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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로 신을 논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몰러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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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7
2006.04.19 16:49
신의 일에 대한 인간들의 각종 논쟁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낸다.
"인간의 언어로 신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신의 존재를 전제하고 토론을 하는 호교론자들은 위의 말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한다. 이는 주로 회의주의자들의 유물론적 반박에 대응할 논리를 찾지 못했을 경우 자주 사용된다. 신뿐만 아니라 초자연적 현상이나 외계인에 대한 담론에서도 결론은 비슷하다.
회의주의자들도 위 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굳이 차이점을 말하자면, 호교론자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믿기로 결심했음을 감추기 위해 사용하고, 회의주의자들은 무지(정보 및 증거 부족)를 인정하기 위해 동의한다. 호교론자들은 신에 대한 갖가지 이론들을 제시하면서도 그것에 대한 증거요구에는 위의 말로써 회피한다. 이것은 분명히 모순이다. 반면에 회의주의자들은 단순히 결론을 유보하는 정도에서 끝내거나 상대방의 주장이 가진 모순만 지적한다. 다시 말해 회의주의자들은 대체로 신에 대한 논쟁에서 불가지론자가 되는 경향이 크다. 회의주의자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의 존재에 대한 각종 증명들이 가지는 허점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귀류법적 증거는 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신론자들은 '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의 존재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어떤 초자연적 현상이 정말로 신의 간섭인지, 아니면 그들의 무지가 그 현상들을 초자연적으로 보이게 한 것인지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서 말이다(아직도 번개를 신의 징벌로 간주하는 사람이 있다!!! 오늘 벼락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빗속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있기에 조심하라고 하였더니 그는 "벌 받을 짓을 한 일이 없다"고 대답하고는 우산(!!!)을 쓰고 나갔다. 평상시 그의 언행을 고려하면 그것은 분명히 농담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신이 보여주었다는 것들이나 신의 말씀이라는 것들은 신의 존재 또는 신의 행동에 대한 전제와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니 불교의 신론(사실 불교는 신의 존재를 확정하여 주장하지 않는다) 빼고는 대부분의 종교 경전에 나온 신의 언행들은 모순투성이다. 전지전능함을 상정하는 유대-기독교의 신은 그 전지전능을 스스로 부정하는 짓을 저질렀다. 예를 들어 아담의 원죄를 근거로 회개와 구원을 주장하는 기독교인의 경우, 그 신은 인류의 타락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직무유기의 죄를 범한 셈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라고 몇몇 기독교인들은 주장하지만, 그들이 늘 주장하는 인간의 한계나 인간의 능력부족을 감안한다면, 신은 인간이 "그렇게 위험한 장난감인" 자유의지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제어했어야 했다. 또한 어떻게 인간이 악마의 권세와 유혹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기독교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기독교의 신은 분명히 악마의 공작을 수수방관하였거나 악마보다 권세가 약하거나 악마와 모종의 계약을 하였음이 틀림없다.
토론이 이쯤 진행되면 그들은 '신의 뜻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도망가기 일쑤다.
자신의 무지로 인해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을 가지고 신(혹은 외계인)의 간섭이라고 단정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초자연적 현상을 신의 간섭이라고 단정하였던 시대일수록 우리 인류는 불행 속에 놓이고 말았다. 반면에 지금 그러한 초자연적 현상들은 과학적 탐구에 의해 하나하나 규명되어 가고 있다.
인간의 언어로 신을 논하는 것은 분명히 부적절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은 신의 존재를 입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의 존재를 임의로 전제하는 행위일 뿐이며, 나아가 순환논증의 수단이 될 뿐이다. 오히려 인간의 탐구정신을 해치는 수단이 되며, 인류의 행복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신이 존재한다고 해도 위의 말은 인간이 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 된다. 대체로 사이비교주들이 채택하는 방법이 바로 신비주의이며, 확고한 증거나 이성적/논리적 해명에 대한 인간의 요구를 불경행위로 간주하고 맹목적 신의만 요구하는 신은 사이비교주와 다름없음을 알아야 한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는 복이 있다고 말한 자들은 성인이 아니라 바로 인류의 적이다.
히포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무것도 우연으로 남겨두지 말라. 아무것도 지나치지 말라. 서로 모순되는 관찰결과들을 서로 연결시켜라. 이를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생각하라."
유물론적인 것이든 관념적/사변적인 것이든 간에 우리는 탐구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 정신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 이 정신을 훈련하는 것은 우리가 져야 할 의무의 하나이다.