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비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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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츠님의 칼럼입니다.

나는 "공의(公義)"가 "힘있는 자의 독재적 이기심"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을 교회에서 처음 배웠다.

진화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비웃으며..

칼츠 0 3,968 2005.09.29 02:47

진화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비웃으며.. 
 
2003/09/12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후, 그가 받은 최초의 비난은 그가 유물론과 무신론을 주장하기 위해 심각한 억측과 함께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었다. 이 비난 속에는 다윈의 연구/조사 방법에 대한 비판이나 결론도출 과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일은 없었다. 다윈이 단지 유물론과 무신론을 주장하기 위해 진화론을 주장하였다는 비난은 다윈에게 부당한 혐의를 덮어 씌운 것이다. 다윈은 죽을 때까지 영혼의 존재를 믿었으며, 또한 기독교적인 신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다.


다윈이 죽기 직전에 신을 찾고 후회하였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다윈이 무신론자가 되었다가 결국 기독교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그는 단 한번도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 다윈은 성공회교도였으며, 한때 성공회 신부가 되려고 한 적도 있었다.그는 경험주의 철학자도 아니며, 분석철학자도 아니었다. '종의 기원'을 읽어보면, 다윈이 단지 관찰결과만을 가지고 어떤 체계를 세웠을 뿐이며, 기독교에 대한 어떤 '불손한 의도'나 반대로 '호교론적 입장'을 가졌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다윈은 생물의 진화를 주장하면서 현재의 생물들이 그들의 조상들과 같은 모양을 가지지 않았다는 견해를 피력하긴 했지만, 생명의 시초에 대해서는 결국 미지의 영역으로 남겨두었다. 물론 그의 진화론이 기독교적 창조를 부정하는 단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그 부분을 크게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윈이 자기가 믿어오던 종교가 상당부분 틀렸다는 생각을 품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세련된 형태의 논변을 갖지 못했다. 진화론반대자들이, '다윈은 인간의 조상이 원숭이였다고 주장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이 그 한 예이다. 현대 진화론자들에 의해 '원숭이는 인간의 조상'이라는 생각과 '원숭이와 인간은 공통된 조상을 가진다'는 생각이 엄격하게 구별지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호교론자들은 '진화론이 인간의 가치를 원숭이의 수준으로 격하시켰다'고 주장한다.
(현대유전학에 의해 인간은 유전학적으로 원숭이보다 우월한 점이 별로 없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원숭이 수준으로 가치가 격하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그 나름의 경이로움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식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호교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하는 또다른 논점은, '적자생존'이 히틀러의 유대인 대량학살을 정당화하였으며,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활성화하여 자민족의 우월성 수용을 서로 강요하는 등 민족분쟁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종차별, 인종청소, 인종테러도 적자생존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런 유형의 주장들에 대해, '자신들의 도그마를 옹호'하기 위해 근거없는 '생물학적 자존심'을 앞세우면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인본주의의 가면'을 쓰고서 '진리를 왜곡하려는 사악한 의도'를 드러내려는 짓이라고 평가한다.


히틀러가 600만명을 학살한 것이 과연 '적자생존원칙'의 결과일까? 홀로코스트는 절대 '적자생존'의 결과가 아니다. 히틀러와 나찌는 망했으니까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히틀러의 학살에서 '적자생존'의 개념이 학살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오용된 것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역사평가는 결국 사실을 부정하게 하고, 더 심각한 역사적 오류를 잉태하게 된다. 그 예는 히틀러의 최대 피해자라고 일컬어지는 유대인 자신들이 잘 보여준다. 세계는 지금 홀로코스트에서 아무런 교훈을 받지 못하였는지, 유대인들의 선민의식과 타민족 학살/배타를 방관하고 있다.


적자생존은 발전과 적응의 논리이다. 자신을 고수하면서 배타하는 것이 적자생존의 진정한 의미는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적자생존의 개념이 학살을 정당화한다는 주장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부터 힘이 있을 때 부당한 정당화를 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우리는 근대사와 현대사에서 부정적인 현상을 수없이 본다. 호교론자들은 다윈의 진화론을 위시한 과학의 무분별한(?)발전이 인간상실을 낳게 하였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런 부정적인 사건들이나 현상들, 그리고 인간상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으며, 또한 과학이 발전하건 말건 사회의 변화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오히려 현대의 과학은 보편적인 지성과 생명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으며, 이타주의가 종족의 생존에 큰 도움을 준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록 한동안 '결정적 무기'에 의해 평화를 불안하게 지탱해왔고, 지금은 그것을 잠시 젖혀둔 체 원시적(?)인 전쟁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윈은 그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관념인 기독교를 토마스 페인이나 니체처럼 부정하지는 못했으므로, 호교론자들이 다윈을 비판하려면 일정부분은 자기부정이나 자아비판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창살 안의 원숭이들, 혹은 원숭이들의 정령이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사는 인간들을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라. 관념의 노예는 관념을 수호하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저지를 준비가 되어 있으며 결국 다른 개체의 비웃음을 살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 이것이 인간을 회복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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