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츠님의 칼럼입니다.

나는 "공의(公義)"가 "힘있는 자의 독재적 이기심"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을 교회에서 처음 배웠다.

태풍이 '하나님의 진노'라고 계속 떠들기를..

칼츠 0 2,759 2005.09.29 02:56

태풍이 '하나님의 진노'라고 계속 떠들기를.. 
 
2003/10/04
 
 
몇백년 전에 지금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큰 지진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으며, 전염병까지 창궐했다.

하나님의 진노로 여겨진 지진은 교회도 비껴가지 않았다.
오래되고 '아름다운' 교회들이 거의 무너졌다.


이 사태를 두고 교회가 한 일은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소리치는 것과
악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이었다.

악인들이란 다름 아닌 유태인, 무어인, 그리고 불신자들과 마녀들이었다.
다행히도 16세기와 같은 마녀사냥의 광풍은 다소 수그러들었기에
억울하게 화형당한 이는 줄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계몽주의자들의 비판을 피할 만큼 사례가 적지는 않았다.

 

이 지진이 서구 유럽의 사상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노아의 홍수때와 같이 신의 심판은 의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총체적인 징벌에서 교회조차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이런 딜레마들은 볼테르를 비롯한 계몽주의자들이 교회를 공격하는
좋은 무기가 되었으며, 차츰 교회는 매력을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열역학적 결과가 코리올리의 힘과 결합된 결과인 태풍이 하나님의 진노하심이라고 한다면,
이번 태풍에 함께 부서진 교회들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할 것인가?


어느 기독교인의 글이 재미있다.

"그 교회는 아마 영적으로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각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나쯤은 있을 저런 발언들을 모아서
경남지역에 있는 교회에 뿌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사뭇 궁금하다.


나의 이런 악취미 같은 발언에 대해 다른 기독교인이 말한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태풍이 비껴가기를 기도하였고,
피해가 없기를 기도하였으며, 지금은 위로와 봉사를 할 때라고
생각하고들 있습니다.
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지체들은 영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것입니다."


나의 악취미는 또 한번 발동된다.

물론 당신의 말이 맞다.
그리고 그런 몰상식한 인간들이 일부일 뿐인거 안다.
하지만 영적성숙이란 것이 어느 레벨 이상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런 몰지각한 인간들의 발언을 성경적으로 부정하고 비판해 보라..


이후 그 기독교인은 나에게 억지쓰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헸다.

내 말이 억지라면, 도대체 하나님이라는 존재는 억울한 지체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어디에 처박혀서 마스터베이션하고 있는지..

 


정작 중요한 것은 태풍이 하나님의 징벌이라는
칼 맞을 소리를 하는 사람이 일부일 망정, 결코 적은 수는 아니며,
또한 그들은 교회에서 가르친 대로 행동하였다는 점을 그 기독교인은 간과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에 대해 안티들이 비판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분명히 기독교인들끼리 다툴 일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칼맞을 소리를 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기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기독교인들이 더 많다는 것은
도덕적 반대보다 교리적인 찬성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태풍은 자연현상일 뿐 하나님의 진노하심과는 상관이 없다고
목사에게 가서 당당하게 말하는 신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사실 교회전체가 이번 태풍을 하나님의 진노라고 우겼으면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기독교에 환멸을 느낄 것이고, 결국 기독교가 자멸하는
결과가 빨리 나타날 것이라는 아주 유치한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결코 유치한 생각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기독교인이 너무 많아서,
나는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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