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츠님의 칼럼입니다. 나는 "공의(公義)"가 "힘있는 자의 독재적 이기심"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을 교회에서 처음 배웠다. |
종교와 반과학이 양자역학을 오용하는 것은 코미디
2003/08/12
우선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리 습득해야 할 목록은 다음과 같다.
순간적인 가감승제 암산능력(요즘은 계산기가 있으니 암산능력은 그리 필요로 하지 않는다), 유클리드 기하학, 대수법, 미적분법, 벡터 계산법, 행렬, 급수와 변환법, 그룹론.......
이것들을 갖추지 않고는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그저 개념이해에 그칠 뿐이지 그 의미를 완전히 깨우치기는 힘들다.
그러므로, 양자역학을 비전문가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필자도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양자역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첫째 난관은 고양이 패러독스를 패러독스가 아닌 있을 수 있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슈뢰딩거가 제안한 이 논변은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많은 논란을 낳았다.
(자세한 것은 여러분이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두번째 난관은 빛의 성질에 대한 것인데, 파동설과 입자설이 둘다 맞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양자론의 파동/입자 설명은 뉴튼이나 아인쉬타인이 생각했던 파동설이나 입자설과도 많이 다르다.
하나의 광자가 두개의 슬릿(틈새)을 동시에 통과하고, 여러 개의 광자가 결국 파동처럼 분포하여 타깃에 집합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 두 개의 기본적인 난관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독교인과 뉴에이지과학 교리 주장자들이 있는가?
아마도 그들은 이 두개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속임수나 궤변이라고 말할 것이다.
양자의학, 양자론적 창조론, 기타 양자돌팔이들은 보통사람들이 양자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서 어물쩍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책동을 저질렀을 뿐이다. 그런 자들은 모두 사이비/사기꾼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혹자는 필자에게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너도 양자역학을 제대로 모르면서 옳고 그름을 주장할 수 있느냐?"
이해하지 못해도 이 세상이 양자역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시세계에서는 두드러지게 현상이 나타난다.
많은 실험과 관찰의 결과가 양자역학이 이론적으로 예측한 것과 부합되었다.
구성원자에서 어떤 분자가 형성되는지, 분자증폭기 내에서의 물질의 변화, 반도체내 입자의 에너지준위별 움직임..
미시세계만이 아니다.
블랙홀, 백색왜성의 존재, 펄서의 행동양식 등 거시세계에 대해서도 양자역학은 훌륭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벌써 머리가 아파오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 주변으로 눈을 돌려 생활 속의 현상을 살펴보자. 도로의 아지랭이, 여러장 겹쳐진 유리에서의 반사와 굴절의 복합현상, 비누방울의 색상변화, 회전하는 선풍기 날개에 생기는 무늬..
그 어떤 과학이론보다도 바로 양자론이 위에 열거한 현상들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 주었다.
왜 그렇게 되느냐고 묻지 마라.
리차드 파인먼이 일반인을 위해 강의하면서 했던 말은 "그건 그냥 그럴 뿐이고 우린 그것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독교나 뉴에이지 과학담론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이제 양자역학과 미신적인 과학담론들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을 요약하여 말해보겠다.
양자역학을 규명하는 과학자들은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실험을 수행하면서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예측된 대로 실험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다음 실험에 대한 하나의 발판으로 삼는다. 즉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였는지, 무엇을 하는지, 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아닌 그냥 실험을 수행하는 사람조차 실험이 끝난 뒤에라도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조건과 같은 방식의 실험을 했을 때는 같은 결과가 나온다.
사이비 과학자들, 특히 양자론을 들먹이면서 기와 에너지, 인체의 자장, 뇌파의 효과, 신과 영혼과 귀신의 존재를 들먹이는 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들은 위약효과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일시적인 증거, 즉 그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단편적인 증거만 모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가끔 성공적이었던 실험(실험이라기 보다는 무당의 푸닥거리에 가깝다)결과는 재연되는 경우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