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츠님의 칼럼입니다. 나는 "공의(公義)"가 "힘있는 자의 독재적 이기심"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것을 교회에서 처음 배웠다. |
아내와 수녀와의 대화
2003/09/09
아내는 볼링이나 여행, 사진찍기 외에도 활력소가 될 만한 활동을 많이 한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어려운 이웃에 대한 봉사는 순수한 감정만이 아니라
허영심을 약간 충족시키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허영심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더라고 한다.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도록 허영심을 안으로 잘 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오늘은 회원들과 함께 성당에서 운영하는 복지원에 갔던 모양이다.
그곳에는 수녀들이 몇 명 있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짓고..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한 오후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어느 수녀와 대화를 했단다.
한참 이야기하는 도중에 아내는 섹스로 화제를 돌렸다.
아내는 수녀에게 섹스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미치겠군. 무슨 심보야?)
30대 후반의 이 수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예수님과 결혼했다'고 하였으며,
"아직" 섹스를 해보진 못했다고 하면서 웃었다.
이 수녀가 배운 섹스에 대한 관념은 그 목적이 '아이를 낳는 것'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축복받는 결혼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배웠다 한다.
아내는, 그럼 결혼의 목적이 정말로 아이를 생산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수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섹스는 죄악이며, 피임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전직 개신교 신자이자 교회 유아부 교사였던 아내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섹스행위 자체는 문제없이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남편이나 아내가 있고,
그들이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면, 그들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섹스를 할 수 없나요?"
수녀는 묵묵부답하다가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자고 했고 아내는 동의를 하였다.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아내를 보고 한마디 했다.
성경을 제대로 읽지 못한 사람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알라고..
사도 바오로는 결혼의 목적을 출산 이외에 간통의 예방에 두기도 했다는데,
그 수녀는 그것을 왜 몰랐는지 의문이라고 하였더니 아내는 빙긋이 웃었다.
"성욕을 참지 못해 간통을 하느니 차라리 결혼하라는 이야기? 나도 알고 있어.
자기가 전에 말해줬잖아."
만약 수녀가 내가 말한 식으로 나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아내는 또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물어볼꺼야.
부부의 어느 한쪽이 정상일 경우 그가 아이를 얻기 위해
간통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 부부는 사랑의 정신으로 이혼을
하고 다른 상대를 만나 결혼하면 되겠네요? 아이도 낳고, 간통도 피하게.."
천주교는 이혼이 아니라 "결혼해소"라 부른다고 일러주고는, 화제를 돌렸다.
얼마 안가서 아내는 일일드라마에 몰입했고, 나는 지금 이 글을 치고 있다.
여자들끼리 만나면 이렇게 적나라한 이야기를 남자들보다 훨씬 심하게,
그러나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는 것을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느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