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세기의 원형

▣ 창세기의 원형

※※※ 0 3,856 2005.02.23 09:43

▣ 창세기의 원형


구약「창세기」의 장소적 배경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이야기 자체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여러 창세 신화를 엮어 새롭게 번안하고 개작한 것이었다.

「창세기」의 태초 이야기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 가운데 수메르의 창조신화인「지우쑤드라의 홍수 이야기」와 바빌론의 창조신화인「에누마 엘리쉬」에 담긴 주제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즉 천지창조에서 인간 창조, 에덴동산, 도시의 건설, 계보, 인간의 타락, 끝내는 홍수로 이어지고 홍수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축복받는 계약으로 끝난다.

 

수메르의 「지우쑤드라」 ( ) - 인간창조-에덴-도시-계보-홍수-축복-( )
바빌로니아의「에누마 엘리쉬」 천지창조 축복 활
구약「창세기」2~8장 인간창조-에덴-도시-계보-홍수-축복
구약「창세기」1~9장 천지창조 홍수-축복 무지개/활

먼저 천지창조에 대한 것부터 살펴보면 구약의 창세기에는 천지창조의 시작에 물(대양)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빌론의 천지창조설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바빌론창조신화 에는 바다의 티아맛 이라는 여신과 육지의 말둑이란 남신과의 싸움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구약성서의 창조설화에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약 창세기는 물을 혼돈, 흑암, 즉 "테홈(Tehom)"이라 하여 "티아맛"과 그 어원을 같이하고 있다. 그래서 구약성서에서도 야훼 엘로힘 신이 혼동을 쳐 우주를 창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창세기」1:6~19의 내용인, 창공을 만들어 달과 해와 별을 두었다는 이야기는 「에누마 엘리쉬」에도 나온다. 티아맛의 주검을 둘로 갈라 하늘과 땅을 만든 과정은 「창세기」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지만, 창공을 만든 뒤 그곳에 별, 해, 달을 세우고 이를 절기와 날을 세는 징표로 삼았다는 것과 아래의 물을 모이게 하여 육지와 바다가 생기게 했다는 것은 똑같다. 게다가 안식일의 발상도 수메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카드어 샤파투는 바빌로니아에서 정결례를 행하는 종교일이었는데 이 샤파투에서 이스라엘의 안식일을 뜻하는 샤바트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바빌로니아의 전승에 따르면 정결례를 행하는 샤파투는 "신의 심장이 쉬는날"이라고 해석했다. 즉 신이 쉬는 날이 안식일인 샤파투였고, 이스라엘인들은 이를 히브리어로 음역하여 샤바트라고 부른 것이다.

참고로 「에누마 엘리쉬」와 「창세기 1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자. 한마디로 창세기 1장의 창조신화는 바빌로니아의 창조신화 「에누마 엘리쉬」를 개작한 것이다.

에누마 엘리시 창세기 1장
신과 우주적 질료가 동시에 존재하며 양자 모두 영원함 신과 우주적 질료가 각자 독립적으로 존재함
원초적인 혼돈을 나타내는 바다의 여신 티아마트는 어둠에 감싸여 있음 땅은 텅 비어 있으며 어둠이 깊은 물(테홈) 위에 있음
마르두크가 바람을 타고 티아마트 여신을 잡으러 감 신의 바람이 깊은 물(테홈:"에누마 엘리쉬"에 나오는 바다의 여신 티아마트와 어근이 같은 말) 위에 휘돌고 있음
신들에게서 빛이 나옴 빛을 창조함
하늘을 창조함 하늘을 창조함
마른 땅을 창조함 마른 땅을 창조함
섬광체(해와 달)를 창조함 섬광체(해와 달)를 창조함
인간을 창조함 인간을 창조함
신들은 휴식을 취하고 축하함 신은 휴식을 취하고 안식일을 정해 거룩하게 하게 함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로써 우리는 우리 나라의 1천 2백만 신도, 나아가 전 세계 17억의 인구가 믿고 있는 성서가 더 이상 신의 영감에 의해 쓰여진 오류가 없는 책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수집하고 편집하였으며 그들의 머리와 사상에 의해 덧칠해진 인간의 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성서를 맹목적으로 신앙할 것이 아니라, 성서에 담겨 있는 옛 이스라엘 사람들의 종교적 사상은 무엇이며, 그것이 오늘날에도 가치 있는 것인가를 심사숙고하여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이를 합리적으로 연구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여 인류의 한 고전(古典)으로서, 인류가 축적한 한 지혜의 산물로서 올바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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