 지금 자기가 보는 성서는
형편없이 열등한 사본을(12~16세기 사본) 토대로 만들어진 성경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매우 보수적인 기독교신앙을 가졌던 그는 "하나님이 주신 원말씀"을 찾으려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또한, 이전 본문비평 학자들의 아이디어와 서적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2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면, 몇몇 동료들과 함께 왜곡되고 훼손된 성경을
복원할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그러나, 그의 바램과 달리 9년이라는 시간을 본문비평분야에 매달리고도,
갈길이 태산이라며 아래와 같이 친구에게 쓴 편지에 자기 심경을 토로 합니다.
"…. 이 일은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엄청난 노력 없이는……..
유럽에서는 우리 외에 아무도 이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9년을 연구한 많은수의 이문보다, 더 많은 자료가 제 책상에 쌓여 있지만……"
그렇게 호트라는 한 천재 신학자가 28년이라는 청춘의 시간을 씨름하여
출간 한책이 바로 "그리스어 신약성서 원본"이라는 책입니다.
1부는 단 한권의 "수용본문"도 참고 하지 않고 편집한 "신약성서"이고,
2부는 새로운 "신약성서"를 편집하게된 "본문비평 이론서" 입니다.
그 이론서를 잠깐 살펴보자면, 사본들을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합니다.
1) 시리아 사본 : 오늘날의 비잔틴 계열의 사본
2) 서방 본문 : 매우 초기의 사본 그룹.
3) 알렉산드리아 본문 : 알렉산드리아 지역에서 기원한 본문.
4) 중립 본문 : 문법상, 문체상 심각한 변개가 덜 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사본.
오늘날의 사본군 분류와 유사하지만, 호트가 살던 시대적인 한계로
약 250여개의 사본만 참조하다보니 "중립 본문"이라는 다소 어이없는
사본군이 있습니다.
호트는 각 사본군의 특징과 그 특징을 가지게 된 배경을 정확하게 꿰뚤고
있었으며, 이를 역 추적하여 원본문에 가깝게 복원 합니다.
또한, 독법의 기준을 20개항으로 분류하여, 문학적 비평, 수사학적 비평,
역사학적 비평(주로 속사도와 교부들의 편지를 토태도 함)등
새롭고 획기적인 본문비평 장치를 개발해서 적용 합니다.
현재의 "본문비평"이란게 결국 호트의 이론서를 보다 정교하고,
보다 세밀하게 확대한것이라 보면 정확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글이 너무 길어 질것 같아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가 보는 성경은 "본문비평"이라는 학문의 발달로
거의 4세기 초반수준으로 회복된 본문을 보고 있는냐는 질문을 할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용본문"성경이라는 것이 너무나 오랫동안 유통되다보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 졌지만,
이를 전부 바꾸지는 못한다는 현실적인 난제가 있습니다.
각 종파들이 사용하는 성경이 차이가 있고,
교리 또한 명백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만약 새로 밝혀진 사항들을
전부 수용한다면, 특정종파에 심각한 타격을 줄수도 있고,
변개된 성경의 개념이 전혀 없는일반 신앙인들의 경우 신앙생활의
심각한 데미지를 입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매우 어정쩡하게 열등한 성경인 "수용본문"의 성경을
그 기본으로 하고, 후대에 날조된것이 명백한 13구절을 신약성경에서
삭제하고, 때로는 "어떤 사본에는 없음" 정도의 각주를 달아
난제를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오늘날 우리가 보는 성경이라는 것은 "심각하게 왜곡된 수용본분"을
대부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에 본문비평으로 사용하는 자료층은 약 5,700종으로
존밀 이 100개 정도의 사본을 참조 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57배나 더 많습니다.(호트는 약 250여종)
라틴어와 콥트어로 전승된 사본까지 합치자면, 무려 25,000여 종이나 됩니다.
요즘 학자들이 말하는 각 사본간의 이문수는 "약 40만개" 정도라 합니다.
신약성경의 총 낱말수는 약 17만개 인데, 그 이문수가 40만개라면,
가히 이문의 바다라 할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