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마녀로서의 여성
기독교는 <마녀(witch)>란 낱말을 추한 이미지로 탈바꿈시켰다. <마녀>란 원래 악마와 성교를 맺는 여성이 아니라 현명한 여성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기독교가 그 의미를 왜곡시켰던 것이다. 그들은 현명한 여성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명한 여성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그만큼 사제, 주교, 대주교 그리고 교황의 권위와 존재가치를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현명해질 수 있다고? - 절대로 안되지! 오직 남자만이 현명해질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남자보다 현명한 여성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오직 어떤 구실을 찾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라도 익명으로 대법관인 교황이 만든 특별법정에 고발할 수 있었다. "나는 이웃의 어떤 여자가 마녀라고 의심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는 붙잡혀서 악마와 관계하고 있음을 자백할 때까지 며칠 동안 계속해서 고문과 매질, 성적 학대를 당한다. 당연히, 그녀는 고통을 무한정 참을 수는 없다. 마침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죽음이 교황의 감옥소 생활보다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녀는 법정에서 악마와 밀회하고 있다고 일단 자백하면 이것이 최종재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결국 그녀는 죽음을 선택한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그녀의 화형식을 보고 마을이나 도시에 또 다른 마녀가 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부추긴다.
남성들은 여성이 현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뿌리는 하나님 그 자신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님은 릴리스를 죽이고 다시 이브를 만들 때도 아담의 경우처럼 진흙으로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똑같은 흙이 평등사상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하나님은 아담을 가사상태에 빠뜨려 그의 갈비뼈를 뽑아 그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 그녀는 결코 남성과 동등함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하나의 갈비뼈로서 남성에게 봉사하고, 굴복하고, 순종하며, 남성을 경외해야만 했다. 그래서 모든 교회가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고 계속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들 자신의 경전에는 다른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태초에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고 수세기 동안 계속 떠들어대는 바람에 그 거짓말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어지고 있다.
온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이 아담의 갈비뼈를 뽑지 않고서 한 여자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 그것은 참으로 이상하지만, 여하튼 이 이야기는 여성이 하나의 뼈따귀, 육체일 뿐이며, 남성의 부속물이므로 남성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여성은 그 육체를 가지고 천국에 갈 수 없다. 그러므로 먼저 여성은 착하고, 순수하며, 절대적으로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노예와 같은 굴종과 복종이 미덕이다!
남편은 주정뱅이라도 좋다. 남편은 살인이나 강간 등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여성은 남편을 신으로 떠받들어야 한다.
만약 아내가 성적인 감각을 느낀다면 그녀를 창녀로 취급한다. 만약 아내가 그대와 성을 즐기려 한다면 그대는 그녀를 순결한 여인으로 봐주지 않는다. 아내가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때문에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 즉 여성하위 체위만이 권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은, 기독교가 이 세계에 문명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한다. (동양에서는 수천년 동안 여성상위 체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여성이 남성의 밑에 자리잡고 눈을 감은 상태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것은 남성의 매우 교묘한 전략이다. 남성은 한 번의 강한 오르가즘을 가질 수 있고 여성은 거기서 아무 즐거움을 얻을 수 없게 된다. 여성은 단지 상품처럼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는 느낌만 있을 뿐이다. 남성은 기껏해야 2∼3분 이내에 일을 끝내 버리고 만다. 여성은 오르가즘에 들어가기조차 못했는데 남성은 이미 끝내 버리는 것이다. 자연히 여성은 성교를 증오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성은 독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도사의 말을 들으러 간다. 그녀는 성자의 발에 입맞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당신은 성을 초월한, 독신으로 사는 위대한 사람입니다. 우리 집에는 바보같은 남편이 있을 뿐입니다. 아이 돌보기, 집안 청소, 부엌일, 바느질 등 저는 온종일 일에 시달려 저녁이면 지쳐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원하는 모든 것은 성교뿐입니다. 평균2분도 안되는 성교 후에는 남편은 돌아누워 코를 골며 잠에 빠져 버립니다."
남성이 코를 골고 있을 때 여성은 흐느껴 운다. 무슨 삶이 이런가? 남편은 아내에 대한 존경심이라곤 없다. 단지 아내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완전히 이용하고 나면 이제 여성은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문화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